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나들이.
결혼을 하고보니 기껏해야 몇 년에 한 번 집안 경조사에만 얼굴을 내밀게 되는구나.
파이프오르간이 멋지다.
가운데 신랑신부가 입장하는 무대가 있고 양쪽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두사람의 어릴 적 성장모습을 담은 사진과 미국유학당시 사랑을 속삭이던 사진들이 보여진다.
그렇게 스크린을 보고 있자니 장차 우리 하나와 상혁이의 결혼식에 쓰일 쓸만한 사진이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훌쩍 커서 이제는 어린이가 된 정훈이와 함께.
이런 날이면 동생도 쪼매 챙겨주는 하나누나.
결혼식 비용이 거의 음식값인지 상당히 비싼 코스요리가 나왔길래 찰칵~!
나머지 사진은 똑딱이를 원망할 밖에.
이렇게 셋이 찍은 사진이 먼 미래에는 이들이 사촌임을 증명할 것이다.
어릴 적 같이 놀았던 사촌들은 모두 아저씨가 되었고
어린 사촌은 어느 새 제 몫을 다하는 성인으로 자랐다.
특히나 미국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되어 돌아 온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촌을 보니 참으로 반갑더라.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친해져야 할 정형외과. 주치의가 되어 줄 것을 미리 다짐받아 놓았다. ㅎ~
큰당숙모가 내게 "너는 효녀가 아니야."하셨다.
요즘 효녀는 자가용으로 친정 엄마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데 아직 면허도 안땄다고 효녀가 아니라신다.
아들이 많은 집안이니 드라이브 시켜주는 딸이야기는 먼나라 이야기.
그렇잖아도 이제 슬슬 운전면허를 딸려고 한다했더니 잔뜩 기대를 하신다.
"너라면 우리를 태우고 다닐텐데......."
지금 반가워 해주시는 친척어른들은 내가 어릴 적 뵈었던 분들이다.
명절이나 집안모임에 어른들을 따라 나서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면 이런 날 만나도 서먹서먹할터인데
집안에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을 짐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우리 꼬마손님들에게도 신경을 써주셨던 당숙모들은 친정어머니와 매한가지로 정겹다.
공부한다고, 바쁘다고, 부담된다고 왕래가 없으면 훗 날 친척임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하는 기우도 해 본다.
엄마는 나와 다른 것을 보셨다.
신랑신부가 시부모님보다도 친정부모가 있는 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속상해 하셨다.
나는 그것에까지 신경쓰지는 못했으나 아마 기분상의 문제일 거라고
아마 파이프 오르간이 사진 배경으로 잘나오는 쪽이라 그랬을 거라고
대신 변명을 했다.
결혼식장이 있는 곳은 전에 내가 다녔던 직장이 있는 곳이다.
우연찮게 전철안에서 직장 후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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