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잠든 사이에 모자뜨기.
이번 겨울이 참으로 혹독하게 춥다.
이제나 저제나 동장군이 물러가길 기다렸는데 앞으로도 한파가 남았다니
모자없이 다니는 아들녀석의 빨간 귀를 볼 때면 슬며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단 며칠을 쓰더라도 따뜻하게 다니라고 모자를 하나 떠볼까?
아들앞에서 시작하면 옆에서 귀찮게 하니 아예 아들이 잠들기를 기다려 실을 찾아 손가락에 감는다.
이 실로 말할 것 같으면 하나가 초등학교 때 후드코트를 떠주고 남은 실이다.
후드 하프 코트 ㅡㅡ>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07023
앙고라의 느낌도 좋고 색상도 이쁘지만 -유명 메이커인 하마나카社의 고급실임에도 불구하고 앙고라의
털이 자꾸 빠지는 바람에 얼마 입지 못했다.
실은 많이 남았는데 에전의 그 털날림 현상이 악몽으로 남아 섣불리 다른 작품을 뜨려는 생각도 못하고 있던 차였다.그런데 왜 하필 이 털실로 아들 모자를 뜰까?
울 아들 녀석, 하도 물건을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눈썰매장에 가서 신나게 놀다가 잃어버리더라도 아깝지
않게 일회용 모자를 뜨려는 각오를 하고보니 이 실이 딱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따뜻하고 털이 날리는 단점이 있으니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속이 쓰리지도
않고 그리 아깝지 않다고 합리화시킬 수도 있으니.
다른 색실을 찾기도 귀찮다.
같은 실로 시작코를 떠서 나중에 거꾸로 풀어내 고무뜨기로 직행하기로 한다.
사슬뜨기의 뒤를 보면 저렇게 ㅡ자형 맺음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그 부분에 바늘을 통과시켜 실을 채오면서 새로운 시작코를 잡는다.
요렇게~~
앞에서 보면 이모습이다.
아들이 잠든 밤에 부지런히 뜨느라 중간사진은 못찍었고 일단 90%완성은 했다.
쪼매 귀찮아서 무늬에 신경도 못쓰고 그저 내맘대로식-겉뜨기로 뜨다가 안뜨기로 뜨다가 마음내키는대로- 으로 아무렇게나 떴다.
귀가 시려울까 봐 귀를 덮을 수 있게,
그리고 혹 잃어버릴까 봐 단추를 달고 끈도 만들었다.
**방울만들기**
은근 연장매니아라서 웬만한 뜨개용구는 구비하고 있고 이것도 그중 하나이다.
이건 우리 하나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고 특히 어린 상혁이의 만만한 놀이용구로 긴 세월을 견뎌왔다.
예전에는 두꺼운 종이에 실을 감아 방울을 만들어 달았었는데 아무래도 좀 빈약한 감이 있었다.
방울 만들기 용구에 실을 감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쪽을 다 감고 난 후
다른 쪽도 같은 방법으로 감아준다.
감을 때는 이리저리 왔다갔다하지 말고 찬찬히 한쪽에서 시작해서 감아준다.
그 후 가운데를 가위로 잘라주면
이런 모습이 된다.
가운데 홈으로 실을 넣어
꽈악!! 묶어준다.
그리고 양쪽으로 잡아당기면
이렇게 방울이 생겨난다.
들쑥날쑥한 방울은 가위로 가즈런히 정리를 해준다.
포슬포슬 이쁘게 정리된 방울, 이 용구를 사용하면 풍성한 방울을 볼 수 있다.
이제 모자에 방울만 달면 되는데 엄마가 밤사이 잠도 못자고 모자를 떴다고 하니까 방울은 천천히 달아도
된다며 방울이 없는 모자를 쓰고 바둑교실에 갔다.
바둑교실에서 돌아온 상혁이의 모자에 방울 달아 주었더니 어린 아이처럼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이젠 추위도 두렵지 않다.
엄마! 짱이에요.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다.
'이 모자는 잃어버려도 슬프지 않아,잃어버려도 혼내지 말아야지.' 하며 떠서 그런가?
방울없이 쓰고갔던 바둑교실에서는 무사히 돌아온 녀석, 수학학원 가기 전에 방울을 달아주었더니
집에 올 때에는 모자가 없더라.
세상에~최단시간만에 잃어버리기 신기록을 2011년에 세웠구나.
아!! 아깝지 않다고 했는데 모자에 달아준 거북이단추가 자꾸 생각이 나서 가슴 한켠이 아리다.
아깝지 않다고 계속 최면을 걸었지만 사실 아깝다. 정말 아깝다..
분명히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학원에서는 책상위에 올려놓고 집에 올 때에는 가방에 넣었다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흘린것이더냐.
그나마 2시간 전에 잃어버렸더라면 방울이 없어 미안할테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방울까지 달린 완전한 모자의 모습으로 잃어버렸으니 누가 주웠든 제대로 쓸것이라 애써 위로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