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를 들이고 아무리 작은 생물이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밥을 주는 입장으로서.
이제는 달팽이의 식성도 알게되어 달팽이가 잘먹는 양상추를 아이들보다도 달팽이에 맞춰 사기도 했다.
녀석은 당근을 싫어한다. 당근을 갈아 넣어준 날이면 어김없이 가출이라는 행동으로 의사표현을 한다.
더운 날에 가출을 했다가 촉수하나가 마르다시피했건만 몇주 지나면서 회복이 되고 있었다.
사진은 집을 나가 기고있던 달팽이를 아침나절에 발견한 것으로
달팽이집의 허연부분은 가출을 하느라 높은 곳에서 떨어져 생긴 상처들이다.ㅎㅎ
상혁이가 방과후수업에서 받아온 블랙 테트라 한마리와 옹기수조에서 동거를 시작한 달팽이.
블랙테트라가 달팽이의 촉수를 슬쩍슬쩍 건드리며 도망치는 장난을 하면 녀석은 집안으로 쏙 들어가
숨곤하더니 적응이 되자 태연히 자기 갈 길을 간다. 느릿하게.......
느리지만 호기심이 강한 달팽이는 구석구석을 모두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가보다.
달팽이는 야채를 먹어야하고 블랙테트라는 사료를 먹으니 난감했다.
어차피 물을 갈아주어야 할 시간이라 상추를 좀 넣어주었다.
상추를 갈지 않고 찢어넣어 주었는데도 잘 먹는다.
그렇게 둘만의 행복한 동거가 계속되었다.
어린 블랙테트라가 외로울까 봐 3마리를 더 사오기 전까지는.
태풍 볼라벤에 대응하느라 온 신경을 그쪽에 쏟기 전까지는.
고요한 수조.
저 때 알았어야했다.
어린 블랙테트라가 낚싯대에 매단 반지를 통과하는 모습에 히죽이고
새로온 녀석이 소라속으로 들어간 것을 보며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안심하고
그늘이나 수초아래 숨은 녀석을 찾아내는 기쁨속에서 그렇게 볼라벤을 맞았다.
그 때까지의 관심은 오로지
원래 있었던 한마리보다 덩치가 큰 신입생들이 작은 녀석을 따돌리지 않을까하는 우려였다.
서열을 정하기야 하겠지만 설마 어린 녀석에게 해는 안입히겠지 생각하며 늘 들여다 보았다.
어제 아침, 전날부터 꼼짝않고 저 곳에 있는 달팽이가 마음에 걸렸다.
물고기는 먹이를 낚아채서 저리 신이 나는데 달팽이는 왜 꼼짝도 안할까?
아무래도 자리를 올며주어애겠다고 생각해 달팽이를 들어보니 꿈쩍도 안한다.
힘들게 겨우 조금 떼어냈는데
녀석.......
야들야들 연약한 살덩이가 저 여과기속으로 빨려들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밤새 꼼짝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과기를 끄고서야 간신히 녀석을 구해주었다.
약해진 녀석을 물고기들이 건드릴까봐 임시로 격리수용하고 살펴보고 있는중인데 빈사상태이다.
살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촉수가 말랐을 때처럼 다시 살아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번엔 중태이다.
하나나 상혁이에게는 아직 말을 못하고 있는데 이 엄마가 무심해서 저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찜찜하다.
어제 아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물고기를 찍겠다고 카메라까지 받쳐놓고 밥을 주었었다.
달팽이집의 색깔이 평소와는 달리 짙은 부분이 넓어서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래도 살아서 필팔하게 움직이는 물로기들을 보니 생기가 전해져온다.
상혁아,생물은 이제 그만~!!
달팽이에 이어 블랙테트라를 가져왔으면 됐다.
프레디독이라나 그런것도 귀엽다고 좋아하는 녀석의 수업시간 인증사진을 보니 두렵다.
데리고 올까봐서.
다음 10월엔 햄스터 관찰하기가 있던데 지금부터 미리 데려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있다.
입이 나와서 뾰루퉁한 녀석에게 옛날에 키우다가 새끼도 낳고 하는 것 다 보지 않았느냐고
이제 다시는 안된다고 했는데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당시 햄스터를 키우느라 너무도 힘들었던 누나도 극구반대하고 있으니 안가져오겠지.
햄스터의 모정 http://blog.daum.net/touchbytouch/5226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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