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만지기(trip)

가을을 걷는다, 남한강 자전거길.

hohoyaa 2011. 10. 28. 23:35

집앞 퇴계원역 광장에 큼지막한 안내판이 세워졌다.

지난 겨울,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그옛날 통기타의 추억이 서린 곳들마다 전철역이 들어섰기에

우리 또래의 중년들에게는 추억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곳곳이 알찬 명소가 많고 눈에 띄는 자전거길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은 뱃살을 빼겠다며 틈만 나면 우리 동네에서 홍대입구,때로는 행주산성까지도 다녀오곤 하는데 요즘엔 남한강 자전거길에 빠져 언제고 나를 꼭 데리고 가야한다며 벼르던 차였다.

날더러 운동부족이라고 나중에 늙어서 자기를 못따라오면 어쩔거냐고 하도 성화를 하니 못이기는 척 일주일에 하루는 남편과 놀아줄 겸 자전거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한없이 게을러져있던 몸이 갑자기 자전거를 타면 놀라기도 할 것 같고 나와 보조를 맞추자면 남편의 운동량이 형편없어질 것이므로 남편은 자전거로 나는 구리역에 있는 롯데 백화점에서 도시락을 사가지고 양수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보다도 먼저 와서 땀을 식히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양수보다 앞서 팔당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팔당역에서는 자전거게이트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며 팔당역앞에도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팔당역에서부터 시작하면 팔당철교를 건너게 되는데 그 팔당철교의 어는 구역에는 강화유리로 바닥판을 만들어 발밑을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물살을 볼 수 있으니 다음번에는 팔당에서부터 시작하자는 남편의 은근한 꼬드김에 나도 그만 넘어가고 만다.

 

 

양수역 바로 앞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 평일이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빌리고 있다.

하자면 여기에서 내가 자전거를 빌려 양평까지 다녀오는 것이었으나 양수까지 오는 길에 남편의 자전거에 이상이 생겨 자전거를 빌리지 않고 그저 걸어보기로 했다.

 

 

남편이 그렇게나 보여주고 싶어했다는 남한강 자전거길. 이제 걸어 보자꾸나.

신작로(?)의 첫인상은 콘크리트의 삭막함이 먼저라 약간의 실망감도 느껴지지만 시간이 흘러 세월의 더께가 입혀지면 이야깃거리가 많은 길목이 될 것이다.

 

 

가까이 가보니 초입의 바닥은 방부목으로 정리를 했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니는 길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보행로는 가면서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길이라 알아서 조심하고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것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 평일에는 그나마 다닐만 하지만 주말에는 자전거 행렬이 너무 많아 사고도 빈번하다고 하니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특히 주의해서 길을 가야할 것 같다.

 

 

아마도 연꽃습지가 아닐까 싶은데 내년 봄에 다시 와서 확인하리라.

 

 

중간 중간 쉼터가 있다.

이 날은 초밥과 두유로 허기진 배를 채웠는데 다음엔 뜨거운 물을 준비해서 사발면과 같이 먹어야지.

 

 

왼쪽이 새로 놓은 중앙선 철도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이 폐선되어 자전거길로 재탄생된 구철로이다. 

 

 

첫번째 굴.

기차타고 지날 적에 괜시리 옆의 사람에게 장난치고 싶어지던 깜깜한 굴속에 조명시설을 설치하여 아주 쾌적하고 좋았다.

 

 

길이가 약 440km의 굴속. 전화도 잘터진다.^^

 

 

굴속같은 세상을 벗어나니 단풍이 흐드러졌다.

 

 

두번째 굴은 부용4터널. 

아마도 부용산을 끼고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는가 보다.

 

 

옆으로는 남한강변을 끼고 가을바람을 한껏 마시며 걷는다.

 

 

 

부용3터널에선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신기한 구경을 했다.

회색일색인 굴속에 노란색이 있기에 가까이 갔더니 날개에 구멍이 있는 나방이......

이 나방에 관해서는 따로 포스팅할 예정.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657

 

 

기찻길을 걷는 옆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촌스럽게 손을 흔들고 싶지만 요즘 기차는 너무도 빨라 눈깜짝할 새에 멀어져간다.

 

 

폐선된 철도를 이용한 쉼터.

 

 

 

 

 

 

 

 

이제 부용1터널까지 모두 지나왔다.

 

 

 

딸내미가 몸서리치는 모습을 보고싶어 하트를 만들렸더니 찌그러졌다.

내팔이 너무 뻣뻣한가 봐. ㅋㅋ

 

 

중간에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있다.

 

 

신원역가는 길에 산속의 황금탑이 보인다. 이슬람사원도 아니고 무슨 탑인지 궁금했다.

 

 

지나온 굴은 멀어져가고....

 

 

신원역에 도착해 우리가 지나온 길들을 짚어가며 설명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있는 이 곳이 어쩌고 어쩌고~~우리가 지나온 곳이 어쩌고 저쩌고~~

다음에 우리가 가야할 곳은 어쩌고 저쩌고~~나중에는 여기에서 이렇게 가로질러가는 길도 알아보고 어저고 저쩌고~~

 

 

신원역에서 잠시 쉬었다가 돌아가는 길.

다시 보니 황금탑이 있는 저 곳이 바로 부용사였고 그래서 여기서부터 부용터널1,2,3,4호가 있는 것이었다.

건축양식이 특이한 이 사찰은 연꽃으로 유명한가 보더라.

 

 

하늘의 구름이 너무 부드러워서 마음도 포근하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이렇게 남양주 구석구석을 걸어서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더니

행여 그런 내 마음이 사그러질까 우려했는지 당장 동대문 아웃도어용품샾에 가서 기능성 옷과 여러 장비들을 사서 안겨주더만.......

 

 

그래, 올겨울은 자전거대신 걷는 운동을 하자하고 퇴계원 전철역에 내리니 현수막이 보인다.

나는 전에서부터 보았지만 남편은 미처 못보았는지 북한강 자전거길 개통소식에 마음은 벌써 화천으로 달려나간다. 남편 왈, 그러면 여기쯤엔 분명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을 것이고 그 길은 또 얼마나 좋을 것인지 이제는 냄새나는 서울쪽으로 가기보다 산수좋은 남양주에서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가오는 토요일은 마침 놀토라 애들과 함께 가볼까? 아니면 사람이 많아 힘들 것 같으니 평일에 갈까?

우리가 다녀오는 날에도 전철의 마지막칸에 자전거를 휴대한 사람들이 몰려 복잡했는데 마침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계시던 노인분이 평일에는 전철에 자전거를 휴대할 수 없다고 역정을 내셔서 모두들 안절부절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았었다. 그런데 퇴게원역에 내리고 보니 주말에 한해서만 자전거 휴대승차를 허용하던 방침이 이제는 출퇴근시간을 제외한 평일에도 경춘선,중앙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다.

앞으로는 남한강이나 북한강변에서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날 것이고 그에다른 접촉사고나 일반 전철승객과의 마찰도 있을 것 같다. 그저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좁은 나라에서 마음껏 달릴 수도 없던 자전거, 도심을 통과하는 그 짧은 시간에 서로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편의를 봐주고 배려를 해주는 도리밖에는 달리 해법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