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그 때 그 각서
우연히 서류파일을 들추다가 발견한 딸아이의 각서.
아마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의 일인 것 같은데 어처구니없는 이 각서 한장으로
그 때 그 시절을 반추해본다.
관련글 ; 개학.그리고 개안(開眼).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166
하나는 타고나길 끈기가 없어서인지 초등학교때 친구따라 갔던 보습학원도 한달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었고- 물론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는 있었다.
피아노도 피아노연습보다는 이론공부하는 책만 하루에 다 풀고 새책을 달라질 않나,
진득하게 앉아서 하는 바둑을 배우면 좀 나아질까싶어 바둑학원엘 보냈더니 2~3개월만에 대회에 나가 상을 타왔길래 바둑선생님도 우리도 기대를 좀 했었는데 아이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였다.
상을 타더니 시시하다며 더이상은 배우려하질 않았다.
아마 그런 전적이 있었길래 이제 자율적으로 공부를 해보겠다는 아이를 믿는 한편 변덕스러운 아이가 자신의 행동은 생각지 못하고 나중에 뒷바라지를 안했다고 우리를 원망할까,그리고 당시 학교에서 야자를 한다고 하고는 말도없이 친구를 만나 노느라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저녁늦게까지 연락이 되지않아 우리의 애를 태웠었다.
그참 저참해서 아빠한테 무섭게 혼이 나고 쓴 각서가 이것이다.
사실 과외는 안해봤지만 나중에라도 학원이 아닌 과외를 하고싶었다는 말이 나올까봐서
부모입장에서는 학원은 물론 과외라 하더라도 원하기만 했다면 시켜줄 수 있었다는 단서를 단 것이었다.
하나는 지금 자기가 각서를 썼다는 사실은 알고있지만 이렇게 서명날인한 서류를 온전히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각서가 그저 각서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복잡하고 대단한 것이었냐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각서를 쓰고싶지 않다했는데.......
미리 고하지않고 친구와 놀다가 늦게 돌아온 날 썼던 딸아이의 각서는 이런 것이었다.
각서때문인지 철이 들어서인지 그후로도 미리 알리지않고 놀러가는 일은 있었어도 일찍일찍 들어오긴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늘 신기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촉!
희한하게도 말을 안하고 다른 길로 새면 반드시 엄마에게 걸리게 되어있다는 머피의 법칙이 그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학교 생활을 뒤로하고 고등학생이 되더니 다시금 마음이 불안해졌는지
2학년이었던 작년 여름방학에도 비록 각서는 썼지만 수학만은 과외를 받았으면 좋겠다해서 과외선생을 구하다가 모두 마음에 맞지않는다해서 그만 두었다.
이제 3학년이 되었는데 외국어와 언어는 1등급이 나오는데 수학은 여전히 3등급이다.
꾸준히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했더라면 더좋은 결과가 있지않았겠느냐며 아이를 떠보니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각서따위 연연하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라했는데도 자기는 혼자 하는게 체질이란다.
부모로서는 최대한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휴일도 없이 학교에 가는 딸아이를 보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으려나 걱정이 앞선다.
3학년 교실은 벌써부터 아이들의 스트레스로 폭발할 지경이란다.
지금으로서는 각서를 누가 먼저 깨느냐하는게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