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봐...
어제 저녁 퇴근 길은 안 추웠다.
다만 성급하게 목을 감싸던 목폴라를 벗어 던지고 입구가 넓은 폴라에 스카프를 둘러서인지 목이 칼칼할 뿐이다.
새벽 6시 45분에 시계를 맞춰 놓고 일어나는 하나가 어김 없이 안방 문을 연다.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좀 더 자라고 해도 자기는 괜찮단다.
이사와서도 전에 다니던 학교를 버스타고 다니느라, 한참 추웠던 날에도 깜깜한 새벽에 길을 나서곤 했었는데 이제 중학생이 되면 그보다 더 일찍 가야 할런지 아니면 비슷한 시간에 가게 될런지 모르겠다.
마음같아선 가까운 학교에 다니면 좋겠는데 하나는 벌써부터 새로운 동네,새로운 버스를 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날 것에 한껏 부풀어 있다.
오늘은 그래도 날이 풀려서 우리 하나를 맞는 새벽 바람이 차지 않다.
지난 겨울 파 한단을 사다가 썰어서 얼려 놓고 남은 뿌리 밑둥을 물에 담아 키우고 있었지...
오늘은 시원하게 파국 한번 끓여 먹자.
다시마 물을 앉혀 놓고 파를 다듬다 보니 초록색이 참 싱그럽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이 청소기 돌리는 동안 나는 화초에 물을 주고 파를 또 찍어본다.
저 통안에 빽빽이 들어차 있던 파가 이젠 얼마 안 남았다.
전에 살던 집은 베란다 확장을 해서 파를 키우다 보면 늘 시들시들했었는데
파도 약간 서늘한 공기를 좋아 하는가 보다.
엄동설한에도 내실로 들어오지 못하고 혹시 얼어 죽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는데 단단하고 파랗게 올라오는 녀석은 우리 집 찌개에 국에 갖은 반찬과 라면 국물에까지 들어가 자신의 향을 진하게 뿌리며 갔다.
겨울 내내 물도 안 주고 있던 녀석이 또 하나 생각났다.
역시 집안에 못 들어 오고 우리집 현관앞을 수문장처럼 지켜 주던 동백이다.
이 녀석도 지난 번 집에서는 그 활발함을 맘껏 펼치지 못하고 힘들게 몰아쉬는 가뿐 호흡으로 샷시 유리창에 습기만 가득차게 만들어 곰팡이까지 피우던 고약한 녀석이었는데 여기 와서는 군말이 없다.
오늘 날씨가 따뜻하고 물이 얼 염려가 없으니 뽀~나스로 샤워까지 시켜 줬다.
올해에는 꽃이 필런지...
오동도 홑동백이어서 그 빛깔이 참으로 죽음이다.
선운사의 그 동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