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부러진 화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요즘이다.
제주에서 개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후니마미님의 우려덕에 서울에서라면 반드시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법정드라마가 얼마나 있었던가?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를 즐겨보시던 아버지가 미성년자인 나에게 같이보기를 허락하셨던 쟝르중 하나가 바로 법정드라마였다.
제목도 배우도 생각나지않지만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속에서 그 긴장감은 생생히 느낄 수 있었기에 요즘도 미드를 즐겨보지만 한편으론 우리나라에서는 왜 재미있는 법정드라마가 만들어지지않는 것 인지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신파영화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던차에 '부러진 화살'은 모처럼만에 잔가지를 쳐낸 법정영화인 것 같아 반갑다.
영화자체의 완성도라면 당초 기대했던 이상이었고 그 바닥에는 주연배우 안성기에 대한 묵직한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김명호교수의 성격은 까다롭고 피곤한 타입이라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런 그의 모습이 안성기라는 배우로 인해 한결 침착하고 용단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영화를 보면서 아니 원작에 대한 설명을 읽고나니 이왕이면 김교수뿐 아니라 박홍우판사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더라면 그리고 그 부분이 영화속에서 대치되듯 보여졌더라면 관객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았다. 아마도 박판사 본인이 나서기를 꺼려했겠지만.
그래서일까, 김교수의 편에서 90% 일체감을 느끼다가도 도대체가 말도 안되는 상황을 보건대 반대쪽인 검사의 변명이라도 시시콜콜 듣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맞대면을 한 두사람간에는 어떤 기류가 흐를런지 그또한 궁금했으나 대면하지 않더라도 박판사의 변을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배심원제도가 없지만 '내가 만약 배심원이라면' 하는 가정하에 검사측이 내놓은 증거라는 것이 너무나 빈약하였고 직접적인 흉기가 되었을 부러진 화살이 없다는 점은 아예 사건성립이 안되는 것이 아닐까생각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혈흔검사가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것이 아닌 판사의 허가가 있어야하는 것이라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영화를 같이 본 하나는 흥분해서 눈물까지 흘리며 분개했다.
자기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이 부조리한 나라에서 반드시 엄마를 구출해내겠다고 소리가 높다.
그러나 나는 그저 그러려니하며 영화는 영화일 뿐 어느정도는 가감을 하고 보아야한다고 말했다.
어느 틈에 벌써 50줄에 들어선 나는 순응하고 살려하지만 딸아이는 그렇지 않은 듯하고 나보다 나이가 더많은 김교수또한 그렇지 않음을 보아하니 그가 바로 젊은이로구나 느낀다.
영화의 원작에 대해 알고싶어 찾아보았다.
서형(瑞馨),‘상서로운 향기’라는 뜻이다. 역사·철학 저술가인 남경태 씨가 지어 준 필명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길 찾기를 일로 삼고 있다. 2006년 어느 날, 사람들을 만나면 그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무턱대고 거리로 나섰고 말을 걸었다. 궁금하면 사람을 만났고 사람을 만나면 다시 궁금해졌다. 제각각이던 이야기들이 쌓이자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1년 동안 1,500명을 만났다.
1,500명의 사람들과 만남,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진 또 다른 만남. 김명호 교수는 그들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지만, 그와의 대화는 곧 그들 모두와 나눈 대화이기도 했다. 즉, 비상식이 상식을 힘으로 누르는 것에 대한 몸부림. 비상식이 상식을 힘으로 누르는 것에 대한 몸부림.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세상에 거듭 말을 거는 것은 괴롭다. 그리고 외로웠을 테다. 말이 가장 하고 싶을 때는 들어 주는 사람이 없을 때다. 말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 그 앞에 푹 주저앉아 진행한 작업이 그의 저서 『부러진 화살』이다.
작가 '서형'은 이 책을 통해 김 교수를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 교수를 권력화된 사법부에 맞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불굴의 싸움을 벌인 ‘위인’으로 다루지 않는다. 작가는 김 교수를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지 않는 불편한 성격을 갖고 있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멍청이’, ‘쓰레기’, ‘개소리’, ‘개판’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성질 깐깐한 수학자”, 그래서 이 책의 작가 또한 그로부터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솔직히 인간적으로는 좋아지지가 않는” 사람으로 다룬다. 그래서 오히려 이야기가 훨씬 생생하고 실감이 난다.
중요한 사건은 결코 한 가지 시선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이 사건 역시 그렇다. 이 책의 6장은 이 사건을 보는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살펴보고 있는데, 생각이 많이들 다르다. MBC 김보슬 피디도 있고 SBS 윤창현 기자도 있고 부산지법 문형배 판사도 있고 법원 공무원 김형국 씨와 사법 피해자도 있다. 이들 모두 이 사건을 이해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모아질 때 대한민국 사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나아가야 할 미래가 선명해질 것이다. 누구보다도 사법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먼저 이들의 시선을 눈여겨봐야 한다.
예스24
영화를 보며 '드레퓌스사건과 지식인',그리고 '카타리나 볼룸의 명예'를 생각했다.
찾아보니 독후감은 쓰지 않고 사진만 올려놓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