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 보글 유부 전골
오늘은 하나 아빠가 산에 가고 대신 둘째 시숙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기로 한 날.
토요일인지라 회사는 쉬지만 시숙님 점심상이라는 또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시면 무얼 대접해야 하나?
오징어 볶음에 구수한 된장찌개가 좋을까?
냉동실에 손질 해 두었던 오징어를 꺼내 해동을 시키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엊저녁 과음을 하는 바람에 못 오신다는 연락이 왔다.
오징어는 저녁에 먹기로 하고 점심은 호박 군고구마가 좋겠다고 해서 맘 편하게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시숙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을 바꿔 드리고 다시 블로그 삼매경~~.
안 들어 온 이틀사이 내 집을 방문한 사람들이 궁금해서 나도 여기 저기 다니고 있는데 어머님이 들어오신다.
“우리 하나 엄마, 오늘 또 귀찮게 되 부렀네.
큰 아빠가 오신다니 점심 준비 좀 해야 쓰겄다.
병원에 가자고, 시방 출발 한단다.
점심은 밖에서 대충 먹고 오겠다는걸 하나 엄마가 큰아빠 오시면 드린다고 준비한 게 있다고 내가 그냥 오라고 했다.
워쩌냐?? 휴일에 편히 쉬어야 할틴디......“
미안한 기색으로 하시는 말씀에 얼른 일어났다.
“너희 시숙이 여기만 오면 그리 맛나게 잘 먹는구나. 지난번에도 어찌 그리 맛나게 먹고 가는지 내가 아주 마음이 좋았다.”
어머님 마음을 알듯 싶었다.
둘째 형님이 뒤늦게 시작하신 사업이 날로 번창하는 바람에 늘 바쁘시고, 큰 딸은 직장인이라 늦고, 둘째 딸은 재수생이라 늦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혼자 식사를 하시는 경우가 많으신 것 같았다.
우리 집에 오시면 어머님도 계시고 아이들도 아직 어리니 음식 맛이 아니라 분위기와 정 때문에 맛나게 드셨겠지.
가만 있자.
전 날 과음을 하셨다니 오징어 볶음은 좀 빡빡하지 않을까?
마침 황태도 다 가루를 내어 국 끓일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아 유부 주머니 전골을 하기로 했다.
추석 때 남은 잡채로 주머니를 만들어 냉동실에 두었었고 국물 또한 얼려 놓은 것이 있으니 그리 시간이 걸리지도 않겠다.
아이들 때문에 얼큰하게는 안 했어도 시원한 맛은 있다.
들어간 것이 너무 없어서 두부는 계란 옷을 입히고 쑥갓은 주머니 입구를 묶느라 다 썼기에 대신 피망을 좀 넣으니 약간 매콤한 기운이 입맛을 개운하게 만든다.
시간 맞추어 오신 시숙님은 시원하다시며 국물도 주머니도 계속 드셨다.
옆에서 어머님은 흐뭇하게 바라보시고 음식을 만든 나는 나름대로 가족 평화에 이바지 했다는 만족감에 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