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尊舅姑ㅡ시아버지와 시어머니

hohoyaa 2006. 9. 19. 22:14

어머님이 올라 와 계신 동안 목포 본가에서 아버님 혼자 계셨다.

가까이에 사는 큰 형님이 자주 찾아가 뵙는다고 들었지만 80이 넘으신 남자분이 부엌일을 손수 다 하신다니 걱정도 되고,하루에 한번씩 전화를 하시는 그 떨리는 목소리에서 외로운 마음이 전해져 오는듯 하다.

애초 어머님과 함께 올라 오시길 권했었지만 아버님께선 옥상의 화초들이며,

새벽이면 하루도 걸르지 않고 올라 가시는 유달산이며,

아래 가겟집 월세도 챙겨야 하신다며 여러 핑계를 대시고 그냥 계시겠다고 하셨다.

사실은 자식들 걱정이 우선이셨겠지만.

 

내가 시집가서 처음 맞닥뜨린 풍경은 새벽녘에 두런 두런 들리는 말소리였다.

두분이 거의 24시간을 함께 지내시고도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싶도록 날마다 들리는 말소리.

우리 친정은 모두 5식구.

아버지는 별로 말씀이 없으셨고 어머니는 하나뿐인 딸을 남편삼아 이런 얘기,저런 얘기

-학교 갔다 와서 부엌에 앉아 콩나물 다듬으며,멸치 대가리 따면서 듣는 얘기,

 새벽에도 밥 한그릇 너끈히 먹고 다니며 밥상 앞에서 듣던 얘기,

 오빠나 남동생은 이해 못할 여자들만이 통하는 소근거림.

엄마는 정작 아버지와는 그런 다정한 대화를 못하셨다.

워낙 찬바람 돌게 쌀쌀맞은 아버진 엄마가 듣기 싫은 소리라도 할라치면 휭하니 밖으로 나가 버리곤 하셨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늘 단정하고 하얀 와이셔츠에 포마드 발라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머리카락,그리고 항상 뽀드득한 비누 냄새가 나는 분이셨다.

그렇다고 엄마가 답답하신 양반도 아니고,배울만큼 배운 분이셨는데 왜 그리 대화가 없으셨을까?

두 분이 다정스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것을 못 보았던 나는 시댁의 두 분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일주일만에 아버님이 올라 오셨다.

그리고 이튿날 당장 아버님의 용무를 보셨다.

갑자기 납치되어 오느라 머리도 다듬지 못하셨다는 어머님의 머리카락을 손수 잘라 주시는것이다.

 

 

 

 

미리 준비해 오신 가위며,빗,그리고 비닐 가운까지...

사진을 찍는 며느리에게 뭐 이런걸 찍느냐며 겸연쩍어 하시면서도 살짝 몸을 비틀어 화면도 생각해 주셨다.

 

 

사진 속 두 분에게서 과연 무엇이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