4월 16일에 남편과 함께 보고 17일 토요일에는 하나와 상혁이에게도 보여줬다.
중간고사가 코앞인데 무슨 영화냐는 하나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보고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고 꼬드겨서 겨우 보여주었다.
처음 이영화를 봐야겠다고 했을 적에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감동적인 실화영화라면 이미 물리도록 봐왔으니 또 다른 감동이야 있으려고.......
그런데 이 영화,참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감동도 받았다.
영화소개를 보니 블라인드 사이드란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감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말로,사랑하는 이들의 사각지대를 지켜주는 청년,그리고 그의 사각지대를 감싸주는 가족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주인공 마이클은 3%의 공간능력과 5%의 학습능력,그리고 98%의 보호본능을 지닌 떠돌이 청년이다.
그런 마이클에게 손을 내민 레이 앤은 성공한 인생과 행복한 가족등 모든 것을 가진 백인 상류층 여성이다.
영화속 그녀는 감성이 따뜻하지도 않고 특별히 동정심이 많지도 않고 단지 쿨할 뿐이다.
두시간내내 산드라 블록이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굴거나 웃는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무표정한 얼굴로 연기를 하는데도 가슴이 더워진다.
변변한 서류가 없는 마이클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그를 입양하지만 입양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좀 더 가진자가 못가진 자를 위해 자선을 하는 영화도 아니고 서로를 충만케 하는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재미.
*산드라 블록과 레이 앤
영화가 끝나고 에필로그가 올라갈 때쯤이면 영화를 봤던 모든 이들의 입에서 아!하고 감탄사가 나오게 되어있다. 이 이야기의 실제 인물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보여지는데 배우 산드라 블록과 실제 인물 레이앤은 놀랄만치 닮았다. 레이 앤이 더 도도한 모습으로 턱을 들고 있지만 말이다.
*퀸튼 아론의 조용한 연기
마이클 오어를 연기한 배우 퀸튼 아론은 큰 덩치에 걸맞는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영화의 완급을 조절해 준다.
사슴처럼 깊고 선량한 눈빛을 가진 그였기에 마이클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조용하게 세상을 덮는 눈처럼 소리없이 마음속에 들어올 수 있었다.
*리얼 까메오
실제 마이클 오어를 놓고 스카우트 경쟁을 벌였던 미국대학의 전설적인 미식 축구 코치들( 알라바마 코치인 닉 사반, 전 어번 대학의 토니 터버빌, 미시시피 주립대의 휴스턴 너트, 전 테네시 대학의 필 펄머, 전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루 홀츠 등)이 실명으로 직접 출연했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
연기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영화를 보는 동안은 깜빡 속았다.
*황소 페르디난도
황소 페르디난도는 레이 앤이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동화책 이름이다.
이 가정에서 보통으로 행해지던 Bedtime Story 도 마이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커다란 몸집의 마이클이 침대에서 엄마인 레이 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은 참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더불어 꽃을 사랑하는 황소 페르디난도가 복선으로 깔리기에 의미있는 장면이 되었다.
디즈니社의 <황소 페르디난도>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하나의 반응이 궁금했다.
학교에 가있는 애한테 문자를 보내서 영화를 보자고 했으니 반친구들은 부러워 했다지만 억지로 보다시피한 하나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만약 재미가 없었다거나 졸렸다고 하면 어쩌나했는데 얼굴 표정이 참 밝았다.
사실은 지난 번에 상혁이랑 앨리스를 같이 보지 않아서 엄마 아빠가 자기한테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지길래 이번 영화는 우리 비위를 맞추기 위해 보겠다고 했는데 보고 나니 시간을 내서 영화보길 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 나 공부 다 때려치우고 커피자판기 사업이나 할까?" 하며 물어온다.
"그래라. 결정을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해서 그 쪽길로 가. 밀어줄께."
"에이~ 엄마. 역시 영화를 보신분 답게 안 속으시네?"
"아니,진심이야. 네 인생의 주인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너니까."
"헉!"
"엄마 멋있지?"
"마지막 말만 안했어도....... ^^;"
하나는 우리 부모님은 대입 수능 전날에도 영화보러 가자고 할 부모라며 한 편으론 그런 부모가 걱정도 되고 한 편으론 좋기도 하단다. 그런 하나에게 영화를 보여주면서 지금 현재 힘들게 공부하는 이유를 입신양명보다는 인간답게 사는 것에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램에서였다.
하나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다.
상혁이의 보호본능도 90%는 될 것이라고.
모처럼만에 하나도 수긍을 하고 상혁이는 SJ가 너무 귀엽다고 일기에 썼다.
아빠도 눈물이 핑돌았다고 하니까 놀라는 눈치이다.
아빠에게 그런 면이 있었네?
우리 가족은 블라인드 사이드를 봤다.
다음 영화는 "Me,to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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