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것 만지기(kitchen)

추억의 계란말이

hohoyaa 2008. 12. 29. 22:39

 

하나가 학원엘 다니면서 날마다 도시락을 싼다.

주먹밥도 쌌다가 샌드위치도 샀다가 오늘은 보온도시락에 밥과 반찬을 싸줬다.

도시락을 쌀 때마다 오늘 메뉴가 무어냐며 까다롭게 구는 하나를 보니 나의 그 시절 생각이 난다.

 

엄마는 아버지보다도, 오빠나 남동생보다도 내 도시락에 더 신경을 많이 써 주셨었다.

뭐든지 새롭고 맛있는 것은 내 도시락에 넣어 주셨었고 요리 학원에서 배운 것은 반드시 다음 날 내 도시락 반찬용으로 실습을 하셨는데 살림이 넉넉치 않아 재료를 맘 껏 사지는 못하셨고 늘 쬐끔 쬐끔 산 재료로 딱 한 사람이 겨우 먹을 만한 음식을 하셨었다.

그런 도시락을 나는 즐거이 받아 들어 학교에 갔고 다른 식구들은 그저 코와 눈으로만 구경을 했었다.

오빠나 동생 아무도 그런 엄마에게 불만을 말하지 않았으니 모두 순하기도 했지만 집에서도 김치나 고기는 좋아하지 않아 반찬이 마땅치 않으면 차라리 맨밥을 먹었던 고집 센 누이이기에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아무도 그 도시락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나마 서운한소리 하는 사람이 없고 어쩌다 엄마가 그 이야길 꺼내면 모두들 허허 웃고 만다.

엄마는 내 도시락 반찬 때문에 잠이 안 올 정도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셨다고 한다. 

심지어 지금 생각해 봐도 아들들의 빈도시락을 씻은 기억은 나는데 싸준 기억이 없으시다니.......^^;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그렇게 까다롭게 굴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반찬은 정해져 있었고 또 한 가지 음식을 아무리 계속 먹어도 물려하질 않았으니 우리 엄마가 같은 반찬을 날마다 싸주셨어도 난 즐거이 학교에 갔을 것이었다.

 

오늘 냉장고를 열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엄마가 싸주신 반찬 중 계란 말이가 생각났다.

엄마의 계란말이는 보통의 계란 말이가 아니고 그 안에는 시금치도 들어갔다가 모양 낸 오징어도 들어갔다가 그날 그날 새롭게 탄생하는 계란말이.

오늘 하나의 도시락 반찬으로 엄마의 흉내를 내 봤다.

 

 

준비물은 소금으로 간을 해 놓은 계란과  당근채,소금과 참기름으로 살짝 버무린 시금치.

시금치는 꼭 짜주어야 나중에 말이 하면서 물이 안 생긴다.

 

 

계란은 완전히 풀지 말고 흰자를 보이게 풀어 놓는다.

계란의 밑부분이 익으면 시금치와 당근을 적당히 올리고

 

 

말이를 해서 수저로 위를 꾹꾹 눌러준다.

그러면 시금치의 수분이 빠져 나오는데 시금치에 수분이 많이 남아 있으면 나중에 썰어 놓았을 때 깨끗하지가 않고 계란과 시금치가 따로 놀아 버린다.

 

 

다 된 계란 말이는 이렇게 김발에 싸서 네모지게 모양을 잡아 주어 식힌다.

 

 

이게 두번 째인데 처음 말이인 하나의 도시락용은 시금치가 좀 적고 계란 흰자가 많아 색깔이 참 이뻤다.

초록이 많은 상혁이의 저녁 반찬용은 차라리 트리 모양으로 해 주었더니 입이 벙긋해진다.

지금 보니 케첩으로 방울을 달아 주어도 좋았을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너희들, 나중에 엄마 생각 할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