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자는 딸 다시보자.

hohoyaa 2007. 6. 4. 23:49

 

 

 

 

 

내가 그 단어를 처음 접한것이 대학교 1학년,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에서였던 것 같은데

ㅡㅡㅡㅡㅡㅡ그 또한 내 기억이 정확하진 않으나 "나는 문학에 대해서 *도 모른다."라는...

여하튼 그 때 그 단어를 첨 접하고 난 그게 '조금도'의 사투리 정도려니 생각해서 사전 찾아볼 생각은 전혀 하질 않았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게 거시기의 속어인 줄 알았고 또한 욕으로도 아주 빈번히 사용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생소한 우리말이 요즘은 길거리,책,인터넷,심지어 초등학교 여학생의 입에서도 넘쳐나고 있다.

 

요 며칠사이 우리 집에 큰 사건이 이있었다.

하나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하나가 학원 폭력에 연루 된것이다.

물론 여자애들이라 주먹이나 발길질,그리고 흉기가 오가진 않았지만 언어의 폭력으로 인해 모두들 한바탕 홍역을 치루었다.

 

발단은 A라는 여학생.

A는 평소 이 친구 저친구 사이를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의 흉을 보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사이에서 A는 기피 대상 인물로 낙인 찍혔고,A는 입 또한 걸었으니...

학기 초 하나가 학교에서 뒤에 앉은 친구가 수업 시간에 자꾸 자기 의자를 발로 툭툭찬다고,하지 말라고 하면 더 심하게 하고 다리까지도 찬다고 하는 얘길 들었었다.

매번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참고 참다가 돌아보며 차지 말라고 하니까 핸드폰 문자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날아 들어왔다.

한 때는 친하게 지내겠다고 시간 맞추어 버스 타러 나가는 사이였는데 그 문자엔 'ㅇㅇㅇ *같다,C발'이라고 적혀 있었다.(물론 한글로)

 

그 때 이미 그 아이 입이 거칠다는 것을 알았지만 늘상 생활속에서 보통으로 하는 말인 줄은 몰랐었다.

이번엔 같은 반 B라는 학생이 등교하자마자 그런 욕설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따지겠다고,사과를 받아 내겠다고 다툼이 있었는가 보다.

그러는 중에 A가 끝끝내 사과를 안 하니 자연스레 언성이 높아지고 구경꾼으로 왔던 아이들까지 13명이 합세하여 A를 마구 공격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험한 말을 들었으니 당연히 집에서도 알게 되고 적극적으로 가담을 하거나 욕설을 한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하나 역시 예외가 되지 못 했다.  

 

지난 토요일 하나에게서 그 얘기를 전해 듣고는 그저 여학생들끼리의 감정 문제이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중재를 하시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도 A의 싸이에 다른 애들이 방문해서 또다른 욕설을 남기고 그걸 알게된 A의 식구들은 경찰에 신고해서 학교를 못 다니게 하겠다고 아이들을 협박했다고 한다.

 

말이 가해자지,모두 겉으로는 이쁘고 착하고 순진한 중학교 1학년이다.

그런 아이들 입에서 사과하지 않으려면 죽든가 내 다리 사이를 기어라,내가 토한것을 받아 먹어라 등등의 말이 추풍낙엽처럼 마구 흩어져 나왔다는것이 놀라울 뿐이고,학교에서 이 사실을 알게되어 상담을 진행하는 중에 이번엔 반대로 피해자가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마음 약한 몇몇 학생들은 부모를 실망시키기가 겁이 아니 제발 신고만은 하지 말아 달라며 울며 A에게 통사정을 하기도 하고

다행히 하나는 아무런 욕설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한 묶음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하나가 잘 해결되서 다 같이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넣자 '너는 웬 참견이냐? 너도 같이 들어가고 싶냐?'라는 답신이 날아 왔다고 한다.

 

여기까지도 나는 최대한 참았다.

그러나 일요일 밤 11시가 다 되어서 A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왔다.

