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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첫 번째 공개수업엘 갔었다.
선생님은 열심히 교실을 돌며 수업을 하시고 아이들은 또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우렁찬 목소리로 선생님을 �고 있는데 어느 구석에서 남자 아이 둘이 티격태격 다투기 시작했다.
당연히 선생님은 주의를 주셨으나 두 아이들은 철이 없다 할까? 여전히 투닥투닥 주먹이 오고 가고 나중엔 일어서서 발길질까지 해 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수업도 진행해야하고 그 아이들 싸움도 말려야 하는데 교실 뒤쪽에 가득 들어서 있는 학부형들 때문에 마음 놓고 소리도 못 지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업이 중요하니, 급기야 교탁 앞에까지 가서 때리고 피하며 쫓아가서 또 때리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수업을 계속 하셨다.
그 모습을 보는 학부형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했고 어떤 이는 직접 아이들을 말려 보려고 나섰지만 막무가내로 요동치는 아이들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뒤에 듣기로 그 중 한 명은 늘 그런 식으로 수업 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에 선생님도 다수의 아이들을 위해 아예 무시해 버린다고 했다.
첫 번째 수업 1교시에는 ‘자기조절’ 이라는 항목이 있다.
자기조절은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며 어릴 때부터 연습되어지지 않았다면 훈련을 통해 지금이라도 반드시 습득해야 할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조절은 사회규범을 따르게 되고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을 절제하고 우리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자기조절은 징벌과 같은 부정적 단어인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자기조절은 징벌이 아니라 오히려 재미있고 스스로의 권한을 늘려 주는 것이며
자기조절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수업 중 과격한 몸놀림을 억제하지 못 했던 그 아이는 선생님의 권위로도 그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1학년을 보냈다.
진작부터 가정에서나 유치원에서 아이에게 놀이와 대화를 통해 자기조절을 가르쳤다면 그 아이의 첫 번째 1년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늦었지만 그 1학년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적극적으로 만나려 했었다면 그 역시도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란 생각이다.
여기까지 보면 이 책은 그저 다른 책과 비슷한 내용의 아류일 수 있지만 이 책의 장점은 그 훈련을 하는 자세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 예로 다음과 같은 제안이 있다.
‘슬링키 놀이’나 ‘하버맨 구를 사용한 놀이’
슬링키 하버맨 구
1.아이에게 슬링키를 보여 주고 양쪽을 잡고 있을 수도 있고, 늘일 수도 있고, 나란히 놓을 수도 있고,위아래로 움직일 수도 있고, 가볍게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2.아이에게 손바닥을 마주 보는 자세로 손을 앞으로 내밀게 하고슬링키가 벌어지면 아이도 팔을 벌리게 하고 슬링키가 줄어들면 아이도 팔을 다시 모으게 한다.
그러나 손바닥이 서로 닿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3.일단 아이가 슬링키의 움직임을 잘 따라오면 속도와 방향을 바꾸어가면서 빠르게 혹은 천천히 움직임으로써 놀이를 더 재미있게 할 수가 있다.
4.슬링키를 내려 놓고 아이에게 물어 본다.
“누가 너를 움직이게 했지?”
이런 연습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면 십중팔구 자신을 움직이게 한 것은 슬링키나 선생님(혹은 부모등 놀이를 같이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거듭되는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자신을 움직이게 한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아이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 “네가 자기조절을 했다면 너는 누구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통해 자기조절이 얼마나 훌륭한 행동인지를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번엔 자기조절의 수위를 좀 더 높여서 유혹에 저항하게 하고 자기조절에 도전하는 놀이를 해 본다.
나는 일단 ‘자기조절’ 한 가지 문제만 예로 들었지만 이 ‘레슨 원’에는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 어른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행복하게 사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고 내게는 그 방법들이 무척 흥미롭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대로 훈련을 시킨다면 부모도 행복할 것이고 사회도 행복할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할 것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라이벌을 이기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똑똑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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