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엄마와 문자.

hohoyaa 2013. 1. 1. 09:35

 

 

혼자 계신 엄마가 문자메시지를 시작하셨다.

엄마의 청력이 안좋아 보청기를 하셨지만 전화로는 조금 답답한 면이 없잖아 있었기에

통화를 하면서 발음이나 목소리톤에 신경을 쓰느니 한눈에 들어오는 문자가 내게는 좋아보였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엄마는

"얘, 그거 못쓰겠더라. 눈은 침침하고 'ㅃ,ㅍ'같은 것이나 띄어쓰기도 안되고 그리고 문자만 하니까 사람 목소리를 통 들을 수가 없구나." 하셨다.

엄마는 소식을 주고받으며 자식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는지 알고싶기도 하지만

가장 듣고싶은 것은 자식들의 목소리이고 그보다 더 그리운 것은 자식들 얼굴 한 번 더 보는 것이엇는데

나는 그저 80을 바라보는 엄마가 문자를 하신다고 격려만 해드린 것이다.

 

오늘 새해 아침에도 엄마가 먼저 덕담을 주셨다.

덕담은 본래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라지만

홀로계신 엄마한테 내가 먼저 마음을 썼어야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벌써 일년이 되었다.

 

 

      

첫기일에 만든 약식과 백설기.

허리아프니까 몸과 마음이 다 지친다는 핑계로 꼼짝않고있다가 떡집에 떡을 맞춘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서야 내가 약식과 백설기를 만들어 가겠다고했다.

사실 전 날 밤에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셨더랬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전화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주 밝고 명랑했다.

저 하늘 어디에선가 편찮지 않으시고 행복하게 생활하신다고 알려주시려는 것 같았다.

그러니 나도 희망이 생기고 의욕이 생겨 떡만들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보니 집에 있는 재료가 마땅치 않았다.

하루 전날이라 사러 나갈 수도 없고 주문도 안되고 약식에는 밤도 넣지 못했고 백설기위에 얹은 장미꽃은 단호박 말린 것을 가루내어서 나뭇잎은 쑥차를 가루내어서 겨우겨우 구색만 갖추었다.

 

엄마,아버지는 늘 좋은 것은 자식들 챙겨주시고 당신들 몸 아픈 것보다도 자식들 기침소리에 더 안타까워하셨는데, 한겨울에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가야한다고 뜨거운 국을 들고 버스를 타고 오시곤 했건만 자식인 나는 내 몸 귀찮다고 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일에 아버지 살아 생전에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무심하기만 했다. 

 

이글을 보시는 우리 엄마.

정말이지 이기적이고 못난 딸인데도 변함없이 지지하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지난 일년 외롭고 쓸쓸하셨을텐데

자식들에게 내색안하고 홀로 찬바람 다 맞으셨으니 얼마나 가슴이 시리셨을까요?

그래도 늘 씩씩하게 생활하시고 오히려 젊은 우리를 품어주셨으니

엄마의 가슴은 얼마나 넓은 것인가요!

계사년 2013년에는 엄마와 더 가깝게 자주 만나서 말동무 해드릴게요.

                                                                                                                양념딸 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