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서평단 활동을 접었었다.
요즘엔 책값도 만만치 않아서 그저 공짜로 책이나 얻어 읽을까하고
또 집에 있으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 여겼던 무지로 인해
다음엔 강제성을 띄어야 일 년에 몇권 정도의 책을 읽으리라 생각해서 블로그 친구 민정이의 권유로 시작한 서평단이었는데 솔직히 그로 인해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직 어린 상혁이 탓인지 내게는 주로 아동관련 도서만 걸리는게다.
잠시 쉬어 가자고 해서 모두 접었다.
그랬더니 또 심심해지기는 한다.
마침 하나가 중학생이고 책을 좋아해서 내가 하나 나이때 읽었던 책들을 권하며 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직역이 아니고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나라 말로 번역한 것이라 그 의미가 불분명한 것이 많았는데 너희는 정말 행복한 세대라며 한마디 하고 나니 전에 읽었던 것과 지금의 것들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도 다시 읽어 보고픈 책들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심심하면 날아드는 책선물이 있다.
주소를 보면 무슨 출판사인데 내가 신청한 책도 아니고 내가 리뷰어도 아닌데 뜬금없이 내 이름으로 오는 책선물에 기분이 좋았다가 부담스럽다가 한다.
전화를 걸어 물어봐도 똑부러지는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고 꼭 독후감을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기한내에 읽어야하는 것도 아니니 부자가 된 것처럼 그저 끌어안고 있게 된다.
가장 최근에 온 것들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열기'는 이미 몇 년전에 구입해서 책꽂이에 있는 것인데 같은 것이 또 왔다.
하나는 내가 주문한 것인 줄 알고 엄마의 기억력이 드디어 우려할 정도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단다.
혹시 블로거 이웃 중 이 책 안 읽으신 분은 손들어 주시길.......
'봄날은 연두에 물들어'는 박경리 선생의 추모집이다.
아직 읽지는 않았다.
알고보면 박경리와 나는 공통점이 쪼매 있다.
박경리는 26년 호랑이띠이고 나는 62년 호랑이띠이다.
박경리의 생일은 음력 10월 28일,내 생일은 음력 10월 22일.
생시도 초저녁 술(戌)시인지 해(亥)시인지 나처럼 헛갈리는 시간인 것도 닮았다.
세상 밖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도 별로고 쇼핑도 별로. 방구석에 틀어 박혀 짜투리 시간에는 바느질을 했던 박경리와 나는 일맥상통한다고 혼자 이리저리 꿰어 맞추며 빙그레 웃는다.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내 친구 왈 "또,또,또...끌어다 붙인다.아직도 여전하네."라며 코를 찡긋한다.
가끔 경비실에서 택배가 왔다고 찾아 가라고 전화가 온다.
내가 집을 비우고 외할머니가 계신 날 마침 연락이 왔는데 상혁이가 갔다 오겠다고 했나보다.
외할머니는 택배가 커서 어찌 들고 오겠냐고 말렸더니 상혁이가 "엄마한테 오는 건 책이라 안 무거워요."
하더니 정말 책이 담긴 봉투를 들고 왔더란다.
친정 엄마는 상혁이에게 너희 엄마가 돈을 쓰더라도 다른 것에보다 책에 쓰니까 다행은 다행이라고 했더니
상혁이는 또 냉큼 "울 엄마는 책도 공짜로 받아요. 그래서 돈 안써요." 하더라나.
이 엄마가 비교적 운이 좋아서 당첨도 잘되고 책선물을 많이 받으니 우리 딸 하나도 공부하다가 학습지 뒤에 있는 광고를 보고 체험단 응모를 했는가 보다.
평소에 하나도 이불이며 잡지 구독권,영화 예매권등을 경품으로 받는, 꽤 운이 좋은 편이라 살림살이 늘리는데에 일조를 하고 있다.
대개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응모하는 것인데 우연찮게 하나가 당첨이 되어 책 두권이 왔다.
하나는 자기가 이 책의 독후감을 잘 써서 전집을 상혁이에게 타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지금은 아주 잊어버리고 말았고 기회는 날아갔다.
그래도 책 두권은 건졌다.
그러다가,그러다가 이젠 책이 아니라 이런 높낮이 조절용 앉으뱅이 책상까지 왔다.
마침 시부모님이 올라 와 계실 적에 택배로 왔는데 마치 내가 집에서 이런 것만 사들이는 것 같아 몇 번이고 경품이라는 말을 강조했었다.
대부분은 상혁이가 제 방에 갖고 들어가 숙제를 하거나 놀이판으로 사용을 하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이 책상을 기울여 책을 읽던지 아님 탁자로 만들어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부리고 싶다.
지금보니 여기서 십자수를 해도 좋겠다.
돈주고 살 정도로 필수품은 아니지만 공짜로 생기니 없는 정도 새록새록 생긴다.
경품의 백미.
부모님들이 선물보다는 현금이 좋다고 하시듯이 책도 좋고 다른 선물도 좋지만 상품권을 받고 보니 나머지는 일시에 빛이 바랜다.
더구나 50000원 짜리.
어느 날 예스24를 빙자해서 백화점 상품권에 당첨이 되었다고 하길래 낚시인 줄 알고 대답도 심드렁하게했는데 아마 어느 출판사에서 이벤트를 했는가 보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000원 자리 상품권을 받고보니 이게 정녕 공돈인 것이다.
아무렴~! 길가다가 주운 공돈은 얼른 써버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상품권 때문에 현대 쇼핑몰에 회원가입을 하고 주방제품 하나를 마련했다.
ㅎㅎㅎ
무엇일까나??
ㅎㅎ 이건 다른 사이트지만 출첵하다가 1등한 경우.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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