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비지찌개
지난 가을,손두부집에서 얻어 온 비지가 냉동실에 있네요.
그때엔 당장이라도 해 먹을 듯이 욕심부려 들고 나와서는 결국 냉동실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그 뿐인가요?
얼려 놓은 삼겹살은 김치찌개 끓여먹고도 웬만큼 남아서 비지찌개를 끓여 먹자고 했습니다.
출근할 때 내 놓고 퇴근하고 와서 보니 고기는 괜찮은데,비지에서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나더이다.
아이쿠~! 쉬었나보다 하고 버리려는데,마침 오신 친정 엄마가
"예전에 어머니는 비지를 아랫목에 묻어 일부러 띄워서 하시더라.버리지 말고 띄워서 해 보지."
훔~! 어차피 버리려고 했던것,실험정신으로 한번 띄워볼까?
돼지고기는 간장,생강,마늘,후추 약간씩 넣어 간이 배도록 재워줍니다.
무쇠 솥에 재워 두었던 고기를 넣고 묵은 김치도 송송 썰어 넣구요.
보통의 콩비지는 뽀얀색이지요?
밥솥에 넣어 발효시키고 나니 색깔이 노오랗게 변했습니다.
냄새는 달큰한것이 처음의 시큼한 냄새는 나지 않아요.
맡아본 적은 없지만 마치 사탕수수와 같은 달콤한 향이 난다고 할까요?
고기와 김치를 볶은 후 육수를 2컵 정도 부어 줍니다.
찌개가 끓기 시작하면 발효 비지를 넣어 줍니다.
이 때부터는 젓지 말아야 합니다.
그대로 한 소큼 끓여 주세요.
싱겁게 끓여서,혹은 김치를 빨아서 하얗게 끓이는 비지 찌개에는 양념장을 같이 만들구요.
아니면 새우젓으로 간을 하시면 더욱 시원하겠지요.
저는 김치 국물까지 싹싹 넣었기에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김이 모락 모락~~~.*^^*
너무 되게 끓이는것보다 국물이 있는것을 좋아한답니다.
남은 비지로는 야채와 함께 비지전을 만들었지요.
맛은 뭐랄까??
보통의 비지는 약간 입에서 깔깔한 느낌이 있는데 이 발효 비지는 식감이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해서 버릴 뻔 했던 비지로 큰 돈 안들이고 맛있게 먹었답니다.
오늘같이 쓸쓸한 날에 해 먹으니 그만이네요.
발효시킨것이 찜찜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결국 된장 사촌 쯤 되네요.
일본 어느 지방에서는 두부를 발효시켜 먹는다는 얘길 들은것 같은데,사실인지 자기 최면이었는지...^^;
발효 된것이라 소화도 잘 될것 같고,콩비지와 돼지고기는 몸에 이로운것은 증가시키고 해로운 독소는 배출시켜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네요.
이상,어머니의 어머니-외할머니께서 전수해 주신 비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