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우산을 받고 학교에 가고 남편도 오후에 나갔다.
이런 날 나는 식구들에게 미안해진다.
집에 있으니 밖에 비가 오는지,바람이 부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따땃한 공기속에 마른 몸으로 거니는 내가 신선놀음이다.
감기기운이 있는 남편을 배웅하며 나만 편하게 집에 있으니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집안일이 얼마나 힘든데,날마다 똑같은 일 하는게 쉬운게 아니지. 내가 해봐서 알아."
라며 더욱 미안하게 만든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아이들한테 빈대떡이나 부쳐 줄까했는데 하나가 들어서자마자 고추장떡이 먹고 싶다고 한다.
"그렇찮아도 엄마가 빈대떡을 하려고 했는데......."
"어? 그래요? 신기하다. 버스안에서 친구들이랑 이런 날엔 빈대떡을 먹어야한다고 내내 얘기했는데
엄마도 그런 생각을??"
"김치가 낫겠니?고추장이 낫겠니?"
"고추장이요!"
빈대떡의 바삭한 부분을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기름도 많이 두르고 반죽을 얇게 펴주었다.
풋고추도 좀 넣었길래 한 편으론 상혁이가 먹을 수 있으려나 걱정도 됐지만.
학교 끝나고 피아노 학원까지 다녀 오느라 누나보다 늦게 도착한 상혁이는
비바람때문에 몸이 많이 젖었다.
상혁이는 야채를 넣어서 새로 해줄까 했더니 자기도 매운 것을 먹겠다고 자리에 앉는다.
"엄마, 난 비오는 날엔 왜 빈대떡을 먹는지 알아요."
"그으래? 왜지?"
"비가 오는 날에는 비타민 D가 부족해서 출출해진대요. 과학소년에 나왔어."
"아하! 그렇구나. 해가 안나오니까 비타민 D가 부족하고, 그러고 보니까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이네.
그래서 비가오는 날엔 기름냄새가 좋은 걸까? 상혁이 덕에 또 한가지 배웠다. *^^*"
"내가 맨날 만화만 보는 건 아니라구요. ㅋㅋ"
이 사진은 전에 찍어 둔것.
태권도에서 돌아오자마자 자기가 재활용을 할테니 엄마는 나오지 말라고 다시 나가는 모습이다.
말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알아서 척척하는 재활용이지만 이 날은 내가 몸이 많이 아팠기에 너무 고마웠다.
오늘 저녁에도 숙제 했느냐,가방 쌌느냐.......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은 나는 이 사진을 보고 머쓱해진다.
또 후회를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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