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내 수세미가 이쁘긴 이뻤나보다

hohoyaa 2010. 3. 23. 21:07

지난 2006년 남아공의 심샛별님과 함께 했던 바자를 준비하느라 열심히 떴던 아크릴 수세미.

ㅡㅡㅡ>  http://blog.daum.net/touchbytouch/7549457

 

처음 이 수세미를 뜬 실과 파인애플도안은 일본 '하마나카'社의 패키지인데 실값이 너무 비싸고 국내에 들어오는 칼라가 다양하지가 않아 모토히로사의 스펀지얀이라는 실로 대체를 했다.

13가지 색상의 실을 대량으로 바리바리 주문해서 한장, 두장 수세미를 뜨기 시작하면서 어떤 모양으로 또는 어떤 배색으로 뜰까 고민했는데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상혁이가 무지개로 뜨면 이쁘겠다는 말 한마디에 색깔대로 골고루 떠서 윗글처럼 동그랗게 펼쳐 놓고 사진을 찍었었다. 우리 눈에 구름다리처럼 보이는 무지개도 알고보면 동그랗다는 상혁이의 말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그렇게 펼쳐놓고 사진을 찍고보니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사람의 눈은 다 같은지 내눈에 예뻐보인 수세미는 남의 눈에도 이쁘게 보였나보다.

도안을 보내달라는 문의가 많았지만 엄연히 하마나카사에 저작권이 있으니 함부로 도안을 돌릴 상황은 아니고 더구나 이 도안으로 만든 수세미를 판매하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미안한 마음으로 거절을 하고 대신 동영상과 말로 풀어서 설명을 해놓긴 했었다.(지금도 간혹 그 수세미 뜨는 동영상을 보러오는 이들이 있다.)

그 해 한 철 수세미를 뜨면서 물건을 인터넷에 내놓고 팔라는 권유도 들어봤다.

아내가 아무리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번다지만 수세미를 뜨겠다고 실을 잔뜩 사서는 집안에 털실먼지를 한가득 날리고 몇개 떴다 싶으면 포장한다고 포장지를 사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선물로 주고, 또 주고.......

열심히 떠서 한푼이라도 이익을 남길 생각은 않고 모두 남들에게 주다보니 사실 남편의 눈치를 안볼 수도 없던차에 내심 양심은 있는척 슬쩍 남편의 의중을 떠보았었다.

한창 손이 갈 두아이의 엄마로 직장까지 다니다보니 시간도 없었거니와 내성적인 나의 성격과도 맞지않고 남편역시 손뜨개는 취미로 해야지 부업을 생각하는 순간  스트레스로 인해 재미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마음 편히 내가 하고싶은 취미생활이자 에이즈고아 돕기바자에 낼  요량으로 수세미를 떴었다.

 

요즘에도 심심찮게 이 수세미를 보러 오는 분들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이 내 수세미로 보이는 사진을 오픈마켓에서 보았다며 직접 판매를 하는지  물어왔다. 그러면서 샾에 내걸린 사진이 꼭 내 수세미같다는 것이다.

그럴리가 없는데 하면서 검색창에 아크릴수세미를 쳐보니 눈에 익은 수세미가 들어온다.

 

 

 위에서 두번째 사진을 보는 순간 쌍둥이를 구별하는 엄마의 동물적감각처럼 어딘지 내 손이 간 수세미같더란 말이다. 손뜨개는 같은 무늬 같은 실로 똑같이 뜨려고 애를 써도 뜨는 사람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니 저것이야말로 내 자식인 것을 척보고 알겠더라.포토샾으로 사진을 오려 잘라 붙였어도 내 자식임을 알겠더라.

 

 

 

클릭을 해서 들어가 보니 이번엔  아예 원판 사진에서 가운데 꽃송이만 빼고 올려 놓은 사진이 보인다.

 

 

 

 

혹시나해서 스크롤을 더 내려보니 판매샾 주인장이 직접 뜬 수세미의 모양이 나온다.

확실히 내가 뜬 수세미와는 다른 모습이니 내것이라 주장하는 저 윗사진의 수세미는 주인장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지.

어차피 도안은 내 것이 아니라 저작권이니 뭐니 따질 것은 없으나

그래도 사진은 내 사진인데 내 블로그에까지 들어와서 사진을 가져가면서도 일언반구 말이 없은지가 몇년인지.......

하면서도 인터넷이란 넓은 바다에서 하고 많은 수세미의 사진 중 내 것을 가져갔다는 것에 묘한 기쁨을 느끼는 것은 또 무슨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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