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 "다카노 히데유키-요통 탐험가."
오지 탐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좌충우돌 코믹 투병기. 남이 가지 않는 곳을 가고,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신조인 다카노가 어쩌다 요통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그는 ‘요통이라는 밀림’에서 생환하는 것을 목표로 지도 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야매’ 침술원을 시작으로 이너 머슬 요법, PNF 요법, 정형외과를 전전하다 급기야 동물 병원에까지 찾아가는데…
카리스마 치료사에게 버림받고 난치병의 가능성마저 급부상하지만 갖가지 오지를 탐험해 온 작가답게 다카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특유의 호기심과 엉뚱함이 발동하여 요통 치료법의 유래와 역사를 조사해 나가다 남녀의 애정사에 생각이 미치고, 요통에 빗대어 우리네 인생사를 고찰하기도 한다. 잠시 차도가 있는 듯싶다가 또다시 요통의 세계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그는 과연 통증의 뫼비우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 단 한 군데라도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아픈 독자에겐 뜨거운 공감과 위로를, 다행히도 건강한 독자에겐 요절 복통 유머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작가;다카노 히데유키(
1966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쓴다"라는 모토 아래 세계 각지를 누비며 겪은 탐험담을 재기 발랄하게 그려내는 자칭 '변경 작가'이다. 그는 이러한 성향대로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는 논픽션을 표방하는 '엔터테인먼트 논픽션'이라는 장르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온갖 곳을 누비며 맹렬히 탐험부 활동을 하다가 와세다 대학교를 7년 만에 졸업하였으며, 와세다대학 탐험부 시절에 쓴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6년에 『와세다 1.5평 청춘기』로 '사케노미 서점인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저서로는 『거대한 흐름 아마존을 거슬러 올라』, 『서남 실크로드는 밀림으로 사라진다』, 『극락 타이 생활기』, 『수상한 나라의 신밧드』, 『미얀마 아편 왕국 입기』, 『아시아 신문 가판대』, 『괴수기』 등이 있다.
"엄마한테서 할머니가 보였어."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허리아픔 때문에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뿐 아니라 소파에 앉아있다 일어날 때면 즉각적으로 허리를 똑바로 펼 수가 없어 거의 ㄱ자형태의 굽은 모양으로 첫걸음을 떼어놓는 나를 보고 아들 녀석이 하는 말이었다.내가 직립보행을 시작한지 근 50년이 되어가니 허리가 고장 날 나이가 되었을까?어려서부터 버스나 전철로 장거리통학을 하면서 삐뚜름하게 기대어서 그럴까? 아니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키우기까지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 8시간이상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것이 이유일까?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는 참이었기에 다카노 히데유키의 요통 탐험기는 앞으로 내가 해메이게 될 밀림의 모습을 한 발 앞서 보여주는 지나치게 친절한 책이다.
사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중년여성이라면 길거리마다 넘쳐나는 척추전문, 추나요법, 무통요법, 경락, 스포츠 재활의학, 수술없이 약으로, 단기간에 완치등등의 간판들에게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몇 해 전 목포의 시모님께서도 수십 년간 시달려온 허리통증이 심해져 서울 강남의 유명한 의사를 찾아오셨던 적이 있다. 워낙에 고질이었던 요통이라 TV에 여러 번 나온 의사를 믿고 찾아오신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 8번만 맞으면 완치라고 자신하더니 횟수를 거듭할수록 호전은커녕 오히려 몸만 축나는 것 같아 시술이 끝날 무렵에는 어머님의 허리 병만큼이나 우리의 불신 또한 깊어졌다. 유명하다는 그 의사는 이제까지 이런 예가 없었는데 우리 어머님이 특이한 경우라고 서비스주사까지 놓아주며 좀 더 치료받길 종용했지만 눈을 질끈 감고 거절을 했다.
그 후에 찾은 곳은 지인이 소개한 좀 특이한 한의원으로 기존의 한방약과 침에 더해 색채로 치료한다는 곳이었다.신도시에 자리 잡고 깨끗한 내부를 자랑하는 그 곳의 원장은 젊은 사람으로 어찌나 자상하게 어머님의 괴로움을 들어주고 치료법을 제시하는지 옆에 있던 우리도 이제는 되겠지 싶었다.
아니 색채의 마법으로나마 통각이 좀 무뎌졌으면 하고 바랬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침을 맞는 동안 컬러모니터로 오로라같은 색채들을 보여주며 클래식음악까지 틀어놓으니 일체의 잡생각은 들지 않고 오로지 희망적인 미래만 그려보게 되었다. 다른 한의원의 갑절되는 약값은 부담이었지만 어머님이 감동을 할 정도로 아픈 마음을 만져주니 이야말로 진정한 인술을 베푸는 곳이라고 느끼게 되는 곳이었다..
