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책읽기/책장을 덮으며(book review)

"우리는 별일없이 산다"-위풍당당 청소년 소설집

hohoyaa 2013. 12. 24. 09:11

 

 

** 출판사 리뷰

“그냥 좋아서 하는데요. 하다가 좋으면 계속하는 거고요.”
지금, 여기, 암울한 시대를 유쾌하게 뚫고 나가는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십 대 이야기

◎ 그래 봤자 별수 없다고요? 우리는 별일 없이 살아요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위풍당당 청소년 소설집. 잘 짜인 줄에서 빠져나오려는 청소년들은 사회로부터 어른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다. 그런 시선에 당당히 맞서는 아이들은 시야에서 멀어지기 쉬운 게 현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가 의식적으로 소외시켜 버린 그들을 읽고 그들의 생활을 읽고 현 시대를 읽는 작품으로 기획되었다. 어른들의 지나친 우려에 그들은 답한다. ‘그래 봤자 별수 없다고요? 우리는 별일 없이 살아요.’ 자신이 선택한 것을 지금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뿐, 그들에게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조금은 느리고 여러 길을 돌아가더라도 그들을 향한 삐딱한 시선을 거두어 보자. ‘별일 없이 산다’는 건 현재를 가장 치열하게 살아 내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닐까?

◎ 작품 속에만 갇히지 않은 진짜 우리 이야기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에는 일곱 가지 색깔로 빛나는 7명의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작품 속에만 갇히지 않고 지금을 사는 진짜 십 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낯선 곳에서 서로 보듬으며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여행학교에 다니는 선영-《오시비엥침》, 투명한 밧줄 같은 꿈을 찾아 헤매는 실업계고 관광과 지수-《유자마들렌》, 진짜 내가 되려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믿는 만화가 좋은 취업반 외계인-《팩트와 판타지》,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지금이 즐거운 드러머 현제-《두드ing》, 체벌 금지와 두발 자유는 영혼의 자유와 같다고 외치는 청소년인권활동가 나우-《나우》, 스타를 향한 사랑을 주변으로 전파시키는 아이돌 개념 팬 다빈-《내 사랑은 에이뿔(A?)》, 무슨 일이라도 해 보지 않으면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알 수 없다는 이삿짐센터 직원 영재-《영재는 영재다》까지. 7명의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을 믿고 나아가면 행렬을 이탈해도 충분히 즐겁고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현제가 좋아하는 밴드 ‘롤링스톤스’처럼 계속 구르고 나아가는 거라면 돌이라도 멋지지 않는가! 불량하다고 손가락질받아도 어깨를 들썩이며 삶을 즐길 수 있다고 말이다.

** 목차

강 미 《오시비엥침》
김혜정 《유자마들렌》
반소희 《팩트와 판타지》
은이결 《두드ing》
이경화 《나우》
장 미 《내 사랑은 에이뿔(A+)》
정은숙 《영재는 영재다》

 

여기 젊은 그들이 있다.

하루하루를 아무런 의미없이 보내는 대부분의 기성세대보다 치열한 삶을 사는 청소년들이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별일 없는 거지?"

 그렇지. 별일이 없어야 잘사는 것이다. 별스런 일이 있다면 그건 큰일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참 재미있다.

학교라는 울타리밖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획일적인 인간만들기 컨베이어에서 탈출한 아이들, 세상의 편견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이 책안에 있다.

단체생활에서 비어져 나온 그들의 삶은 롤러코스터마냥 곤두박질치지도 않고 외줄타기마냥 위태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평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별스러운 그들의 삶이 우당탕탕 시끄러워야한다는 생각은 우리 어른들의 잣대에서 나오는 막연한 선입견이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을 마치는 아들녀석이 있다.

같은 시기 대학에서 1년을 지낸 누나와 달리 늘 부모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별난 재주가 있는 녀석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질구레한 근심거리를 안겨주는 녀석을 보며 "도대체 왜 그럴까?" 라는 의문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녀석의 운동화 끈부터가 잔소리를 부르지만 일부러 두 눈 질끈 감기를 몇 달이던가? 머리로는 이해가 안가서 가슴으로 받아들이려 부단히 노력을 했으나 결과는 부모로서의 훈계를 자포자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한창 속이 시끄럽던 차에 이 책을 만났고 각 에피소드 속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다보니 내 마음자락이 한결 넓어졌음을 느꼈다. 그들을 응원하는 한 편 내 아이만은 이야기속 아이들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바꿔 생각하니 그들의 모든 모습은 이미 아들녀석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선-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어정쩡한 시기에 갈 바를 몰라 사방으로 삐죽삐죽 안테나를 세우는 녀석의 모습을 미소속에 그려본다.

추운날씨에 뭘하고 놀았는지 흙투성이 신발에 땀범벅이 되어 집을 들어서는 아들녀석의 모락모락 홍조띈 얼굴이 유난히 싱그러워 보인다.

시험기간에도 중얼중얼 대사연습만 하던 녀석이 한심스러워 학교연극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자랑가득한 얼굴을 보고도 한마디 격려대신 한숨만 내쉬었던 엄마는 이제 대사전달이 제대로 되는지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엄마의 마음이 달라지니 항상 하는 잔소리임에도 받아들이는 아이의 마음 밭 또한 많이 달랐다.

그들이 별일없이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별일없이 살 수 있겠다.

 

그래, 아들아. 까짓 것 꼭 특출나게 별난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

마음가는 대로 발길가는 대로 가다보면 언젠가 아픈다리 쉬어갈 그루터기도 만나게 될 터이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쌩쌩달리는 8차선 고속화도로도 만나게 되겠지. 그래도 우리는 별일없이 살자.

별스럽게 역주행하거나, 급브레이크를 잡을 필요도 없다. 가다가 유턴을 하더라도 그대로 그렇게 가보자.

네가 처음 가고자했던 그 길로 일단 가보자.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모모
미하엘 엔데 저
갈매기의 꿈
류시화 역/리처드 바크 저
우리는 별 일 없이 산다
강미,김혜정,반소희,은이결,이경화,장미,정은숙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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