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찬바람이 나기시작한다.
우선 지금 가장 걸리는 것은 내가 책부족의 책리스트 작성을 안했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 다운받아 책이름만 써넣으면 되는 것을,어차피 사놓은 책을 우선 읽기로 했으니 빈칸만 메꾸면 될 것인데 그저 미루고 있다.
2012년 (HOHOYA)의 책읽기 목록(계획)
월 |
필수-세계문학 |
선택- 그 외 도서 |
읽은 책 |
독후감 쓴 책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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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미국 인디언 멸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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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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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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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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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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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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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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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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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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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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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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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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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마감인데 지금도 그냥 이렇게 공란가득한 표를 자랑스레 올리고 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것은 댓글에 답글을 안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올여름은 참 힘들었다.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다운되어 한때 열심이던 페인트칠도 하다말았으니 거실 천장의 선명한 롤러자국만이 집수리에 공을 들였던 시간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먹는 것은 또 어떤가.
평소에는 우리도 치킨하고 피자좀 시켜먹자고 하던 아이들이 이젠 엄마가 만들어준 뼈없는 닭튀김과 간식을 먹고싶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 먹을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간신히 간신히 하루를 살아나가면서도 옆에서 잔소리 한번 하지 않는 남편에게 고마워하는 한편
너무나 사소한 일로 남편과 싸우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한살 더먹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불현듯 큰소리로 화를 낸다음엔 내자신이 부끄러웠지만 희한하게도 속은 시원했다.
올해 초 어느 인터넷카페에서 토정비결을 봤는데 죽음의 신이 문앞에 가까이 왔다고 했다.
당시에는 시부모님이 올라와 병원에 계셨으므로 혹시나하고 불안했었다.
친정엄마가 낙상을 하고 수술까지 하셨으니, 친정 아버지가 잠시 편찮으시다가 회복하셨으니
혹시나하던 불안한 마음을 더이상 갖지 않기로하고 모두 날려버렸다.
그런데 뒤늦게 아버지의 병세를 알게되자 토정비결의 다른 것들도 생각났다.
올해에는 남편과 멀어져서 이혼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부부들과는 달리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 대화도 많이하고 17년을 살았으니 더이상 싸울 일도 없을 것 같아 코웃음을 쳤었는데 실제로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토정비결을 따라하라는듯 왜 자꾸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일단 긁어놓고보자는 심통이 먼저 생기는지 모를 일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조일까.
재미있는 것도 없고 하고싶은 것도 별로 없다.
지난 번 하나네 학교에서 축제가 있었다.
반장이 되어 치르는 첫번째 행사라 부담이 되었는지 야자가 끝나고 집에 와서도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고 선곡하고 편곡하고 안무연습을 하더니 1등을 했단다. 반아이들 모두 함께 참여해서 놀토까지 반납하고 열흘동안 연습한 치어리딩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그래서 역시 부모에게는 아이들이 힘이 되는가 보다.
언제나 엄마편이 되어주는 상혁이와 날마다 눈앞에서 조잘대는 하나가 없었다면 올 한해가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밤마다 거울앞에서 뛰는 딸아이에게 시끄럽다고 했는데 모두의 마음을 합친 군무를 보니 생기가 전해져오는 것 같다. 참고로 하나는 앞줄에 있음. ^^
오늘도 남편과 아주 사소한 문제로 다퉜다.
아이들이 보기에 어른같지가 않고 애들싸움같았다고 하니 얼마나 유치한 싸움이었을까.
싸우면서도 눈으로는 시간을 좇으며 속으로 저녁반찬 걱정을 하고, 그러면서도 이왕 판을 벌렸으니 평소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봇물터뜨리며 다 했더니 마음에 앙금이 없다.
다툼이 일단락되고 저녁을 먹은 남편은 가슴에 속에서 치미는 열을 식히러 달리기를 나갔다. 내 생각에.
어느 때에는 남편이 내가 하는 말을 못들었는지 모른척 하는건지 대꾸가 없을 때가 있다.
오늘 싸우면서 그럴 때마다 자기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며 퍼부었더니 자기는 그런 적이 없는데 만약 그랬다면 필시 자기가 다른 생각에 몰두하느라 못들었을 거란다. 설사 그렇더라도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이제까지는 모두 자기가 잘못한 것이고 앞으로는 자기가 대꾸가 없어 두번 물어본다고해서 그런 것에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을테니 그때 그때 즉시 알려달라고 했다. 그말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도 화를 식히러 달리러나가는 것이 분명한 남편을 배웅하며 "잘 다녀와."했더니 "응."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이 많아진다고 하더니 정말이지 내가 점점 남자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