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hoyaa 2014. 3. 2. 14:58

내일은 개학.

오늘 학교 홈페이지에 반배치 공지가 떴다.

1년간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는 다른 반이 되었지만 껄끄러운 아이들과도 떨어지게 되어 한결 마음이 편하단다. 학교생활은 그저 조용히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누누이 말을 했지만 요즘에는 그것이 꼭 진리만은 아닌 것 같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서열정리와 주변의 부추김으로 인해 자기 목소리를 내지않고 얌전하게 있으면 오히려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언제부터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에까지 서열이 등장했는지 간혹 상혁이의 입을 빌어 듣게되는 교실생태학은 기암을 할 정도이다. 우리 때에는 공부만 어느 정도 해주면 학교생활이 편했기에 그런 이야기를 충고랍시고 들려주게 되는데 그런 우리를 아들은 마냥 답답하게 생각한다.

 

상혁이는 덩치가 좋은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적이 상위권도 아닌 것이, 싸움을 잘하지도,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라 나름대로 살아남기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며 일 년을 지냈던 것 같다.

이제 2학년이 되어 개학을 하루 앞둔 오늘, 새학년 새기분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설레임보다는 혹시라도 있을 서열정리가 마음에 걸리는가 보다.

다행히 같은 반이 된 아이들이 괜찮은 것 같다고 안심하는 아이를 보는 마음 한 켠이 서늘해진다.

 

 

밖에 나가 실내화를사고 머리를 깎으러 미장원이 아닌 이발소를 찾아 들어갔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실내는 꽤 널찍하고 깨끗해 보였다.

 

 

 

올 겨울 추위를 책임졌을 연탄난로의 정겨운 풍경.

 

연통에 널어놓은 수건또한 정겹다.

 

너무 짧게 깎으면 싫다는 아이를 구슬러가며 바리깡으로 마무리까지.

 

내가 보기에는 깔끔하고 좋기만 한데 왠지 굳은 표정의 아들을 보니 북한도 무서워서 못쳐들어온다는 중2한테 너무 심하게 대했나싶어 불안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마트에 가자는 엄마의 말에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묵묵히 따라다니며 무거운 장바구니까지 책임지고 들고 다녔다. 머리를 짧게 깎도록 한 것이 마음에 걸려 과자 하나 집으라해도 싫다하고 말없이 걷더니 집에 와서는 갑자기 뒤에서 껴안으며 "몰래 카메라~!" 한다. 엄마가 괜시리 불안해하는 것이 보여 장난을 하고 싶었다나. 처음 안경없이 거울을 봤을 때에는 이상하더니 안경을 쓰고 제대로 보았더니 생각처럼 나쁘지않아 마음에 들었단다.

그런데 머리깎기를 강권하고서 자기 눈치를 보는 엄마를 보니 장난기가 발동하더란다.

 

문득 그런 관계가 교실에서도 통하리하고 생각되어진다.

자신이 먼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은 약점을 파고들게 되어있으니 매사에 당당하고 어깨를 쭈욱 펴고 다니라고 말해줘야겠다.

네 뒤에는 가족이 있단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시작, 그 오래된 시작에 즈음한 엄마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