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입학식.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된 고교선택제.
하나는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으니 다음 단계는 후기 인문계에서 가고싶은 고등학교를 4개까지 적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는 서울이어도 집은 경기도니 통학거리를 무시할 수 없고 또 가까운 노원구의 고등학교에 대한 정보가 없던차에 중학교와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에서 하나를 정원외로 뽑아 전학시켜주겠다는 말에 혹했다. 일단 학교 분위기도 익숙하고 통학거리가 가까우니 공부야 자기하기 나름이라 생각했고 방학동안 그 학교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 예비신입생으로서 열심히 참여했다.
고등학교 배정이 발표되던 날, 설마하면서 지원했던,가고싶었던 D학교에 배정이 되었다.
그렇게 되고 보니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중학교 선생님들도 하나에게 고민되겠다고 잘 생각하라고 하시고 물론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지만
S고교에서는 전학수순을 밟을 것이니 안타깝지만 이것도 하나의 운명인가보다고 생각하고 순리대로 하자고 했다.
D고교에 등록은 일단 해놓고 교무실로 가서 상담을 했더니 왜 전학을 하려고 하느냐며 전학은 절대 안된다면서 대신 학교의 장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셨다.
학교도 이제는 예전의 관료주의적 성격을 버리고 학생유치를 위해 홍보를 하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많이 느꼈다.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그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고 길게보면 학교의 내실을 기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싶어 애초에 가졌던 부정적인 시선도 많이 거두어진게 사실이다.
그 일로 며칠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S고교에서는 전학을 시키려고 애를 쓰고 D고교에서는 보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안 집으로 핸드폰으로 전화가 몇 번씩 오고 양쪽 학교 사이에서 내가 녹초가 될 정도였다. 죄지은 것도 없건만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힘들어서 전화벨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지경에 이르니 내가 전화를 받는 동안 애들은 엄마의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고 옆에서 화이팅 화이팅하며 응원을 한다.
하나가 아주 우수한 학생은 아니지만 S고교에서 데려가려고 하니까 놓치기 싫은 D고교,
D고교에서 안 보내주니까 더 데려오고 싶은 S고교. 그 줄다리기가 상당히 오래갔다.
그렇게 날짜가 가고 3월 2일 입학식 전 날과 당일 아침에까지도 양쪽 학교의 전화를 받았다.
하나는 이런 현상이 적잖이 재미있고 기분이 좋았나 보다.
부디 3년 뒤에도 이렇게 서로 자기를 끌어당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일단 학생 수가 많아서 학부형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입학식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 외할머니까지 대동한 하나는 정말 희귀한 학생이다.
외할머니는 강당에 들어서니까 하나의 얼굴이 딱 눈에 띄더라며 신기해 하셨는데 친구와 수다를 떠느라 뒤돌아 서있으니 그 많은 검은색 머리들 속 얼굴이 눈에 안뜨이겠는가.
왼쪽 두번째 줄의 얼굴 두개중 하나는 하나 얼굴.
학생들이 디자인했다는 교복은 치마가 좀 짧아 적응이 안된다고 한다.
여학생들이 자꾸 치마를 줄이니까 아예 길이를 무릎위로 올라오게끔 배려를 했거만 이 치마도 길다고 줄여입은 학생이 있단다.
넉넉하게 입는 코트도 벌써 허리에 다트를 넣어 몸에 맞게 줄이기도 하고 그렇게 어떻게 3년을 입으려고.......
두발은 염색이나 파마같은 것만 안하면 완전 자율이란다.
그래도 하나는 자긴 범생이 스딸을 고수하겠다고.
중학교 졸업식에서는 무대위 화려한 조명아래의 오케스트라가 그리 멋지더니 여기에선 강당 한구석에서 고생이 많다. 이런 것도 학교 분위긴가 싶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교복은 체크무늬 주름치마,넥타니아 리본타이중 아무거나,폴라도 되도 와이셔츠도 되고,색깔도 분홍색과 보라색 아무거나,조끼도 있고 가디건도 있고 풀오버도 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신축성없는 자켓대신 코트가 있다는 것. 바지도 있던데 입학식이어서 그럴까 바지를 입은 학생이 없다.
아무래도 한겨울에는 밑이 휑한 치마보다 바지가 좋겠지.
입학식이 시작하고 10분이 지나자 학생 한 명이 쓰러져서 부축을 받아 나가더니 다시 10분이 지나자 이번엔 강당 전체를 울리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두 명이 쓰러졌다.
이제 입학식인데,땡볕에 세워놓지도 않았는데,시간도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때에는 한여름 교련시간에도 쓰러지는 학생이 별로 없었건만 성적지상주의인 요즘의 학교에서 내신에 들어가지 않는 체육시간을 줄인 결과일까?
결국엔 반별로 행렬이 나가기까지 앉아서 기다린다.
초등학교처럼 교실로 학부모를 초대해서 전반적인 커리큘럼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서울시 지정 사교육없는 학교라 방과후 학습이 잘되어 있고 야간자율학습은 10시까지라고 한다.
하나처럼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도 학교의 프로그램을 잘만 따라하면 되겠다 싶어 저으기 안심은 되지만
잘해낼 수 있을까 마음 한구석이 슬몃 시리기도 하다.
외할머니보다도 크네?
직장생활을 하느라 바쁜 엄마대신 하나의 구구단이며 한글은 외할머니가 떼어주셨기에 하나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시다.
언제나 살가운 손녀딸의 미소와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 .
"어이쿠~,다른 애들은 학원이다 과외다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하나는 아직도 상혁이랑 다투고 있구나."하시던 외할머니보다 공부얘기 안하는 목포 식구들이 더 좋다던 하나였는데 이제는 외할머니의 고마움을 알겠다는 하나이다.
하나가 찍은 외할머니의 옆모습.
생각이 많아 보이시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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