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빵만들기를 게을리 했다.
입이 심심한 식구들이 뭐마려운 강아지처럼 연신 부엌을 들락거리고 냉장고를 여닫는 것을 못본체 하다가
오늘 모처럼 4식구가 모였길래 도너츠를 만들었다.
기름이 몸에 안좋을런지는 몰라도 더위가 가시는 요즘에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서툰 솜씨나마 직접 빵이며 과자를 만들적에는 내 마음과 더불어 식구들의 마음도 푸근해지는 것 같다.
얼마전 사이드미러 접촉사고가 있었던 남편.
상대방 운전자가 식구들 진단서를 끊었단다.
보험사에서는 일단 보험금을 지급하고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내용증명을 보내야한다고 했다.
처음엔 내가 더 속상해서 끝까지 흑백을 가리자고 했지만 이미 소송을 경험해 본 남편은 자기가 생각하는 범위내에서 보상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돈만 잃고 말겠다고 했다.
그런데 일의 진행상황을 듣다보니 상대방 운전자의 마음이 참 여유가 없구나 싶다.
연극배우인 남편,TV드라마에 출연하기는 하지만 난 늘 남편이 연극배우라 생각하고 또 남들도 그렇게 봐주었으면 한다.
사고가 나서 경찰서에 갔더니 남편을 본 경찰이 "어디서 많이 뵌 분이시네요."하면서 말을 시작했단다.
아주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TV에서 낯익은 얼굴이긴 하지만 이름은 모르겠고 그러니 당연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그런 말이 그저 보통으로 들리기는 한다.
그런데 상대편 운전자는 그 말에 비위가 틀렸는지 그 경찰이 남편이 연예인이라 봐주었다며,둘이 아는 사이라 편파적인 일처리를 했다며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단다.
우리는 그렇다치고 남편과는 아무 상관없는 경찰공무원의 경력에 흠이 가는 일이 생긴 것 같아 일주일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 날 사고가 나기 전 그 운전자분의 반나절은 어떠했기에 그리도 마음이 강퍅해졌을까?
한순간 나역시도 이기적인 감정에 휘둘려 괜한 생각이 들었는데
누군가를 위해 도너츠를 만들고 그 도너츠를 먹는 식구들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남편말대로 우리가 손해보고 사는 것이 두발 뻗고 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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