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것 만지기(kitchen)

제주엄마의 보양식-무수분 돼지고기 수육

hohoyaa 2012. 7. 15. 12:07

고3 막바지를 향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는 '우리의 딸' 하나.

겉으로야 우리 식구중 누구보다도 명랑,쾌활하지만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처럼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비단 음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 허기를 바다건너 제주엄마는 아셨는지 하나 해먹이라고 보내주신 제주산 도야지고기.

자기를 위해 보내주셨다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환해지는 딸아이의 반응도 결코 돼지고기여서만은 아닌 것을 하나도 알고 우리도 알고 제주엄마도 아시겠지.

 

장마철인데도 이쪽은 꽤 쌀쌀한 느낌이다.

수육을 먹고싶다하니 그렇게 해주마하고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무수분 조리하는 것에 눈길이 갔다.

요것이 물을 안넣고 하니 큰 그릇도 필요없을테고 영양과 맛에 있어서도 최고라하니 한번 해보자해서 만들었다.

 

 

두거운 냄비에는 양파와 마늘,생강을 깔아주고 그위에 통삼겹살을 올리고 통후추와 월계수잎등 집에 있던 향신료를 있는대로 올려준다.

 

 

준비된 냄비를 불에 올려 불만 붙이면 끝이니 다른 조리법에 비해 여간 간단한것이 아니다.

 

 

유리 뚜겅이라면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처음엔 중불로 시작해서 고기색이 변하자 약불로 뭉근하게 익혀주었는데도 두꺼운 고기가 아주 잘 익었다.

한 근반짜리를 익히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다른 분들 사진을 보면 물인지 기름인지 모를 것이 고기에서 흥건하게 나와 수육이 잠겼던데

제주엄마가 보내주신 통삼겹은 생고기라 물이 안나와 맛있게 되었다.

 

 

요것이 양파에 닿아있던 껍질부분의 색깔.

노릇노릇 맛있게도 보이는군.

 

 

썰어보니 윤기가 좌르르르.

특히나 껍질을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이지만 상혁이는 이 색만보고는 족발인 줄 착각까지 했다.

 

 

보쌈워머에 올려 끝까지 따끈따끈하게 먹자.

 

 

흠흠. 야들야들 정말 맛있게 잘되었다.

고기도 좋았고 무수분조리방법도 좋았고 냄비바닥에 깔았던 양파도 좋았던 삼위일체의 결과물이다.

맛이 어땠느냐고?

그게 참말로 맛있더라고.

 

 

하나의 한 쌈.

아빠도 안계신데 고기 한 근반을 뚝딱 해치우는 아이들이다.

늦게서야 들어온 남편은 동파육을 해달라니 남은 고기로 여러가지 음식을 해보아야겠다.

 

제주엄마의 격려덕분인지 딸내미는 일요일인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방 청소부터 시작하더니

방에 들어앉아 두문불출이다.

1학기는 이제 끝났고 올해에는 수시를 6번만 지원할 수 있으니까 입사와 수시의 안배를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해야한단다.

1학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면서 3년이란 시간동안 남들처럼 외부적으로 화려한 스펙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것은 변치 않을 진실이니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겠지.

늘 응원해주시는 제주엄마,아빠를 위해 하나의 3학년 생활 총정리를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