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말괄량이 삐삐를 아니? 마디타와 리사벳은?
아직도 이 '말괄량이 삐삐'를 기억한다.
어린 시절 흑백TV속에서 근사한 말을 타고 어른들도 함부로 어쩌지 못하던 주근깨소녀.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이 드라마의 원작이 'Pippi Longstocking' 이고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것은 훗날에서야 알게되었다. 린드그렌은 2002년 95세를 일기로 죽기까지 스웨덴 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리뷰어가 된 '저거 봐, 마디타,눈이 와!'는 이'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미발굴작품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는 것이란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맞추면 책을 보내주는 퀴즈를 예스24에서 했는데 정답이 '린드그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저요!!"하고 신청을 했다. 나중에 다시보니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 이 책을 받아갔으면 좋겠다고 양보를 하시는 분들의 댓글이 달려 내자신이 부끄러웠지만 내게는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과 곧 동화책을 읽게 될 손녀가 있다고 얼른 합리화를 시켰다.
대개의 동화작가의 경우 삽화가와의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어린이들의 동화책은 대부분 삽화가 들어가고 그 삽화의 질도 작품의 질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책속의 그림 한장이 아이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다면 그 책은 성공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책을 고를 때면 늘 유심히 그림을 눈여겨보곤 했다.
린드그렌하면 이미 '삐삐 롱스타킹'의 책표지가 뇌리에 박혀있었기에 당연히 이 책의 삽화가가 삐삐의 삽화가인 '로렌 차일드'일 것이라고 내멋대로 생각을 해버렸다.
아아! 그러나 이 책의 삽화는 삐삐스타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실망했느냐고? 그건 더더욱 아니다.
정말 아름다운 동화책이다. 그림 한장이 모든 이야기를 담고있고 풍부한 표정이 있는 그림책이다.
'저거 봐, 마디타,눈이 와!' 는 크리스마스을 앞둔 어느 가정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추운 겨울아침 내리는 눈을 맞으며 눈싸움을 하는 가족이 있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러 시내에 나가는 가족이 있다. 가족 상호간에 갈등은 없으나 이야기의 크라이맥스가 되는 사건도 있고 어른들의 지독한 이기주의도 살짝 엿볼 수 있으며 온통 눈으로 뒤덮인 하얀 눈세상에 리사벳을 따라 성큼 뛰어들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숲속을 이리저리 헤매어볼 수도 있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 그들의 이야기이다.
마디타와 리사벳시리즈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개가 되었는데 시리즈를 읽지않은 내가 이 한편으로 그 가족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어떻게 보면 무언가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2%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일론 비클란트'의 삽화가 그 부분을 충분히 메꿔주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표지를 보고 와!하는 감탄사부터 터뜨린 아들은 저녁먹기 전에 후다닥 읽어내더니 자기 전에도 한 번 더 읽었다. 여자아이들 이야기인데도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빠도 나오고 아저씨도 나오고 남자들도 같이 나오니까 여자들만의 동화책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면서 책을 읽는데에 어떻게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한마디 했다.
엄지 손가락을 쳐들며 짱이라고 하는 아들녀석의 막힌데 없는 유연한 생각이 린드그렌이 그녀의 작품속 주인공들을 통해 평생 추구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침대에 아이가 하나 있는 것과 둘이 있는건 엄청 다르니까요.'
핵가족시대이다보니 아이들의 친구중에도 형제나 자매없이 홀로 크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친구로도 채울 수 없고 부모가 달래줄 수도 없는 부분을 둘이서 엉겨 놀면서 때로는 심하게 다투면서 그렇게 자라나는 것이 행복한 삶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되어지는 요즈음이다.
말괄량이 삐삐의 동영상을 찾았다.
분명 흑백으로 기억했던 영상이 알고보니 총천연색, 이 TV시리즈는 196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아마 삐삐를 원작으로 한 작품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힐 것이다.
유투브에 있는 영상으로 시리즈별로 많이 올라와 있고 자막도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