하나가 이번에 무슨 일을 했는 줄 알고 있느냐며 조목조목 대는 모든 상황은 다른 여학생의 언어였는데,

아무 말도 없이 친한 친구가 사우니 자리를 뜰 수 없어 서 있던 하나가 마치 주동자인양 얘기하는게 내 비위를 건드렸다.

그래도 차마 당신의 딸 입에서 어떤 욕설이 나오는 줄 알고 계시냐는 말은 못하겠어서 벌렁대는 가슴만 추스리고 있다가 하나 아빠에게 전화를 넘겨 주었다.

하나 아빠 역시 우리 딸이 욕을 안 했다고는 하지만 혹시 했을 수도 있듯이 A역시 그 전의 상황을 부모님께 얘기 안 했을 수도 있으니 모든 일을 단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며 우리 딸이 책임 질 일을 했으면 경제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책임 질 의향이 있으며 자퇴까지도 시키겠다고 하니까 그 쪽에서 선생님과는 말이 안 된다며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옆에 있던 하나는 괜히 우리 눈치만 보고 나는 재차 욕은 안 했지? 하며 확인하는데

하나 아빠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들어가 편히 잘 자라며 하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나 역시도 하나를 믿지만 한 밤중에 뜬금없는 전화를 받고 나니 잠이 안 와 거의 날밤을 샜다.

아침엔 처음으로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혹 A의 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면 우리도 가겠으니 아이들만 그 쪽 부모들에게 노출시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넣었다.

 

오후에 담임 선생님이 전화로 일의 진행 상황을 얘기해 주셨고 하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일단은 13 명중에 끼었으니 상담을 함께 진행키로 결정했다는 말씀이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어선지 난 이제까지 하나가 그 아이에게 받았던 괴롭힘에 대해서 얘길 하면서 그 아이의 부모님은 그 아이가 예사로 쓰는 육두문자에 대해 알고 계시냐?

이번 기회에 14 명의 부모가 한자리에서 만나 서로의 딸이 어떤 아이인지,내 아이는 밖에서 어떤 아이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냐?

학교에서도 공부나 생활지도만큼 욕설이나 상소리에 대해서도 벌점이나 제재를 가해야 하지 않느냐며 괜한 선생님께 내 감정을 드러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나니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 퇴근길에 화병을 하나 사 왔다.

내 마음 만큼이나 흐린 날 새벽,베란다 화단의 백합 3주를 잘라 꽃병에 담아 하나의 교실에 갖다 두도록 했다.

며칠 간  삭막한 교실이었을,불신의 소용돌이로 모든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을 그 보금자리가 본연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순결하고 고귀한 백합 꽃 향기가 도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정 엄마에게 꽂꽂이라도 배우는건데 하는 아쉬움속에서 저렇게 밖에는 못 만들었지만...

학교에 다녀 온 하나는 학교에서도 이번 만큼은 모두 용서하기로 했다며 표창장을 내 밀었다.

그러면서 특유의 속없는 명랑함으로 수다를 떤다.

아침에 상담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학생부 선생님께서 지나시다가 하나를 보시더니

"넌 왜 여기 있니?"

"아..네..저..상담받으려구요."

"오,그래? 상장 받으려고?" 하시면서 예의바른 모범 학생 표창장을 주시더라며 깔깔 웃는다.

하나가 상담을 받던 시간이 아침 조회 시간이었는데 하나가 상장 받으러 온 줄 아신 학생부 선생님이 직접 갖다 주신것이다.

선생님은 하나가 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아셨느지 모르셨는지...

 

여기까지 글을 쓰고 보니 하나가 천하에 없는 모범생같은데 물론 하나도 초등학교 때 가끔 상소리를 해서 그 때마다 호된 꾸지람을 맞았었다.

그게 큰 잘못인 줄 몰랐던 어린 나이지만 하나는 그런 엄마가 좋다고 말했다.

다른 엄마들이 흔히 하는 ~랄,미친*같은 말을 안 쓰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집에서 엄히 가르쳐도 육두문자의 홍수속에서 우리 딸만 물들지 말란 법이 없으니 오늘 밤도,내일 밤도 자는 딸 다시보기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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