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15년 전이나 10년 전, 오늘까지도 변함 없는 장어구이의 맛, 조일미락.

hohoyaa 2011. 5. 31. 14:46

지난 번 시부모님을 모시고 갔던 장어구이집입니다.

이 곳은 어쩌다 한번 들른 곳이 아니고 우리 가족들이 근 20년간 다니는 단골아닌 단골집이죠.

세상은 넓고 맛집은 많지만 변함없는 맛과 정성을 기대하기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서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맛집도 많이 있더군요.

더구나 이번에 이슈가 된 '트루맛쇼'라는 영화에 대해 알고보니 어쩐지~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언제 어느 때 가더라도 변함없이 정갈한 상차림과 싱싱한 장어의 맛.

안양에 살 적에는 돌솥밥과 토하젓이 아주 일품이었던 인덕원 사거리의 장어집엘 다녔는데 이 쪽으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장어구이를 생각하면 가가이 할 수 없는 거리감때문에 늘 허전했었지요.

몇해 전 친정어머니가 기력을 잃고 입맛도 잃으셨더랬는데 인덕원의 장어구이를 드시고 원기회복했던 기억이 있어 그 효능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보거나 여름 복더위로 입맛없고 몸이 무거울 때면 절로 생각나는 장어구이.

우연히 시숙님의 소개로 이 곳에 들러 식사를 한 후 북적거리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아닌 고즈넉한 차분함에 식사시간 내내 편안하게 여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서야백파 홍성유선생의 맛기행에도 나오는 집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름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강북의 장어구이 집 '조일미락'을 소개합니다.

 

 

이번에 오랜만에 갔더니 새단장을 해서 더욱 쾌적해 졌더군요. 

전의 모습도 70 년대의 서울 골목길을 보는 듯해 정감있었는데 아마도 근처에 북부지청이 들어오면서 신경을 좀 쓰셨는가 봅니다.

외관은 훌륭해졌지만 과연 주인장은 그대로이신지 더욱이나 장어의 맛은 어떨런지 궁금해하며 들어갑니다.

 

 

입구에는 살아있는 장어가 담긴 커다란 수조가 있었는데 이제는 한층 멋스러운 공간으로 탈바꿈했어요.

수석이며 기타 조형물들을 볼 때 주인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전부터 있었던 장독대를 없애지 않고 살려 놓으셨네요. ^^

비가 오는 날은 한참을 서성이게 된답니다.

 

 

아,이 댁은 주인장께서 수석에 조예가 깊으신지 방방마다 운치있는 수석작품들이 있습니다.

창가에는 미니어쳐 장독들이 그야말로 옹기종기 모여있어요.

 

 

일단 자리를 잡으면 저렇듯 한상 차려집니다.

샐러드도 맛있고 야채도 싱싱하고 다른 찬들 역시 깔끔합니다.

 

 

전채로 나오는 요거이 장어뼈를 갈아 만든 영양덩어리 스프입니다.

맛이 의외로 깔끔하고 진한 것이 아주 맛있답니다.

 

 

장어는 양념구이와 소금구이가 있어요.

탱글탱글탱탱글~~ 장어의 육질이 보이시는지?

 

 

그냥 먹어도, 상추에 싸먹어도 좋지만 깻잎김치에 파김치를 올려 싸먹으면 마냥 먹겠더군요.

 

 

 

장어 쓸개주. 술을 잘 못하는 저도 이 초록색의 술은 마시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아버님께 양보해 드렸어요.ㅎㅎ

 

 

아이들이 제일 많이 기다리는 장어뼈튀김.

고소하고 바삭바삭해서 과자처럼 먹을 수 있으니 제 뼈가 통뼈가 된 것마냥 힘이 솟습니다.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 입가심에 이만한 것이 없겠지요?

 

 

울 아들 녀석은 후식으로 나온 국수를 먹으면서도 한 손에는 장어 뼈튀김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장어뼈튀김을 안먹으면 장어를 안 먹은 것 같다나요?

 

 

그리고 서운할까 봐 죽도 나옵니다.

 

 

장어뼈튀김을 더 달라해서 본전을 뽑고 있는 아들녀석입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실컷 먹었지만 갈 때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젠 진짜 후식입니다.

 

 

 

손녀딸이 장학금 탄 것으로 저녁을 산다고 했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아주 기분좋게 맛있게 드셨습니다. 장학금의 주인인 딸도 맛있게 먹었는지는 모르겠네요.ㅎㅎ

 

 

역쉬~ 카운터의 뒤로 보이는 벽면에 수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외양은 바뀌었지만 맛과 정성은 그대로인 장어구이집 '조일미락'.

맛집이라면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음놓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업소의 경영마인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줄줄이 늘어선 대기자들 눈치보느라 쫒기듯 먹고 나오거나 접시 하나 수저 하나도 탕탕 소리내며 내리치듯 서빙하는 맛집,,,,,, 진정한 의미의 맛집은 아니겠지요.

저는 친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그런 집이 맛만 있는 집보다 좋더군요.

 

 

외부 담에 조명이 들어와 한층 운치있는 관경을 연출하는 조일미락의 야경.

바쁜 도시생활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으시다면 한번 쯤 들러 보셔도 좋을 곳이기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