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가족놀이 '퍼즐 맞추기'

hohoyaa 2007. 11. 24. 07:47

남편을 만나 연애할 때 내 첫 생일이 돌아왔다.  11월 18일

우리가 만난것이 4월 말이니까 대충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시기에

주머니 가벼운 그는 내게 생일 선물을 해 주겠다고 받고 싶은게 뭐냐고 물어 왔다.

난 좀 특별한 걸 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건 동네 아무 가게에서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에 명동의 롯데 백화점에서 봐 둔게 있는데 그걸 사 줄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허걱. 괜한 말을 꺼냈다고 후회하는 얼굴 빛.

난 안 사줘도 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 구경이나 하러 가지고 꼬드기고

내심 불안한 마음을 헛기침으로 감추려는 듯한 그 시절의 남편과 나는 롯데 백화점 프라모델 코너로 갔다.

개중에는 정말 비싼 것도 있었지만 나는 레고에서 나온 페달을 밟으면 펌프가 아래위로 작동되는 노랗고 까만 자전거를 가리켰다. 이만얼마정도 했던것 같다.

그리고 다시 혜화동 자취방에서 그의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조립을 했다.

그 자전거는 내 책꽂이 선반위에 고이 놓여 있다가 결혼하면서 다른 오토바이 프라모델들과 함께 시집왔다.

하루는 아버님이 올라 오셔서 쭉 진열된 그것들을 보시더니 친정 조카의 장난감인줄 아시길래

"제가 다 만든거에요, 멋있지 않으세요?. 요건 이렇게 하면 움직이기도 하지요."

아버님은 며느리의 취미 생활을 하 신기하게 보시고 웃으셨다.

남편 역시도 생일 선물로 그런 장난감을 사달라는 여자는 나밖에 없을 거라고 가끔 놀렸지만 난 그래도 그런게 좋은 것이다.

하나가 태어나고 모든 귀한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첫 아이에게 나의 보물들을 갖고 놀게 했더니

하나씩,둘씩 하나의 손에 박살이 나기 시작하고 지금은 남아 있는게 없다.

지금까지도 그 자전거는 다시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어 너무 아쉽다.

 

지난 일요일 내 생일이 또 돌아오고 오붓하게 가족끼리 함께 외식이나 하려던것이 취소되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마침 나가는 길에 친정 조카의 외고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일차적으로 목표를 했던 학교에서는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는데 다른 외고에서는 서류만 보고 그 자리에서 입학을 허가해 무시험 전형으로 장학금까지도 바랄 수 있게 되었다니 눈물나게 조카가 고마웠다.

그러나 사촌 언니의 낭보가  하나에게는 부담이었는지 또 눈이 빨개진다.

그러던 하나는 마트에서 퍼즐을 사고 싶다고 한다.

퍼즐이라면 또 내가 일가견이 있지. 흔쾌히 사주겠다 하면서도 남편과 나는 농조로 푸념했다.

이거 도대체 누구 생일인지...

하나의 기분 맞추느라,아이들의 입맛 맞추느라 내 생일은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자~,모두 모여서 시작합시다. 하나가 고른 책읽는 소녀 1000피스짜리다.

상혁아 넌 별로 도움이 안 되니 색깔별로 정리나 해 주련??

이 엄마가 말이지 소싯적에 2000피스를 3개나 맞췄었다규~.

큰 외삼촌네 미선이 언니 태어 났을 때 선물로 주었더니 누가 그걸 보고 멋있다고 자기에 아동복 가게에 결어 놓고 싶다해서 주문도 받아 맞춰 주었고,

결혼 후에도 아빠랑 둘이 맞춰서 네 방에 걸어 놓았었는데 기억나니?

아~?! 그거? 생각 나요. 근데 그게 어디갔지?

 

 

 전 날, 퍼즐을 못 만졌던 상혁인 아침에 눈 뜨자 마자 퍼즐판에 얼굴을 대고 사진을 찍으란다.

너 부었어~.^^;

 

 

하나는 학교에 가고 내가 맞춰본다.

퍼즐은 가장자리부터 맞추어 나가는게 정석이지만 난 손에 집히는대로 해도 괜찮은것 같다.

굳이 가장자리것을 찾는 수고를 들이느니 손에 잡힌게 가장자리것이면 끝으로 밀어 놓고 아니면 말고~하는 식으로.

 

 

마루에 펴 놓고 오며가며 한 사람씩 맞춰 본다.

하루 이틀 사흘...

 

 

 고지가 바로 저긴데...

무늬 없는 비슷한 색의 조각은 우릴 미치게 한다.

그래도 끈기있게 요리조리 대어 보다가 딸깍하는 그 손맛에 퍼즐을 하는 것이다.

 

 

 하나 아빠는 마지막 한 조각은 사진으로 남겨 놓고 끼우잔다.

사실은 다 맞춘것을 다시 빼 내었다는 후문이....*^^*

 

 

 이렇게 다 맞추면 고정액을 발라 액자에 넣어야 하는데~ㅇ

하나는 그게 싫단다. 겨울 방학에 다시 할거라고...

엄마가 네 방에 걸어 주었던 2000피스도 그렇게 생각하고 고정액을 하지 않았더니

이사하면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잃어 버리고 결국은 버리게 되었잖니?

 

 

 요렇게 해서 네 방에 걸어 두면 좋을텐데....

근데 또 엄마 병이 도진다.

나두 5000피스,10000피스 하고 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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