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엄마의 여행.

hohoyaa 2012. 5. 10. 16:49

오늘 새벽비행기로 제주에 가신 엄마.

제주여행은 아버지 살아계셨을 적에 두분이 다녀오신 적이 있었고

엄마 친정의 시누올케모임인 '유녀회'에서 다녀오신 적이 있었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온가족이 모두 모여 여행을 다녀오자고 이야기는 늘 있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작년 여름 시부모님과 제주여행을 하면서 다음번엔 친정부모님과도 여행을 하자했지만

그 때 이미 아버지가 암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 기약이 과연 이루어질까하면서도

일년이상은 사실 수 있으리나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친정아버지 생각이 반이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이번 제주여행은 엄마에게나 나에게나 특별하다.

 

작년까지 함께 다니셨던 엄마의 친구분들중 한분은 지금 치매로 요양원 신세를 지고계시고

암수술 후 회복중인 분도 계시고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들하신다 했다.

이번 여행은 한창 성수기라 비행기에서부터 숙소,차량에 이르기까지 동생이 애를 많이 썼다.

오늘 새벽에도 출근 전에 엄마와 친구분을 공항에 모시고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든든한 한편 마음이 짠했다.

그러 애틋함이 막내라는 것인가 보다.

 

조금 전에 엄마의 전화가 왔다.

잘 도착하셨으니 전화가 없겠지 하면서도 궁금하던 차에 들뜬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점심도 아주 맛있게 드시고 너무너무 좋다고 하신다.

그러다보니 문득 딸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셨다고 하는데 나도 눈물이 핑돌았다.

 

어릴 적 친구들과의 모임인데,

그나마 가까운 강원도는 해마다 가셨지만

비행기타고 가는 제주도여행은 아버지가 계신 동안은 미안해서 안가셨던 엄마.

아버지 돌아가시고 처음 가신 여행이니 아마 그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요즘은 엄마가 그런 생각을 자주 하신단다.

자식들의 효도를 혼자 받으시려니 이래도 되는 것일까하는 생각.

두분이 계실 때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그것이 먼저 가신 아버지에게 미안하신가 보다.

 

그래도 오늘 엄마의 들뜬 목소리뒤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참 좋다.

돌아오시는 날에는 오빠가 마중을 나가 모시고 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오빠는 확실히 좀 달라진 것 같다.

아마 장남의 책임감도 있을테고 어쩌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인생의 한고비를 넘으며 우리 앞에 놓인 삶이 그리 길지 않음을.......

비단 엄마뿐아니라 우리의 삶도 그러함을 절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