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끝낸 하나.
"엄마, 술시(戌時)가 몇시에요?"
"7시에서 9시까지지."
"예?? 전에 엄마가 9시는 아니라고 했잖아요."
"언제? 나한테 술시 물어본 적 있었어?
"그 때....... 내가 엄마한테 맥주 안드시냐고 했더니 엄마가 아직 술시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분명히 엄마가 그랬다고요."
아~!!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시간.
아이들이 자러 들어가고 남편이 혹 늦는 날이면 조용히 컴퓨터를 앞에 하고 캔맥주를 마시곤 했었다.
그러면 종일 곤두섰던 신경이 스르르 풀어지는 것을 기분좋게 느끼곤 했었다.
더구나 근래에 중독이 되어버린 미드를 보면서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어찌나 맛있는지...
그런 날 중의 하루였을 것이다.
9시~10시가 조금 지날 무렵 하나가 방으로 들어가면서 "엄마, 맥주 드실래요? 꺼내 드릴까요?" 하길래
무심코 "아직 술시가 아니잖아." 했었고 하나는 웃으며 제 방으로 들어갔었다.
그래서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한문 시험지을 보니
.
.
.
.
하나는 술시의 의미를 몰랐었고 이 엄마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을 해서 평균 점수를 깎아 먹은 것이다.
처음엔 자기도 7~9시로 생각했는데 불현듯 엄마의 아직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치더란다.
그래서 자기가 잘 못 알고 있는 줄로 알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엄마 말을 잘 들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은 경험을 살려 이 엄마의 말을 믿기로 한 것이다.
이러니 내가 어찌 맨정신으로 딸의 얼굴을 보겠나.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속넓은(?) 딸은 깔깔대며 맥주를 따라 주고 속없는 엄마는 히죽히죽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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