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유氏에게 고마운 명절.

hohoyaa 2012. 10. 2. 08:38

본가에 내려가지 못하는 명절이라 집에서나마 기름냄새를 내고싶어 하는 남편이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이마트에서 장을 봐서 추석날 친정에 다녀와서 간단한 것 몇가지를 하기로 했다.

 

추석당일에는 친정 선산에 가서 친척어르신들을 만났다.

친척이어도 독자이셨던 아버지의 사촌형제들이신데 가끔씩 친정 선산을 찾는 우리를 늘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이번에도 큰 당숙께서는 하나아빠와 악수를 하시며 "유서방. 이렇게 와주어서 고맙네."하셨다.

그러고보니 시집간 조카나 딸들중에 나처럼 자주 선산에 들르는 딸이 없는 것 같다.

우리 사는 곳에서 선산이 가깝기도 하고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에고 밤을 따러 두릅을 따러 가끔식 모시고 다녔으니 추석에 본가에 내려가지 못하는 해에는 친정을 찾게 마련이고 또 선산에 가면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도 좋고 밥도 맛있으니 그렇게 진지하게는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당숙어른의 말씀이 가슴에 남았다.

 

 

 

추석날 선산에서 헤어지기가 서운해 친정에 들러 아이들과 동생네 식구들을 남겨놓고 집으로 와  전을 부쳤다.

꼬치를 하다보니 손도 많이 가고 저녁먹은 설거지도 있으니 마음이 바쁜데 내가 야채를 손보는 동안 남편이 설거지를 말끔히 해놓고 대구전에 할 양념장을 만들어주니 그도 꼼꼼하게 발라주고 전거리를 계란물에 묻혀 프라이팬에 올려주니까 제법 얌전하고 이쁘게 잘 지져내었다.

꼬치에는 파를 싫어하는 아이들때문에 아스파라거스를 사용했더니 맛도 좋고 색깔도 이쁘다.

1박2일에서 본 육전이 생각나 육전용으로 나온 고기는 밑간을 해두었다가 아이들이 돌아오면 같이 해먹으려고 기다리며 다른 전을 부치는 사이 친정엄마가 아이들이 금방 떠났다고 전화를 하셨다.

동생네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나가 설거지를 하고-큰 그릇들도 있어서 힘들었을텐데 군소리없이 쌍그랗게 치워놓았더란다.

그러더니 외할머니 힘드셨다고 두남매가 안마를 시작하는데 전에 아버지와 함께 다녀오신 태국여행에서 돈생각때문에 못받아본 마사지가 이럴까싶도록 온몸이 노글노글하니 피곤이 풀리고 잠이 들고싶더라신다.

엄마만큼이나 나도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뭉클하게 솟아올랐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니 전을 부치던 남편도 한마디 한다.

"유씨들이 착하지?"

이번 명절은 정말이지 유씨들덕에 행복했다.

집에 돌아온 하나에게 그 말을 했더니 왜 가족안에서 유씨,신씨 편을 가르냐며 자기는 그렇게 성씨로 편을 가르는 것이 별로 안좋다고 뾰루퉁해한다.

다시는 그렇게 편가르기를 하지 않겠노라 단단히 약속을 하니 이 또한 행복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