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참 많이 춥네요.
한달 반동안 병원과 우리 집을 오가시던 시부모님께서 본가로 내려가시고 나니
갑자기 할일이 없어져 멍한 상태로 부엌을 서성이게 됩니다.
일단 커피를 한잔 마시고 청소를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고 씽크대를 보니
불현듯 저도 남들처럼 카페분위기를 내고 싶더군요.
그래서 창문가에 걸렸던 철제선반을 치우고 컵홀더의 가로대를 한개 빼서 모카포트를 올려놓고
그라인더도 넣어보고 에쏘잔을 채워보지만 그닥 분위기는 잡히지않고,
다시 원위치를 시키다가 지난 번에 고구마케잌을 하면서 만들어놓았던 생크림 생각이 나는 것이
달달한 비엔나커피를 한잔 만들어 마시기로 합니다.
오늘의 주연은 브리카.
다른 모델과는 달리 압력추가 있어서 진한 커피를 낼 수 있으니 오늘의 역할에 제격이지요.
포트의 아랫부분-보일러라고 하더군요.-의 내부에 있는 지시선까지만 물을 채워주면 되는데
이 브리카는 딱 정량을 맞추는 컵이 들어 있어서 편리합니다.
이렇게 컵으로 물을 계량해서 보일러에 따라주면 적정량의 물이 채워집니다.
사실 일일이 저렇게 하는 것도 귀찮아서 보일러에 직접 물을 채우긴 합니다.
대신 계량컵은 주로 이렇게 커피를 바스켓에 담을 때 이용하는 편이지요.
바스켓에 채운 커피는 브리카의 경우 꼭꼭눌러 다져주는 것보다는 옆구리를 가볍게 톡톡치거나
윗부분을 흝는식으로 살짝 정리해 주는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필터도 한장 덮어주면 깔끔한 커피맛을 즐길 수 있지만 필터없이 끓여도 좋더군요.
브리카, 불에 올린지 1분이 지나면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딸아이의 "다녀왔습니다." 소리가 들리고 거의 동시에 커피가 추출되기 시작합니다.
처음 이 동영상을 다시 보면서 우리 집에 누가 온 줄 알았다나요. 깜작이야.
저 풍부한 거품같은 것이 크레마일까요?
아마도 대부분은 거품이라 생각하는데 커피마니아들은 저 크레마로 커피의 질을 따지더군요.
전 그저 에스프레소를 좋아할 뿐 전문적인 지식은 없어 까다롭지 않게 즐기고 있습니다만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크레마가 답답한 가슴속까지 뚫어주긴 합니다.
다음은 생크림을 올려야지요~.
일회용 비닐봉지의 한귀를 묶어 삼각형을 만들어 주고 깍지를 조립해 생크림을 담아주면 됩니다.
생크림은 식물성이 휘핑은 더 잘되지만 고소함에 있어서는 동물성에 설탕을 넣은 것이 더 나아요.
냉동고에서 얼리지 않고 냉장고에서 며칠을 지내도 괜찮더군요.
커피 전문점에 가보질 않아서 어케하는 것인지는 잘모르지만 처음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게 나온 것 같아요.
계피까지 솔솔뿌려 본격적으로 달콤한 비엔나커피를 음미하려고 돌아서는 순간,
아~!
좀전까지 아들녀석이 숙제한답시고 앉아있던 책상이.......
기분좋게 만들었던 비엔나커피마저 미워보이는 이럴 때 쓰는 말이 바로 "현실은 쓰레기통"이라던가!
커피를 마시는둥 마는둥 책상부터 주섬주섬 치운김에 집안 청소까지 마치고 다시 느긋한 커피를 즐기러
브리카에게로 갑니다.
추출한 커피는 생크림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이번엔 더블에쏘잔에 담았어요.
커피를 다 따르고도 저렇게 꺼지지 않고 남아있는 저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크레마라고 우겨볼까요? ^^
잔이 작아서인지 생크림이 소복하니 자리를 잘 잡았어요.*^^*
이제야말로 추운 겨울날의 망중한을 즐깁니다.
무심코 한입 머금고 나니 뽀글뽀글 거품이 살아 움직입니다.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몸과 마음까지도 스르르르 녹여줄 비엔나커피입니다.
지금이야 커피 전문점도 많이 생겼고 듣도 보도 못한 여러종류의 커피가 많이 있지만
명동의 옛시간, 지나간 그 시절에는 매주 토요일 2시까지만 비엔나 커피를 팔던 다방이 있었어요.
카페라는 이름도 서먹했던 그 시절~오로지 비엔나 커피를 마시겠다고 명동을 찾았던 시절이었죠.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에서 이름을 딴 비엔나커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이나 여유로움과는
달리 자동차가 없던 시절 한손에는 늘 말고삐를 잡아야 했던 마부들이 마시던 것이랍니다.
커피에 설탕,크림을 따로 넣을 여유도 없고 출렁이는 커피를 들고 마시기가 어려워
이 생크림을 거품으로 만들어 커피에 얹으니 맛도 좋지만 커피를 쏟지 않게 되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비엔나에서는 이 커피를 아인슈펜나 - 서있는 한 대의 마차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비엔나의 어느 골목에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꽁꽁 언 손과 발을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녹였을 마부를 생각하며
오늘도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우리들의 아버지,한 가정의 가장을 위해 건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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