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부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강원도에 갔다가 오늘 돌아 올 예정인 남편도 걱정되고 오늘부터 학교에 나가는 하나도 안쓰럽다.
하나가 입학할 예정인 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2월 14일부터 예비 신입생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을 밤11시까지 해주고 있다.
작년 12월에 열린 신입생설명회에서 2009년에 새로 부임하신 여교장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력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수리 영역에 취약한 학생들을 위해 정교사외에 3분의 선생님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고를 해서 모셨다 한다. 본인이 수학교사 출신이어서 아는데 수학은 10명 앉혀놓고 수업하는 것보다 5명이, 5명보다는 1대1일 수업이 효율적이라고 하셨다.올해부터는 다른 과목 선생님들의 양해를 얻어 수학담당 선생님은 담임반이나 일체의 잡무도 안 맡길 것이고 따로 연구동을 만들어 언제나 학생들이 찾아와서 의문점을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오픈하시겠다고 했다. 학생들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학교에서 일대일 과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학원엘 갈 필요가 없겠다.다른 과목보다 수학에서 고생을 하던 하나이기에 학교의 그런 계획에 귀가 솔깃해졌다.
실제로 신입생 설명회가 끝나고 방학동안 특강을 신청한 학생들이 100여명으로 애초에 학교가 예상했던 예상했던 80명을 넘어 반을 하나 더 만든다고 한다.
신입생 설명회에서 기억에 남는 어머니가 있었다.
자기 아이는 12월이 되면서부터 고등학교대비 학원에 다니고 있고 오늘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학교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이 좋아 참여 시키고 싶은데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수업하는게 아니고 중간중간 자율학습시간이 있다하니 학원다니던 우리 아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되어 망설여진다는 것이다.이제껏 사교육을 놓치 않았던 부모와 학생으로선 당연히 불안한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어졌다.
우리 역시 하나가 고등학교에 가면 이제까지와는 달리 사교육을 강화해야하지 않을까 했었기에.
2009년 10월.
사실 하나는 지난 해 자사고 입시에 실패를 한 후 실망감보다는-준비 없이 무모하게 달려들었으니 실패가 당연하다-앞으로 대학 입시에서 시행될 입학사정관제에 예행연습을 해봤으니 얻은게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자기가 그 학교에 들어갔다면 세상이 너무 쉽게 보여서 오히려 자신의 인생에 마이너스가 되었을 거라며.
12월,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한 교육평론가가 특강을 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강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발표할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단다.하나는 선물로 준다는 그 강사가 직접 쓴 책을 받고 싶어서 손을 들었고 전교생 앞에서 자신의 꿈과 그 꿈을 이루기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발표하러 강당을 지나갈 적에는 뒤에서 남자 애들이 나댄다는둥 말이 많더니 발표가 끝나고 강사가 "이런 학생이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유리하다."는 말에 조용해졌단다.하나는 자기가 그런 기회를 잡은 것도 자사고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꿈에 대해 밑그림을 그려보았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우리 부모입장에서는 역시 주변처럼 빡세게 사교육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그랬다면 하나도 소위 스펙이란걸 쌓아서 자기의 꿈에 한걸음 더 가까이갈 수 있지 않았을까,고등학교에서는 그렇게 해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많았던 차였다.
그러나 그런 염려도 한낱 사치에 불과하고 현실은 자사고에 떨어졌기에 이제 속칭 뺑뺑이로 학교를 가야 하니 어느 학교에 배정이 될런지 모르지만 집은 경기도이고 학교는 서울이니 여차하면 우리가 하나가 배정될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야할런지도 모르겠다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복잡했는데 마침 하나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와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그 학교도 영어특성화학교이기 때문에 일단 입학 시험을 치루어야 하지만 담임 선생님과 진로부장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하나만 원한다면 정원외로 입학을 허가해 준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같은 서울권 학교에서는 이사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전학도 안된다는데 앞으로 배정될 학교가 어디가 되었건 학교에서 직접 접촉을 해서 하나를 전학시킬 것이고 잘되면 입학식 날 전학이 될 것이고 아니면 일단 그 학교에 입학을 했다가 전학을 와야 한단다. 그 과정에서 우리 학부모는 아무 할 일이 없고 다만 전학에 관한 일의 추이는 전화로 알려 준다고 하셨다. 더불어 방학동안 예비 신입생을 위한 특강도 듣게 해주고 하나는 특별관리대상이라시며 격려해 주셨으니 시험에 떨어지고 잠시나마 의기소침했던 하나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듯 보였다.
12얼 중순부터 시작된 방과후 수업에 충실히 임하다가 지난 일주일은 자율학습에 연말 연시이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숙제를 틈틈이 했고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배치 고사도 보고 점심과 저녁까지 학교에서 먹고 밤시간까지 수업을 받는다.
9시 이후는 자율학습이라 그 시간이 되면 집에 오라고 했더니 단체생활이니까 한명 두명 빠지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안좋아진다고 자기도 11시까지 하고 오겠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차를 대고 기다리니 아빠도 시간이 되면 학교에 가겠다고 하니까 차를 타고 편하게 다니다가 나중에 타지못하게 되면 더 불편하게 느껴지니 아예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한다.
날씨도 춥고 어두운 길이 걱정이지만 다행히 친한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는 재미가 좋은가 보다.
밤 11시 40분정도면 남편은 버스 정거장에 나가 하나를 기다리는게 일과가 되었다.
아직 중학교 졸업도 안했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대부분의 전기 고등학교에서는 1월달부터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졸업 후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전 기나긴 겨울 방학이란 말은 이제 찾아볼수가 없다.
다른 해의 방학같으면 열나절 누워 자다가 괜히 어린 동생이랑 투닥거리고 뒹굴뒹굴 먹는 것에만 바치던 하나가 오늘은 아침 6시에 일어나자 마자 "아자!아자! 이제 시작이다." 하며 씩씩하게 밥을 먹고 웃는 얼굴로 집을 나서는데 앞으로 3년을 잘 보내 주었으면, 3년 후 이맘 때쯤엔 마음 편하게 엄마와 같이 영화도 보러 갔으면하는 바램뿐이다.
주차된 차사이로 학교에 가는 하나가 보인다.
한 시간이 지난 뒤 전화가 왔다.
버스가 오질 않아서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게 진작 운전면허를 땄으면 이런 날 얼마나 좋으냐며 엄마속을 긁으려고 전화했단다. ㅜㅡ;
몇 분후 다행히 같은 방향의 차를 만나 무사히 학교에 도착했다는 전화도 왔다.
학교에 눈이 너무 쌓여서 발목위까지 푹푹 빠지고 아무도 없는 교정이 조금은 무서우면서도 눈이 많이 와서 중심을 못잡고 뒤뚱거리는 재미도 좋다고 아직은 밝은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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