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흠,,,
뻑적지근하게 바람소리 내며 공방에 다니면서도 이제껏 남편에게는 암것도 해준 것이 없는 호호야입니다.
특별히 남편만 왕따를 시키는 것은 아니고 남편은 처음부터 제가 공방 다니는 취미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고 단지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이 생길까 봐서 그저 묵인하는 상태였다고나 할까요?
이 여자가 뭘 만든다면서 공방엔 나가는데 정작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어가도 곧 끝나간다는 완성품은 소식이 없고 -처음엔 모든 작업 순서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다 한 번만 더 나가면 끝날거라며 큰 소릴 좀 쳤드랬죠. ^^;- 그렇게 신용을 조금씩 잃어갈 무렵 미니 벤취에 이어 아이들 서랍장을 완성품으로 가져 와 헛기침을 좀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반응은 그저 그런 표정 뿐.
하나 책상을 만들고 책꽂이를 만들고 그러면서도 남편의 얼굴을 볼라치면 별무반응 무덤덤이었으니 조그마한 것 하나만 만들어줘도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이 우선이 되었지요.
지난 여름 어느 날, 하나 방에 가만히 앉아 있던 남편이 한 마디 합디다.
"우리 집에서 이 방이 제일 좋다. 마음도 안정되고 분위기도 좋고, 아마 저 원목 서랍장이랑 책상 때문인 것 같애. 우리 집에서는 안방이 젤 후졌어~."
띠유유우우우웅~~!
애들만 신경쓰는게 미안해서 지나가는 말로 "내가 자기 서랍 장 하나 만들어 줄까?"했는데
남편의 무반응은 곧 긍정이란걸 알면서도 남편의 바램을 무시하고 만들어 올 생각은 하지 못했네요.
그러다가 가을이 끝나 갈 무렵
"내 서랍장 만든다더니 어느 세월에 만들거야?" 하는 남편의 적극적인(?) 표현에 힘입어
올 겨울안으로 꼭 만들어 주마고 제 자신과 약속을 하고 성탄절에 맞추어 서랍장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홍송원목,오스모 월넛,천연 오일마감.
안방에 저런식의 특이한 구조가 있어서 애매했었지요.
원래 저 곳에 있던 3단 서랍장은 시집 올 때 해 온 것으로 가격에 비해 수납은 만족스럽지 않았고 16년을 지나오면서 이사도 다니고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이삿짐 센터 창고에서 몇 달간 방치되기도 했었기에 심히 낡아서 리폼이나 해 볼까하고 공방을 두드리게 만든 장본인이었습니다.
차마 사진도 못 찍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기에 볼 때마다 속이 답답했었는데 저렇게 남편의 서랍장이 높이 솟아 있으니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서랍은 역시 제 식대로, 작은 것이 위로 간다라는 법칙을 무시하고 다양한 크기로 만들었습니다.
지나치게 다양한 크기에 나무 조각이 많아 재단해 주시는 공방장님이 고생하셨어요.
아랫 부분이 제대로 착지를 못하고 공중부양한 듯한 모습이지요?
아래에 바퀴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바퀴를 한 번 달고나면 바퀴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습니다.
바퀴를 달면 철따라 옮기기도 좋고 청소하기도 훨씬 수월하지요.
결혼 전에도 툭하면 가구를 혼자서 이리저리, 힘이 들면 가구 아래에 수건을 깔고 끌어서라도 옮기던 저였기에 제 동생이 "누나는 장에 바퀴 달아서 시집가라."했었는데 아쉽게도 제가 결혼할 당시엔 바퀴 달린 장이 안 나왔었고 그 이후에 어느 업체에선가 선을 보였었는데 지금까지도 잘 팔리고 있는지 아니면 실패한 상품이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여튼 전 바퀴가 좋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가격은 좀 나가지만 우레탄 바퀴를 사용해서 바닥에 상처도 안 입히고 소리도 안 나도록 했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쌍둥이 서랍장 (http://blog.daum.net/touchbytouch/14305841)과 비슷해서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집에 가져 왔는데 서랍의 손잡이가 헛돌아요.
전 제가 힘이 없어 꼭 돌리질 못했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저 나사가 길어서 그렇다고 저렇게 톱으로 잘라 줍디다.
신기하게도 딱 맞아요.
"어? 정말이네. 애들 서랍장의 손잡이랑 하나 책상 서랍의 손잡이도 헛도는데 그것도 좀 잘라줘 봐봐."
아무리 관심이 없어해도 남자는 남잔가 봅니다.
여자인 저와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요. *^^*
서랍의 내부입니다.
바닥에는 한지를 붙여 주었고 칸막이를 만들어 주었지요~.
서랍이 높지 않아 보여도 기성품보다 훨씬 수납이 많이 됩니다.
요기도
요것도.
각각 다른 구성으로 칸을 막아 주었어요.
아이들 경우를 봐도 그렇고 역시 칸막이가 있어야 정리가 더 잘되는 것 같더군요.
칸막이가 없어도 서랍을 열 때마다 훅끼치는 삼나무의 향이 좋은데 칸막이까지 있으니 그 향이 참 좋습니다.
맨 아랫쪽 서랍에는 이렇게 양말을 넣거든요.
남편은 양말을 뒤집어서 싸매는걸 좋아하질 않아 늘 저렇게 접어서 보관하는데 칸막이가 없으면 잘 넘어져서 서랍 안이 어지러워요.
지금 보니 양말 참 많구나~~.
실은 선물용으로 들어 온 양말까지 모두 꺼내서 서랍 한 군데에 정리한 것이죠.
똑같이 작은 서랍이라도 맨 윗서랍에는 넥타이와 머플러같은 소품 위주로 수납을 했답니다.
아무래도 사람의 몸을 생각해 보면 아래위로 구분되어지는 순서가 있지 않겠어요?
기성품으로 나와있는 서랍장의 경우, 맨 윗서랍이 작다고 그 곳에 양말을 넣으면 사람의 머리위에 양말을 이고 사는 격이므로 별로 안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전 늘 서랍을 만들 때마다 양말 넣을 곳은 아랫 부분에 두지요.
속옷 서랍 정리는 요기까지만. 이런 식으로.
아직 끝이 아닙니다.
저 서랍장 옆으로 장을 또 하나 짤 것이고 그 위 시계 달린 벽면에는 책장 비슷한 선반(이런 것의 정확한 명칭은 무엇인지...)을 만들어 주려고 해요.
자투리 공간에 딱 맞는 개성있는 가구 만들기. 이게 바로 자작의 매력이지요.
이 서랍장 하나 들여 왔더니 방안이 훤해지고 남편도 좋았는지 간만에 칭찬도 해 주더군요. ^^;
게다가 이젠 다음 작품은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요구사항도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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