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가난

hohoyaa 2007. 8. 14. 17:40

어느 날 상혁이가 묻는다.

'엄마,우리 뭐 팔 것 없어요?'

'응? 뭐라고? 팔 것?  글쎄...없는 것같은데.'

'엄마, 우리 수세미라도 팔아요.'

'수세미도 이젠 없는데?'

'그럼 엄마가 다시 만들고 누나가 글씨쓰고 아빠랑 내가 마빡이 하면서 팔을게요.네?

'왜?'

'우린 가난하니까...'

'상혁이는 우리가 가난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린 비행기도 못 타잖아요.

  엄마, 그런데 우리 가족도 언젠가는 비행기 타고 여행갈 수 있을까?'

 

명문 S대에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우리가 대학 다닐 땐 과외하는게 불법이었는데 그 친구는 어느 유명 목사님의 아들을 개인지도 해 주었었다.

어느 날은 그 학생이 유난히 풀이 죽어 있길래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집이 너무 가난해서 슬프다는 것이란다.

그 학생의 집은 우리나라 상류층이 사는 동네였고 아버지인 목사님도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분이셨는데

가난이라니?

학생의 말은 다른 친구들 집에 다 있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우리집엔 없으니 그게 바로 가난이라는 것이었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상대적 빈곤감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우리 상혁이의 작은 머릿속에도 어느 새 그런 생각이 들어왔는가 보다.

방학이 다가오던 무렵 같은 반 친구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 오면서 조그만 기념품과 함께 재미있는 여행담을 선물로 들고 왔으니 상혁이는 그게 부러웠던게지.

더구나 물건을 잘 놓고 다니는 상혁이의 버릇을 고쳐 주려다보니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두번 세번 강조를 하고 재차 확인하고 잃어버린 물건은 반드시 찾아 오게끔 압박하는 이 엄마의 모습이 돈이 없어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학교에서 방학동안  33일간 하루 3시간씩 인터넷 학습을 하면 개학 후 상품권을 준다는 이벤트 소식에 상혁인 대뜸 자기도 하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언젠가 누나가 받아 온 상품권을 보고 무지 부러워하던 녀석.

순전히 5만원짜리 상품권에 욕심을 낸 것이다.

내 생각에도 밑져야 본전이고 우선은 지난 학기에 배운것을 복습하는 의미도 있기에 그러라고 했는데 이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보통이 아닌 일이다.

안 그래도 하루종일 제 몸을 굴리며 노는 녀석,

책을 읽어도 온 방안 가득 늘어 놓고 책으로 놀이를 하며 읽는 녀석,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도 쉴새없이 혼자 떠들며 땀을 쪽 빼는 녀석,

그런 녀석이 3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있기가 쉬운가?

하루 3시간을 채우려면 하루 종일 잔소리를 해 대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그냥 포기하자 했더니 상품권은 꼭 받아야겠단다.

그래서 제대로 휴가 계획도 못 세웠었는데 도리어 부모가 가난해서 여행도 못간다는 푸념을 하는 것이다.  ㅜㅡ;

슬슬 공부에 지쳐갈 때쯤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갈까? 했더니 요 녀석,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심기일전해서 공부를 한다.

사실 이번 방학에 우리 하나가 고생을 많이 했다.

상혁이가 공부할 때면 옆에 같이 앉아 자기공부를  하고 중간 중간 상혁이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면서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했으니 남매의 우애를 위해 시간을 내기로 하고 2박3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급작스럽게 잡았다.

 

 

 

오늘 비를 뚫고 배달 된 책이다.

성장 소설이라니까 하나가 먼저 손에 잡았다.

내일 우리나라 하늘을 날으며 저 책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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