이번만 받으면 요통과의 인연은 끝이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그 해 여름을 우리 집에서 한시간거리의 한의원으로 통근을 하셨지만 그 곳에서도 역시 요통의 원인이 홧병때문이라는 것 빼고는 별다른 진척 없이 다시 목포로 내려가셨다.
이젠 허리아픈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사시겠다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가셨다.
그러나 아픈 허리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들들 볶아대니 다음 해에 또다시 올라오셔서 다른 병원을 찾으셨다. 목포에서도 날마다 물리치료며 주사를 맞으시지만 서울에는 명의도 많고 좋은 병원도 많고 새로운 치료법도 많은데 왜 서울로 안가느냐는 주위의 권고도 있고해서 올라오셨단다.
이번에 가신 병원은 재활전문 정형외과.
상담을 하면서 수십 년을 요통대문에 고통받아왔고 몇 년 전 S대병원에서도 연세가 많아 수술을 못한다고 손을 놓았다고 했더니 우리 어머님의 요통은 허리가 아니라 꼬리뼈가 문제라며 다른 이들과 달리 꼬리뼈가 자라서 신경을 누른 다는 것이 그 병원 원장의 소견이었다. 골다공증이 심해 수술도 못하니 입원하셔서 물리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최선이라 했고 그렇게 해서 또 한 달을 병원에 계시다가 내려가셨다.
물론 아픈 것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작년, 다른 병으로 서울의 종합병원에 오셨다가 정형외과 진료를 신청하고 검사를 받아보니 어머님의 허리는 의외로 간단한 수술로 회복가능한데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느냐며 당장 수술하자하여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수술을 받으셨다.
이제까지 갔던 수많은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면 다시 깨어나기 힘들다고, 수술을 하면 뼈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병원에서는 너무 간단한 수술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하는데다 골다공증은커녕 어머님 연세치고는 아주 건강한 통뼈라고 했다.
나중에서야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수술이 위험하다고 겁을 주었던 병원들은 비록 전문병원일지라도 큰 수술을 할 정도의 시설이 없는 병원들이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물론 S대병원은 너무 오래 전이라 의술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전이었다.)
한 대에 수십만 원하는 주사를 일주일에 한번 꼴로 놓거나 홧병으로 망가진 심장을 보하는 비싼 약과 물리치료,그리고 립서비스를 열심히 하는 병원들이었다.
다른 병원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여기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병원측의 권유는 결국 환자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한 말이었는가 보다.
수십 년 동안 어머님을 괴롭힌 요통을 수술로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이제는 수술한 허리말고 다른 곳이 아프시단다.
아픈허리때문에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았고 너무 오랜 세월동안 뼈가 틀어져있었기에 그런 것이라는데 수십 년을 요통 탐험가 못지 않게 병원 순례를 해오신 어머님께서는 이제 동네에서 물리치료만 열심히 다니시는 것을 치료다생각하기로 하셨단다.
그런 요통과의 싸움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내게 이제 슬슬 다가오는 요통이라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잘 요리해 데리고 살아야할는지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 ‘요통 탐험가’는 허리 아픈 사람들이라면 동병상련의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는 이야기들을 너무 웃어서 눈물이 찔끔 나오게 만든다. 아마도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작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때문일 것이다.
치료사들을 만나 요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긴시간 시술을 받다보니 병의 호전과는 상관없이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겼는지 치료효과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남자친구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는 죄책감에 비유하고 새로 간 병원에서 이전 병원의 진단을 비웃을 때에는 마음 속에서 분노가 솟아오르기도 하는둥
일차원적인 작가의 마음과 행동은 평소에도 내가 종종 느끼곤 했던 것이라 아픈 허리를 두들겨 가며 웃도록 만든다.
아이고 아이고~
허리가 아파서 앉아서 읽다가 누워서도 읽어보고 엎드려 읽다가 다시 서서 읽다보니 금세 다 읽었다. 다카노 히데유키와 함께 하던 요통탐험이 금세 끝나버려 오히려 서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역시 결론은 요통은 인생의 친구라는 것이다.
애써 내쫓으려하지 말고 성질 안 부리도록 살살 달래가면서 요통 몰래 근력강화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머님을 봐도 그렇고 다카노 히데유키를 봐도 그렇고 주변의 수많은 요통환자를 봐도 그렇다.
걷자 걷자 걷자꾸나. 평생의 친구 요통과 함께 걷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