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아실 이...

아버지...

hohoyaa 2011. 9. 3. 21:12

 

오늘 친정에 다녀옴.

내가 간다하면 또 친정에 들렀다가 나와서 버스를 타기까지 늘 창문너머로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며칠새 많이 수척해지셨다.

물이라도 삼키고나면 가슴이 너무 아파서 고통스러워 하셨다.

여간해서는 아프다는 말이 없는 우리식구들.

차라리 남들처럼 짜증이라도 내시지 그저 혼자서 꾹꾹 참고계시니 옆에서 보는 엄마의 마음이 아프시단다.

밤에도 어둠속에서 혼자 일어나 앉아계신 모습에 엄마가 깜짝 놀라시기도 했다는데 그 긴시간을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지새셨을까?

 

처음 소식을 듣고 하나를 학교에 보내놓고 새벽같이 친정엘 갔었다.

나는 엄마를 보고 엄마는 나를 보고 서로 말도 못하고 눈물부터 숨기느라 외면을 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오시며 무슨 일로 새벽부터 왔느냐고 너무도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거짓말같은 일이다.

아버지가 암이라니 거짓말도 이런 거짓말이 없다.

젊어서는 애연가이셨으나 60넘어서는 조금씩 양을 줄여 담배도 끊으셨고,약주는 원래 못하시니 일년에 한두번 명절에만 가볍게 하시던 분이시다.

폭식도 아니고 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의 소식을 하셔서 식탐도 없으셨는데 무슨 이유로 암에 걸리셨을까 생각하니 지금 몸에 좋은 것을 찾아먹는 내자신이 참 우습게 보인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 모두 집에서 돌아가셨기에 내게 있어서 죽음이란 평온과 고요였다.

아버지가 80년을 사셨으니 곧 닥칠 그것에 대한 마련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암에 걸려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는 것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부모도 없이 몸이 아프니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아버지 연세가 80이라는 생각에 쓴웃음도 지으신다는 엄마. 엄마 생각엔 아마도 아버지가 독자라 그러실 것이다.

 

 

이 사진 날짜를 보니 7월14일.

인사차 들렀다가 한여름에 춥다고 이불을 두르신 아버지를 보고 한바탕 웃었었다.

하나는 할아버지가 너무 귀엽다고 핸드폰으로 이사진을 찍었는데 이 때는 아버지의 몸속에 그런 것이 있으라리고 생각도 못했다.

일년에 한두번씩 앓으시는 감기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지난 봄에 춘천가서 찍은 사진과는 크게 달라보이지 않으나 오늘의 모습은 너무 힘들어보이셨다.

아버지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은 이제껏 살면서 처음 보았다.

 

뭔가 남겨야할 것 같은데 글로 옮겨지지는 않고 두서없이 적어봤다.

 

 

7,25

건강검진시 아버지가 식도암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됨.

현대아산병원에서 확진

9,5

현대아산병원에 입원하셔서 조직생검.

'내 마음 아실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장문을 나서며  (0) 2011.08.16
식도암.  (0) 201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