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학교에서 받아온 유인물중 교내 가족독서신문 만들기 공모전이 있었다.
제목만 보아도 "어휴~ 이런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지. 우리 상혁이는 꿈도 못꾸는 미션이야."하면서 신경도 안썼다. 평소에도 글씨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일기를 힘들어하고 독후감 쓰기 싫어서 읽은 책도 안읽었다고 기록하는 상혁이에게 4절지를 채우는 신문만들기는 본인보다도 옆에서 지켜보아야하는 내게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 것이 뻔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바꾸어 놓은 내 인생의 책한권이 보였다.
상혁이가 툭하면 손에 들고있던 낡은 책 한권.
읽고 읽고 또 읽고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떨어져나가도록 껴안고 있는 책은 처음이다.
만화책말고는.......
이리 보아도 해진 모습.
요리 보아도 낡은 모습.
유상혁이란 이름 석자는 무사하다.
상혁이가 그리도 품고있는 이 책은 2008년에 민정이가 선물해 준 '클로디아의 비밀'이다.
상혁이표 책고무줄 -----> http://blog.daum.net/touchbytouch/15086191
이 책이 그렇게 재미있더냐고 두눈 가득 사랑과 기대를 담아 물으니 싱겁게 고개만 끄덕한다.
클로디아이야기를 하니까 숙제를 하던 하나도 참견을 한다.
"뭐? 클로디라의 비밀? 이거 얼마나 재밌는데? 이 책을 보면 가출을 하고 싶어진다니까요.ㅎㅎ"
나는 이 책을 안 읽어봐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이야길 듣고보니 어느 날 주인공 클로디아가 가출을 하는데 가출을 하는곳이 다른 곳이 아니고 미술관이기에 무언가 색다른 이야깃거리가 있는가 보다.
요즘 쉽게 쉽게 읽히는 책들에 길들여져 오히려 퇴보하고있는 상혁이의 독서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픈 엄마는 이 책의 낡은 모습을 보는 순간 기억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던 독서신문을 만들어보자고 하고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보니 어쩌면 제법 재미있는 신문을 만들 수 있겠더라.
글씨쓰기 싫어하고 오랫동안 집중을 못하더라도 엄마가 잘만 유도하면 재미있고도 보람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유인물에 나와있는 참고내용을 보고 주제를 고르고 구상을 하면서 약간은 들떠있는 엄마에 비해 상혁이는 그저 재미있겠다는 반응뿐, 글씨를 써야한다는 생각에 심드렁이다.
"상혁아, 신문만들기가 좀 어려워도 해놓고나면 얼마나 뿌듯하겠니? 더구나 정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면 인원에 제한을 두지않고 상을 준다니 열심히 하고 상까지 받으면 더 좋잖아."
"엄마, 인생을 살면서 상이 꼭 중요한건 아니에요."
"아~ 물론 그건 그렇지. 하지만 받아서 나쁠 것은 없지. 지난 번 독서 골든벨에서도 네가 준결승에서 아깝게 탈락했다고 얼마나 안타까워했니? 그 때에도 엄마말 듣고 책을 한 번만 더 읽었어도 1등할 수 있었을텐데.......그런 욕심은 많아도 흉이 아니야."
"엄마, 그래도 전교에서 5명안에 들었거든요? 그리고 나랑 어떤 형이랑 탈락한 뒤에 나온 나머지 두문제는 내가 다 아는 문제였으니까 책을 덜 읽어서 그런건 아니에요.그리고 내가 틀린 문제는 책에 안나온 거였다고요."
"그러게...그러니까 안타깝다는거지. 너를 탈락시켰던 그 문제만 통과했더라면 나머지 문제를 다 맞히고 1등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안들어? 그리고 네가 책을 제대로 안읽어서 그렇지 아무렴 책에 안나온 문제를 출제했를려고......."
"진짜로 안나왔어요.용마루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니 아니 다 지난 일이고 그냥 나는 상 못받아도 괜찮아. 그리고 역시 상이 중요하진 않으니까 3등까지만 상을 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그래도 4학년에서는 내가 젤로 마지막까지 남아있었거든. 난 그걸로도 충분하고 나머지 문제의 답을 내가 알았으니까 된거지.그리고 내가 독서골든벨에서 잘해서 그런지 끝나고 나니까 반애들이 말도 시키고 그러던걸요? ㅎㅎ"
꼭 상을 타라는게 아니라 동기유발을 좀 하려고 했더니 끝까지 미끌미끌 잘도 빠져나가네.
두 문제를 맞출 수 있었는데 직전에 탈락했다는게 안타깝지 어떻게 아는 문제가 남아서 다행이야?
생각을 해도 우리와는 달리 좀 이상하게 합리화를 시킨단 말이야.ㅡㅡ;
상혁아, 우리는 이렇게 이렇게 글을 쓰고 글쓰는게 싫으면 인쇄도 괜찮은 것 같애.
그리고 사진은 이런 사진을 쓰고 너는 기자가 되어서 클로디아를 인터뷰한다고 생각하고 질문을 열가지 정도 만들어 봐.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짧은 독후감을 부탁해보자.네가 꼭 넣었으면 하는 기사는 어떤건지 생각해 봐. 어쩌면 엄마가 네 글을 돋보이게 하는 작은 포인트정도는 만들어 줄 수도 있어. 한 번 해볼까?
진심으로 마음이 동했는지 그저 건성인지 하겠다고는 하는데 밤늦게 돌아온 하나는 우리가 독서신문을 만들기로 했으니 누나도 독후감을 하나 써달라는 상혁이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어휴~!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그렇게 도와달라고 도와달라고해도 안 도와 주시더니
상혁이 숙제는 엄마가 솔선수범하시네. 난 시간도 없지만 샘이 나서 못써줘." 한다.
그야 너는 혼자서도 잘하고 상혁이보다 똘똘했으니까,그리고 그 때는 엄마가 직장에 다녔으니까 못도와준거고 너도 알다시피 상혁이에게 무언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독서신문을 만들기로 한거니까 마음 넓은 네가 이해해라하면서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겨우 승낙을 받아냈다.
이것이 어제까지의 일이다.
이제 이번 주말에는 오로지 독서신문에 매달리게 될텐데 과연 내가 제대로 배겨낼지 의문이다.
이 어기적어기적 꾸물대고 느려터진 녀석을 데리고 신문을 만든답시고 판을 벌렸다가 울화가 치밀어 뒤집어 엎지나 않을런지 염려도 되지만 하는데까지 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결심을 했다.
참,참,멜라니아님에게 원고청탁을 하겠습니다.
책을 좋아하는(책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면 더 좋고...) 가족분들의 사진과 더불어
책을 사랑하는 상혁이에게 주는 편지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민정이에게도 한가지.
선물한 책을 끝까지 잘 읽어준 상혁이에게 한마디 부탁!
물론 사진도 함께라면 더더욱 좋고~.
날짜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휴~, 다 만들었다. 가족독서신문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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