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내 딸도...

hohoyaa 2008. 3. 27. 08:59

 

 

 

 

이제 내게서 튕겨져 나가려고 한다.

워낙에 옷치레를 안하는 아이라 큰 엄마가 보내주신 옷이며, 사촌 언니나 내가 입다 주는 옷이며

아무 불평없이 웃는 얼굴로 입어주던 아이였는데,

작년 여름 자기도 입고 싶은 옷이 있는데 엄마가 안 사줄것이라 해서

호기있게 같이 옷을 사러 가 봤더니 이건 무슨 천쪼가리를 얼렁뚱땅 대충 박아 놓은 자루같은 볼레로다.

게다가 면티를 하나 골라도 중학생인 제 나이에 맞게 좀 단정한 것을 입으면 좋겠는데

가게 점원이 골라주는 유치한 캐릭터에 솔깃하고.

그래도 작년이니까, 아직 어리다 싶으니까, 내내 뾰루퉁하게 나와있는 그 입이 보기가 싫어

돈을 그저 버린다 생각하고 사주긴 했었다.

봄에 놀러갈 때 한 번 입고 빨고 나니까 금방 후들거리고 지저분해지는 옷을 그저 장속에 넣어 두고는 입지도 않더라.

아니 입을 수가 없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올 봄에 수학여행을 간단다.

처음엔 수학여행 보내 주시는 것만해도 감사하니 옷같은 것 안사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하더니

아무래도 입을 옷이 없다고 조금씩 신호를 보낸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생이 된 후로는 교복을 입는다고 맘 편하게 생각하고

사복은 전혀 신경을 안 써 주기도 했다.

가족 행사에도 될 수 있으면 교복을 입혀서 가고 정 사복을 입게 되면 초등학교 때 입던 것을 계속 입었다.

키는 좀 컸어도 살은 찌지 않았고 마침 요즘엔 몸을 옷에 넣고 꿰맨 것처럼 딱 달라붙게 입으니까   다행이다 싶더니.

이번 수학여행이 2박3일도 아니고 3박4일이니 옷 한 벌쯤은 사야겠다고 넌즈시 말을 건넨다.

안 그래도 가슴도 나오고 체형이 바뀌었으니 새 옷을 마련해 주려 했기에 어제 오후에 같이 나갔다.

아빠와 함께 나가니까 하나는 차를 타고 멀리로 갈 줄 알았다가 동네 등산용품 가게로 가는 것을 알고는 그 때부터 얼굴이 안 좋다.

아침에 나는 그 가게를 지나면서 이쁜 체크무늬 남방하고 봄 점퍼가  있기에 하나 생각을 하고 일부러 간 것인데 아이는 동네라서 무조건 못마땅한 것이다.

그러더니 옷을 입어 보면서도 입이 나와 있고

소재도 좋고 방수도 되니까 바람많은 제주에서 입으면 딱이다 하고 아무리 구슬러도 그 입과 표정이 여전해서 한 대 콱 쥐어 박고 싶은걸 애써 눌러 참았다.

하나 아빠와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싫은 이유를 대진 않고 꼭 다문 입에 고개만 설레설레 저으며 고집을 피우니까 결국엔 그냥 나왔다.

덕분에 돈만 굳었지하는 남편의 말도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앞서 가는 하나의 등을 보면서 서운했다.

하나 아빠는 하나가 지금 그럴 나이라며 이제 상혁이도 몇년 있으면 저리 될 것이라 하는데

이런 날이 올 것을 알았으면서도 서운한 마음에 앞서 화가 나는 것이다.

집에 와서는 그래도 어른인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 수학 여행 경비로 3만원을 주려 했는데

그 3만원을 미리 줄테니 친구와 함께 옷을 사입어보라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하나가 다시 내게로 돌아 와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별 동요없이 그러마고 돈을 받는 폼새가 예사롭지가 않다.

애들이 잠들고 상혁이 핸드폰을 정리하던 중 그 전화로 하나가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그냥 옷사러 가자고만 하고 약속을 안 했으니 이제 약속을 하자는 내용이다.

그래서 아예 엄마아빠와 옷을 사러가는게 내키지 않아 불만이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 누구와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으니 동대문으로 간단다.

난 또 괜히 심술이 나서 동대문에 너희끼리 가면 십중팔구 바가지 쓰고,복잡한 가게 통로에서 친구들 잃어버려서 찾는라 시간 다 보내고, 박음질이며 원단을 몰라 잘 몰라 실패할 수 있으며, 하자가 있어서 바꾸러 가려해도 그 가게를 다시 찾지 못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소매치기한테 털리면 집에도 못 온다고 장황하게 겁을 주었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하나는 이 엄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가까운 롯데마트로 가겠다고 한다.

'그래~ 거기 간다고 너희들이 제대로 된 옷을 살 수 있을 것 같애?

뭐든지 사들고 와 봐라.내가 일일이 트집 잡을테니까.

언제고 다시 이 엄마한테로 돌아오게 될거다.' 하고 속으로 별렀다.  ㅋㅋㅋ*^^*

 

 

 

 

 

ㅋㅋ 전 날 써 놓은 하나의 메모.

아마 내가 보길 바랬을까?

 

 

어제 돈을 받고 써 놓은 메모.

벌써 마음이 떴다.

 

 

2008,4,7 덧붙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다음 글도 꼭 봐주세요. *^^*

http://blog.daum.net/touchbytouch/1505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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