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어버이 날, 감동의 도가니탕을 먹다.

hohoyaa 2010. 5. 28. 10:41

5월 둘째주 수학여행을 간 하나를 기다리며 길고 긴 한주를 보낸 상혁이. 

누나는 언제 올까? 몇시에 도착할까?

어린이날도 지나고 바야흐로 어버이날이 도래하고 있는 시간.

드디어 상혁이가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누나가 돌아 왔다.

누나가 오자 여행가방을 채 풀어놓기도 전에 누나방으로 따라 들어가 문을 굳게 잠근다.

ㅎㅎㅎ 내 이럴줄 알았지.

너그들  내일 어버이 날 준비하는 걸 이 엄마는 다아 알고있지만 속아주마.

 

 

어버이 날은 다음 날인데 하나와 같이 우리앞에서 저 상장을 읽어주었다.

다음 날은 결혼식도 있고 분주하니까 미리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상혁이의 이름밑으로 지운 흔적이 있다.

아마도 처음엔 '자랑스런 딸,아들 유하나 유상혁'이라 썼을텐데 남을 배려하는 상혁이 특유의 맘씨는 아예 누나 것을 따로 한 장 더 만들었나 보다.그렇게도 글씨쓰기를 싫어하는 녀석이 말이다. 

아~! 근데 좀 서운하다.

커다란 선물까지는 아니어도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 상혁이도 무미건조해지는가 보다.

 

 

 

그러면 그렇지. 어버이날 당일 결혼식에 가려고 나가면서 우체통을 흘낏보니 편지가 있다.

상혁이는 원래 계획은 자기가 먼저 발견해서 엄마한테 쨔잔~~!하면서 깜짝놀라게 해드리는거였는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애석해했다.

그나저나 가는 펜으로 빨간 하트를 메꾸느라 엄청 힘들었을게다.

 

 

요런 편지,다들 받아 보셨죠?

왜들 표정이 그러세요? 어버이 날마다 카네이션 한송이만, 아니면 학교에서 공부시간에 쓰는 단체메일만 받아보신 분들처럼?

어버이 날에 이정도 편지 안쓰면 엄친아가 아니잖아요? 

 

그런데,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더란 말이지요.

다음 날 방청소를 하다보니 눈에 띄는 종이봉투.

 

 

어라? 이건 또 무슨 편지?

우표를 보니 같은 우표도 아니네?

 

 

겉봉엔 튤립과 벌까지 이쁘게 그려있네?

나중에 상혁이에게 들은 과학상식에 따르면 벌침이 있는 녀석이 암펄이란다.

 

 

내용을 보니 우리가 받았던 편지의 내용과 비슷~!

그러니까 이게 원본이더란 말이냐.

 

 

게다가 또 한 장의 괴문서 발견.

 

 

 

 

1 예식장가기 전에 편지함에 편지를 넣는다. 

2 오다가 먼저 편지를 발견한 뒤 부모님께 드린다.

 

 

3 편지를 읽으며 준비해 놓았던 카네이션을 드린다.

4 뽀뽀를 해드린다.ㅋㅋ

 

 

6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7 잔다. 쿨쿨~

 

 

 편지 한 장을 쓰고 그 편지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누나도 없이 홀로 머리를 쥐어뜯었을 상혁이에게 박수를.

 

 

변덕스런 엄마.이 편지 한 장으로 그렇게 감동을 먹었건만 잠시잠깐의 실수를 한 상혁이를 벌한답시고 이틀 후 학교에서 열린 공개수업에 가지 않았다.

공개수업이 있던 날 학교에서 돌아 온 상혁이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는 엄마가 오실 줄 알았는데 왜 안 오셨느냐고 한다.

사실 4학년이나 되었고 공개수업에 가봐야 별달리 신통한 것도 없으니 이제 그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더니 공개수업에서 자기 편지가 뽑혀서 앞에 나가서 낭독을 하게 되었는데 울 엄마는 안 오셔서 다른 엄마들만 자기 이야기를 들었단다. ㅜㅜ;

"아,이런...하지만 상혁아.인생이란 그런 거란다.운명이란 늘 기대와는 다른 길을 가기도 하고 말이지.만약에 엄마가 공개수업에 가서 교실에 서있었더라면 아마도 네 편지가 뽑히지 않았을 수도 있어.어쨌든 엄마가 가지 않아서 네가 다른 엄마들앞에서 편지를 읽게 되었으니 엄마는 그게 더 자랑스럽다.(제발 용서를.......)"

급수습을 하려고 상혁이에게 엄마앞에서 다시 읽어보라고 했다.

 

상혁이가 하는 말.

"엄마 사실은 제가 이거 앞에 나가서 읽으면서 이거랑 똑같이 읽지 않고 빼먹고서 읽었어요.왜냐면 엄마한테만 들려주고 싶은 엄마만의 편지니까 지금 읽은게 진짜에요. 엄마,사랑해요.와락!!"

 

 

 

하나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어버이 날 편지.  http://blog.daum.net/touchbytouch/1527993

상혁이가 나를 버렸을 때.                            http://blog.daum.net/touchbytouch/1529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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