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hoyaa 2007. 2. 14. 23:36

 

 

 

 

 

2007년 2월 14일.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로 꽤 쌀쌀한 아침을 맞으며 학교에 갔겠지?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기분이 어땠을까?

엄마가 어릴 적에는 으례 졸업식장은 숙연해야 하는 자리인 줄 알았었고,억지로라도 울먹이며 송사를 읽고 답사를 하고,그리고 살짝씩 훌쩍이며 '석별의 정'을 부르기도 했었는데...

오늘 너희들 모습을 보니 그런 아쉬움은 아예 없더구나.

그저 초등학교를 지나서 중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냥 즐거운 양 제제거리는 모습들에 덩달아 학부형들도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오늘 하나를 보고 엄마가 참 장한 딸을 두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초등학교 입학식 날부터 하나는 엄마에게 큰 의지가 되어 주었고 자랑거리였단다.

하지만 정작 엄마는 네 앞에서 그런 티를 낼 수가 없었어.

늘 시간에 쫓기고 피곤해 하는 엄마 앞에서 목마른 사슴마냥 사랑과 관심을 갈구할 때 엄마는 그냥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곤 했었지.

겉으로는 네가 겸손하고,이기적이지 않게 키우려고 했다고 하겠지만 사실 엄마는 너무 피곤했을 뿐이야.

그래서 너를 안아 줄 만한 열정이 모두 소진되어 버거웠단다.

 

엄마는 계모같다며 친구의 엄마랑 비교할 때에 엄마가 차라리 화를 냈었더라면 하나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사실 엄마는 너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도 많은것 같다.

친구 누구랑 친하고 누구와는 싸웠고,누구랑 같이 무슨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지 엄마가 먼저 물어 본 적이 없는것 같아.

오히려 엄마옆에서 쉴새없이 풀어 놓는 너의 긴 이야기가 지루하고 별것 아닌것으로 여겨져 하품을 삼킨 적이 많았었지.

 

그래도 늘 밝게 자라주어 너무 고맙다.

친구를 사귈때에도 편협하지 않고 이런 친구 저런 친구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은 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능력이야.

친구를 대하는 말씨나 마음을 보면 하나가 세상 누구보다 훨씬 향기로운 사람이라는걸 느낄 수 있지.

 

4학년 때 이사를 하고 전학을 왔을 때에는 힘든 일도 많았었지.

반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울먹이는 너의 말에 엄마는 그저 엄살인 줄 알고 혼자 이겨 내라고도 했었고.

초등학교 6년 동안 입학식과 운동회,그리고 오늘 졸업식에만 겨우 얼굴을 내미는 엄마가 서운하기도 했었겠지?

그러나 돌이켜 보면 하나는 선생님 복이 많아 엄마의 빈 자리를 다 메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고 의논도 하고,매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네 모습을 보고 오버한다고도 했었는데 사실은 그 모습이 참 이쁘단다.

 

오늘 총동문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너의 흥분된 전화 목소리에도 엄마는 그저 담담하게 응해서 약간은 서운했을거야. 아니면 원래 그럴 줄 알고 있었을까?

물론 하나가 문학상도 타고 장학금을 받아서 엄마도 기쁘지만 반드시 그렇기 때문에 기쁜 것만은 아니란다.

엄마는 전 날 장학금 수혜자 명단을 발표했는데도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놀기에 바빠서 네 이름이 호명되는것을 몰랐다는 그 말이 더 기분 좋다.

학교는 경쟁의 장이 아니지,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친구도 경쟁 상대는 아니야.

며칠 후 중학교에 가서도 하나의 그 대책없는 상큼 발랄함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었음 좋겠다.

 

오늘은 엄마가 네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싶었는데,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가 많아.

이제는 읽는 책도 한 단계 높이듯이 하나와 엄마의 관계도 한 치만큼 더 깊고 친밀한 관계가 될거야.

앞으로 우리 얘기 많이 하자. 하나야.

 

 

 

 

가족 사진도 ...

아빠가 이제 나이 들었나 봐. 꽃다발도 사고~?!

 

 

 

누나야~졸업을 축하 해. ^^

 

 

 

정말 고마우신 멋장이 담임 선생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