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여고생누나가 화들짝 놀란 초등5학년 보건교과서

hohoyaa 2011. 2. 26. 15:35

봄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이 새교과서를 받아왔다.

새학년 새학기 새교과서에 새공책까지 준비하고 새로운 다짐으로 새사람이 되어 열심히 공부하자는

그 결심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책을 보는가슴은 늘 두근두근하는 것이다.

 

 

여고생 누나의 책꽂이를 보니 다른 교과서보다도 눈길을 잡아끄는수학책의 글씨체.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아이의 수학교과서인데

한글을 모른다면 동화책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귀여운 표지이다.

 

 

표지를 한장 넘기면 나오는 속지에도 씨뿌리는 아저씨가 나온다.

앞으로도 한참을 뿌려야 할 너른 공간이 아이들의 남은 학창시절인것처럼 느껴져 막막하기도 하다.

 

 

우리 때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수학책속의 컬러사진. 

 

 

그리고 막간을 이용한 퍼즐타임도 있다.

어떻게든 공부를 즐거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아이들은 알아줄런지.

ㅎ 딸아이는 믿을 수 없단다. 우리 어른들의 그런 배려를....... 

 

 

영어회화책은 물론이거니와

 

 

문법책도 잡지책처럼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이번에 5학년이 되는 남동생의 새교과서는 어떨까?

 

 

교과서를 갖고오자마자 상혁이는 보건책부터 보았다. 

 

 

그러면서 "악~! 변태. 엄마 이 그림좀 보세요."하며 들고 나온 보건교과서.

"뭐가? (순간 속으로는 허거거걱!!!!하지만 애써 태연하게) 이런건 변태가 아니야. 있는 그대로를 나타낸 그림인데?"  남사스럽긴해도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을 했다.

"근데 엄마, 이상해. 여자들도 거기에 수염이 있어요? "

심상찮은 대화에 옆에 있던 여고생 누나도 슬쩍 교과서를 넘겨다 보더니  "꺅! 이게 뭐야.  아니, 이게 교과서야? 와~"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긴 하나가 초등학생일 적에는 일부러 성교육을 위해 구입한 동화책에서나 한두컷 나오던 그림들인데

그보다 더한 사실적인 묘사가 교과서에 그것도 가장 큰 교과서에 실려있으니 어린 동생보다도 사춘기 누나가 받은 충격이 더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아이들과 함께 '생활속의 보건'을 흝어 보기로 했다. 

책에는 질병,사고,약물의 오남용에 관한 주의를 요하는 단원과 함께 성과 건강 카테고리가 있다.

그리고 가정폭력에 관한 단원도 있는데 다른 것에 비하면 그 비중이 그리 크지않아 아쉬운 면이 있다.

 

 

일단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우려해 밝고 아름다운 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여자와 남자의 사춘기 몸의 구조를 그린 그림에 의거해 2차성징과 호르몬,마음의 변화등에서 올 수 있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 음경,질,발기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런 단어를 이야기할 때 부모는 얼버무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어서 담담하게 이야기해줬다.

 

 

사정하는 그림. 정자의 여행을 알 수 있다.

이런 그림은 이미 유치원때부터 여러번 보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란다.

여기서는 누나도 이정도쯤이야~하며 코웃음을 쳤다.

 

 

이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자궁의 모양과 월경,냉에 관한 조언이 있다.

 

 

부쩍 빨라진 초경.

한참 뛰어 노느라 정신이 없을 초등학생인데 몸은 상대적으로 발육이 빨라 심한 경우 유치원생이 생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즘엔 대부분 초등학교 4~5학년이면 초경을 한다고 하니 생리대를 착용시켜서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의 마음이 오죽할까싶어 걱정이 앞선다. 그렇기에 이런 보건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음경은 알겠는데 또다시 포경수술,귀두라는 생소한 단어에 봉착한 상혁이..

책을 한번 읽고 나더니

"아아~. 아빠랑 샤워하면서 깨끗이 닦는 법을 배웠는데 알고보니 그 부분이 바로 귀두였구나."

 

 

아마도 요즘 빈번한 성폭력때문에 이 보건교과서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제대로 가동시킨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외부적인 도움보다도 우선은 내몸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위기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그 순간.

위기의 순간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성의 상품화 홍수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성의 상품화요소를 뺀 좋은 광고를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본 사례이다.

차는 튼튼하면 되는 것이니까 굳이 이쁜 누나들보다는 힘센 코끼리나 빨리 나는 새를 앞세워 광고하면

제격이겠다. 또 우리 몸이 수분을 원해서 마시는 차니까 날씬한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겠다는 건강차.

이렇듯 순수하고 해면처럼 지식을 빨아들이는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보건교과서가 그들의 마음밭에 떨어져 

시간이 되면 싹을 틔우고, 꽃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연관단체 전화번호이다.

좋은 취지로 만든 단체들인데 실제 상담에서도 기대하는 만큼의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보건교과서가 이전에도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처음 이 교과서를 접한 기성세대로서

우리 사회가 진일보하는 것같아 반가웠다.

그러나 과연 어느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서 꾸준히 수업을 하는가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해도 펼치고 읽지 않으면 죽은 정보가 될터인데 일선에서 노고가 많으신 선생님들께서

다른 수업에 쫒겨 가볍게 지나치시더라도 가정에서 아빠,엄마 그리고 형제자매들과 책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라 감히 추측해본다.

 

문제부모는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는 말이 있다.

성을 밝게 배우지 못한 우리들이기에 그로 인해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경직되었었는지 뒤늦게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아이들을 우리시대의 잣대로 측량하지 말고 우리 어른들이 먼저 배우고 깨달아

많이 사랑하고,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면 앞으로 10년,20년 후의 우리 사회는 한층 밝아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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