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박수를...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넘버원!" -박유찬
흠, 내가 세계일주에의 로망을 갖고있었다는 것은 몇몇 포스팅에서도 언급이 되었던 바 이번에 만난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넘버원! "은 마치 내가 배낭을 메고 낯선 골목길을 걷고있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
지은이 박유찬은 잘다니던 물류회사를 때려치고 그 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쳐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세계일주를 감행한다. 그가 여행경비로 마련한 돈은 1300만원이 다였고 턱도 없이 부족한 여행경비로 인해 더욱더 치밀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의 그런 준비과정과 세세한 여행 팁이 들어있는 귀여운 책이다.
이 책을 귀엽다고 하는 이유는 회사를 때려치운 지은이의 행동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져서이고
홀로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비장함에 앞서 참으로 호기롭게 느껴져서이다. 실제로 책을 보면 막막한 고생담보다는 좋았던 이야기가 많아서 마음 가볍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일까?
해가 갈수록 해외여행객의수는 증가하고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훌쩍 떠날 수도 있는 세계여행이지만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떠나기를 망설인다. 그런데 무엇이 그로하여금 비행기를 타게 만들었을까?
그와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깊숙한 추억의 서랍 속에서 꺼낸 펜팔 편지들을 꺼내보았다.
우연히도 저자가 세계일주를 시작하면서 만난 첫번째 친구도 핀란드인이었고 세계일주를 마치던 당시 마지막 만난 친구도 핀란드인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학창시절 한없이 가슴을 부풀게 만들었던 핀란드 펜팔친구가 떠올랐다.
지금은 대부분 이메일이나 SNS등으로 친구를 사귀지만 당시에는 항공편을 이용하더라도 편지 한 통이 가는데 15일,오는데 15일 그렇게 해서 족히 한 달이상은 기다려야 바다 건너 친구의 소식을 알 수 있던 때였다.
때로는 장문의 편지로 때로는 한 장의 엽서로 각자 사는 곳의 자랑거리를 한껏 늘어놓으며 우리나라를 소개하기에 바빴던- 민간외교사절로서의 책임감을 다하려 노력하기도 했었다. 그 나라만의 특징이 있는 우표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특색있는 그림엽서가 최고의 눈요깃거리였던 시절. 한국과 핀란드라는 물리적거리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고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시절, 언젠가 어른이 되어서 꼭 만나자고 몇 번이나 약속을 했었던가!
동갑내기였던 그 친구는 늘 충실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었는데 어느 날의 편지는 나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기와 펜팔을 하는 미국친구가 있는데 이번 여름방학에 그 친구가 유럽으로 건너 와 같이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면서 나에게도 날짜에 맞춰 유럽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1980년 당시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암흑같은 사춘기를 지나고 있었으니 이 모든 것을 떨치고 갈 수만 있다면 왜 안가고 싶었겠나만은 해외여행이라는 것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둥 절절한 내용을 편지로 알리기에는 나의 영어실력도 역부족이었거니와 이 때 즈음해서 이사도 갔었고 대학입시가 코앞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서는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겨 차츰 펜팔친구를 잊어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넘버원!"을 읽다보니 내가 10년만 늦게 태어났었더라면하고 팔자타령까지 하게 된다. 그랬더라면 나도 핀란드 친구가 부르는 즉시는 아니어도 그 이듬 해에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팔자타령을 했다해서 해외여행을 안해 본 것은 아니다. 연수차 장기간 머물거나 단체 여행, 체류연장을 위한 통과비자를 받기위해 떠났던 사이판여행,그리고 뜬금없이 디즈니社에 취직을 하겠다는 무대뽀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의 여행을 하긴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나의 자리가 마련된 여행이었고 도와줄 누군가가 항시 같이 했었기에 치열한 여정은 아니었다. 박유찬의 여행이 가치있게 생각되는 것은 그가 갔던 낯선 길위에는 늘 새로운 사람이 있었고 어색한 시작이 있었으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을 이해하면 그 사람이 속한 문화가 보이고 문화를 알게되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생겨난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은 나라간 시간적 거리는 가까워졌음에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거리는 비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관광산업이 발전하면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관계가 도드라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이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왕이면 가난한 여행,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배낭여행이 좋은 여행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다녔던 여행지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을 꼽자면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ebs에서 일본인 여행자가 나오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고서는 그 몽환적 분위기에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 소금사막을 직접 밟아보고 눈으로 보았다니 이 세상 어디를 다녀왔다한들 이보다 더 부러울 수는 없겠다. 여하튼 이제는 돌아와 책까지 내고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을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