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2009,05,23

hohoyaa 2009. 5. 25. 13:34

토요일 아침, 친정 엄마께 부탁 드릴 일이 있어 전화를 했더이 울 엄마 다짜고짜 내게 물으신다.

"노무현이 죽었으니 넌 어떡하니?"

"에? 누구요?"

"노무현이가 자살을 했대."

"네? 무슨 자살? 진짜??"
그제서야 우리는 tvf를 켠다.

"아니~,너희는 도대체가 깜깜무소식이구나. tv도 안 틀어 놓고 그러다 난리라도 나면 피난도 못가겠구나."

"그냥 앉아서 죽어야지요,뭐..."

 

노인분들이시라,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tv뉴스와 신문으로만 알고 계신 분들이라,지난 2002년 대선부터 나와는 생각이 달랐길래 공공연히 의견차이가 있었던 부모님이시다.

월드컵이 있어 그렇게 신났던 한 해 2002년에는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셨고

2007년에는 이명박의 당선 소식에 안도의 숨을 몰아쉬셨던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니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보는 다른 이의 죽음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며칠동안 블로그를 안했다.

아예 인터넷을 켜지 않았다.

tv도 잠깐만 틀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를 참 좋아했다.

얼버무리지 않는 정확한 발음과 빠르지 않고 높지 않고 속깊은 곳에서 나오는 그 울림이 참 좋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어느 때쯤에 봉하마을에 가서 직접 그 분의 목소리를 느끼고 싶었다.

tv에서,인터넷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비감만 더하게 한다.

 

2002년 대선 때,

어느 동양철학가가 대선 후보 면면의 얼굴 관상을 보아 글을 썼었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는

눈 내리는 만주벌판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투사에 비유를 하며 외로운 시라소니라 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지금까지도 저 귀절은 마음에 남아있다.

홀로 긴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고 홀연히 떨어져버린 그의 마지막 길도 역시 외로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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