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것 만지기(kitchen)

남편을 위한 간식, 육포 만들기.

hohoyaa 2010. 1. 6. 20:46

아~! 지가 한 번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인가 봅니다.

며칠새에 이 건조기를 이용해서 벌써 세번째 글이에요.

전에 손뜨개 할 적에는 주구장창 실하고 바늘만 붙들고 살았고 작년 이맘 때에는 한창 제빵에 불이 붙어 오븐이 식을 새가 없었는데 이번엔 또 말리기에 빠졌습니다.

처음 이런 걸 사보니 신기해서 그런다고, 촌스럽다고 이해해 주세요. *^^*

 

늘 아이들 입에 맞추다 보니 옆에서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육포를 만들었어요.

며칠 전 부탁한 홍두깨살이 들어왔다고 정육점에서 연락이 와서 남편이 얼른 다녀 왔지요.

 쨔자잔잔!

드뎌 육포 만들기에 들어가는데 과연 잘 될 것인지 속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고기사느라 들인 돈이 얼만데 망쳐버리면 이런 낭패가 없겠지요.그러니 커다란 고기 덩어리의 1/3정도는 잘라내서 장조림을 해주고 나머지 고기는 남편이 손수 저며줍니다.

오늘은 남편이 부엌에 들어와 동참하는 것 다아 용서하렵니다.

 

 

한우 생고기라 그런가 맛있어 보이죠?

 

 

키친타올로  핏물을 찍어보아도 별로 묻어나오는게 없어요.

 

 

준비한 양념장에 하나씩 하나씩 담가서 양념이 잘 배도록 조물조물 주물러 주어도 되고요.

전 상온에서 1시간 정도 했고 살짝 구워 맛을 봐가면서 간을 했지요.

 

양념장 : 간장 2/3컵,조선간장 1/3컵,배즙 1팩(남은게 있어서 사용했고 배를 넣어도 좋으실 듯~),

            꿀1/2컵,매실 엑기스 1/2컵,생강가루 2티스푼,후추가루1큰술

생각에 고기는 약 2근이 좀 넘는 양인데  저 정도의 간장양념을 사용하고 많이 남았어요.

담 번에는 조절 필수!!  양념이 아까버서리.......

 

 

건조기를 가동시키기 전, 기계바닥으로 양념장등이 떨어질까 봐서 미리 키친타올을 깔아 주었습니다.

 

 

게다가 빈트레이를 한개 올려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요.

그러니까 고기의 양념장이 떨어지면 일차로 이 트레이를 거쳐 바닥으로 떨어지겠지요.

 

 

양념이 된 고기를 펼쳐서 놓아 줍니다.

양은 이  트레이로 3개 분량이 되더군요.

 

 

70도에서 12시간으로 맞춰 주고 걍 잤습니다.

 

 

아침 6시에 보니 이렇게 꾸득꾸득 말라 있어요.

이 정도로 빨리 마를 줄은 몰랐는데 과일이 역시 수분이 많은가 봐요.

 

 

0.5미리 이내로 저몄지만 간혹 두꺼운 부분은 잘 말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반으로 잘랐는데 마치 훈제햄같은 느낌이네요.

 

 

저며진 고기를 다시 넣어 시간을 마저 채워 줍니다.

 

 

예약했던 12시간이 지난 뒤의 모습이에요.

바짝 말랐습니다.

 

 

접시에 놓아 봤는데 자르르르 흐르는 기름이 보이시죠?

걱정이 되어 키친타올로 꾹꾹 눌러 봤는데 묻어 나오질 않는 걸 보니 괜찮은 건가 보죠?

시중에서 파는 육포는 좀 건조한 것 같던데.......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맛을 좀 보라고 했습니다.

고기가 좋아 그런지 역시 맛이 있다고 하더군요.

전 육포는 안 먹는데 찢은 단면이 오징어같아서 맛을 보았어요.

음냐음냐 오물오물 

씹을수록 맛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게 먹을만합니다. 육포란 이런 맛이로군요.

전에 한 번 맛 본 시판육포는 비위가 상해서 못먹겠던데 이건 직접 만들어서 그런가 애착이 가고 믿음이 가고 그래서 먹게 됩니다.

 

 

육포를 들어내니 이렇게 양념장 자국이 선명하군요.

 

 

의외로 바닥은 깨끗. 키친타올도 깨끗.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누어서 랩으로 싸주고 보니 문득 도대체 얼마가 들어간거야? 궁금해지더이다.

무게를 달아 보니 한 근이 좀 안되는데 생고기로는 2.1kg에서 장조림용으로 떼어 낸 것이 1근 정도 될 것 같고 그러면 고기의 무게가 1/2이상이 줄었단 말씀?

비싼 간식이라고 후덜덜덜하니 남편은 그래도 집에서 만든 것이니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하긴 이 건조기도 남편이 사줬는데 남편을 위해 좀 비싼 간식도 만들어줘야 양심이 있는거겠죠? 

아! 이 육포를 보니 또 울 하나가 생각납니다.

오늘 새벽에도 덜된 육포를 보고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학교에 갔으니 아마 오자마자 육포부터 찾을 겁니다.

간단한 안주로도 좋지만 이 육포에 참기름을 살짝 발라 구워 먹어도 맛있다고 친정엄니가 알려 주셨어요.

다가오는 구정 술 안주로 홈메이드 육포를 올리면 인기가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