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것 만지기(DIY)

이동이 편리한 계단식의자.

hohoyaa 2012. 7. 24. 15:57

몇 년간 고심한 끝에 이제야 만들어 본,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계단식의자입니다.

 

이 역시 물색 파아란 의자.

주방에서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마다 근처에 있는 식탁의자를 끌어다 썼는데

이제는 그런 것을 옮기는 팔의 힘도 예전같지 않아 가볍고 잘 움직이는 그런 것이 없을까 고민을 했었지요.

이러저러한 궁리 끝에 스케치업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769 )

그런대로 괜찮다싶어 공방에 나무재단을 부탁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이제까지 여러 가구를 만들면서 나뭇결의 방향이 잘못되어서 혹은 나무의 칫수가 잘못되어서 쓰임받지 못하고 구석에서 조용히 숨쉬고있던 나무를 이용해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재료비면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목의자는 그 구성면에서 많은 나무가 들어가기에 가구중 가격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별로 크지도 않은 계단식 의자 만드는데에 나무의 조각만 25개.

물론 무게를 줄이자는 생각으로 몇몇 나무를 빼볼까했지만 내구성이 염려되어 정석으로 작업합니다.

한두 해 사용하고 버릴 것이 아니기에 튼튼하게 만듭니다.

 

 

조각수는 많지만 크기가 작아서 사포도 칠도 모두 간단하게 빨리 끝났습니다.

 

 

재활용하는 홍송24t 상판은 바탕이 흰색스테인이었습니다.

사포로 마감재와 흰색을 벗겨내고 파란색을 칠해보니 파란색밑으로 비쳐보이는 흰색의 느낌도 괜찮군요.

위의 것은 파란색이 주이고 아랫 것은 흰색이 비쳐보입니다.

 

 

결합입니다.

욕심을 부리느라 의자의 손잡이 부분을 사선으로 했는데 아랫부분과 결합시키는 과정이 꽤 까다롭더군요.

쉽게 가는 길보다 늘 어렵고 까다로운 길을 택하고 그러면서 실수도 많이 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일종의 불치병이고 바보같은 짓이 아닐까 자학을 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래도 완성을 하니 이뻐보입니다.

 

 

이렇게 발판을 앞으로 낼 수가 있어요.

 

 

초등학생인 아들이 끌며 옮기기에 딱좋은 사이즈가 되었습니다.

바퀴를 다느라 1mm의 오차도 허용치 않았는데 생각보다 의자가 무겁지 않아 굳이 바퀴를 달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뒤늦은 후회도 생깁니다만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옮기는 것보다는 바퀴가 편하리라고 위안을 합니다.

 

 

부엌에 놓고 쓰려고했는데 제 생각과는 달리 아들은 책장앞에 의자를 놓고 성큼성큼 올라갑니다.

 

 

 

이 때가 기회, 평소에 손이 닿지않던 맨윗선반의 만화책을 꺼내는군요.

 

 

어디~ 떡본 김에 제사나 지내볼까?

앉아서 책을 보는 자세도 편하게 보입니다.

 

 

식탁안으로 집어넣었더니 크지않아 좋군요.

식탁의자를 만들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구상을 해봐야겠어요.

저 발판을 앞으로 내어 발을 올려놓으니 참 편하더군요.

등받이의 기둥은 재단과정에서 실수를 해 좀 짧아졌는데 오히려 식탁밑으로 의자가 숨으니 복잡하지 않아 좋습니다.

그리고 바퀴가 있어 발로 딛고 올라설 때에 굴러가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분들, 걱정하지 마세요.

바퀴는 두개이지만 그외 묵직한 원목기둥이 6개니까 절대 안심입니다.

 

엄마의 작품을 놓고 아빠와 주거니받거니 의견 교환하는 모습을 보던 우리 딸내미.

"아빠, 아빠는 칭찬에 인색해. 엄마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잘했다고 해주세요."

"응? 아니 아빠는 단지 다음에 만들 적에는 이런점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 뿐이야."

"그래도 엄마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작품에 대해 칭찬보다도 부족한 면을 지적당하는 것 같아서 속상할 거에요.그건 누그나 그렇다고요."

옆에서 잠자코있던 아들도 한마디 거듭니다.

"누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잘못 된 것은 알려주어야하고 그래야 다음에 더 좋은 가구를 만들 수 있으니까 아빠도 옳다고 생각해."

"그래 그래. 엄마는 우리 가족이 모두 만족하는 가구를 만들고 싶으니까 아빠의 의견은 물론 너희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런건 기분나쁘지 않아. 만성이 되었다고나 할까?ㅎㅎㅎ"

"에이~.그래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부터 해주는게 예의지요."

"맞아. 그리고 엄마. 지난 번에 내 책고무줄.(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457)

미리미리 특허를 안냈다고 후회했으니까 이번에 만든 엄마의 아이디어 의자는 꼭 특허를 받아요. 그만큼 엄마의 아이디어가 좋은거라고 생각하니까."

아빠편을 들어 미안하다고 생각했는지 제법 진지한 어투로 엄마를 위로하는 아들녀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