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엄마의 다리,엄마의 모자.

hohoyaa 2011. 2. 9. 23:00

 모자도 드릴겸 구정 전에 친정에 들렀었다.

퇴원하신 후 엄마는 꼼짝못하고 거실탁자앞에 앉아서 아버지를 조수삼아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신단다.

아버지는 열심히 엄마가 주문하는 재료를 날라 주시다가도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많이 들어가느냐며

심부름하기도 힘들다고 차라리 엄마가 병원에 계시고 아버지 혼자 끓여 드실 때가 더 좋았다고 하신다.

아직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 안된다니 할 수 없지만 좀 지나면 차라리 식탁에 앉아서 하시라고 하는 나는

무심한 딸이다.

반찬 한가지라도 해드리면 그렇게 기특해하시건만, 이상하게도 친정에는 소홀하게 된다.

술담배도 안하시고 간식도 별로 즐겨하시지 않는 아버지지만 가끔씩 과자나 빵,떡을 만들어 갖다 드리면

맛있게 드신다고 한다.

 

원래가 차가운 아버지지만 요즘엔 가끔 딸의 전화를 기다리신단다.

숙영이한테 전화올 때가 되었는데.......

그런 말씀을 전하려 엄마가 전화를 하시면 나는 괜히 어깨가 무거워져서 기다리지 말라고 하고.

이래저래 자꾸 미루게 되는 친정 나들이.

 

 

엄마는 모자를 처음 써봐서 어색하다고 하신다.

 

 

깁스한 다리에는 친손주 정훈이와 미진이가 빨리 나으시라는 기원을 써넣었다.

 

 

그걸 본 하나, 그냥 이대로 갈 수는 없다며 기어이 흔적을 남긴다.

 

 

 

모자가 영 어색하다고 계속 매만지시더니만 결국엔 엄마 방식으로 싸이즈를 줄여서 위에 방울까지 만들어 내셨다고 전화가 왔다.

하나가 요즘엔 이런 모자가 유행이라고 했건만 할머니의 고집은 못꺽었다.

 

깁스를 풀더라도 엄마의 다리는 예전만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성격이 워낙 바지런하고 질펀한 것은 두고 보질 못하시니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고,

그나마 병원에서 알려주는 수칙대로 잘따라하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니 곧 일어나시겠지만 걱정이다.

무리하지 마시고 조리를 잘 하셔서 날이 풀리면 엄마랑,아버지랑 춘천행 전철을 타자고 했다.

나중에 나와 하나도 이렇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