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 최강창민
동방의 신기한 아이들을 잘 알지 못하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방신기의 해체설로 그들을 알게되었다.
어느 날 하나가
"엄마,엄마는 이 딸이 책가방을 맨채로 죽자고 가수들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싶으세요?
엄마,엄마는 이 딸이 토끼눈이 되도록 밤새도록 팬질하는 것을 보고 싶으세요?
엄마,엄마는 이 딸이 연말가요대상 방청석에 앉아있는 것을 TV를 통해 보고 싶으세요?"
이런저런 말을 하는 딸아이의 속셈은 이번에 새로 나온 동방신기의 한정판 앨범을 사달라는 것이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그간 그런 쪽에는 헛돈을 쓰지도 않았거니와
지난 연말엔 자신이 상금으로 받은 문상을 고스란히 이 엄마에게 상납한 딸이 아니던가.
미안한 마음에 큰맘먹고 예약배송을 클릭하고 하나에게 알려줬다.
그랬더니 딸아이는 그날 하루종일 학교에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고 한다.
사실 자기가 동방신기의 골수 팬도 아니고 카시오페아 회원도 아니거니와 듣고 싶은 노래는 mp3로 다운받으면 될 것을 굳이 화보집이 포함된 앨범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취소를 하란다.
^^;
최근 유례없는 한파에 겨울방학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는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골골거리면서 머리도 아프고 온 삭신이 쑤신다며 쓰러지듯 잠자리에 드는 딸아이.
그러면서도 자신이 해야하는 것은 알아서 잘하기에 무심한듯 내버려두었더니
엊그제, 지친 몸으로 컴앞에 앉아 논술준비를 하던 딸아이의 흥분한 목소리가 벽을 타고 안방까지 들린다.
"엄마,엄마,꺄아악!! 엄마,정말 너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어.아~! 행복해."
두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내 손을 끌고 컴앞으로 다가간 딸아이의 모니터에는
동방신기의 멤버 최강창민의 홈피에 남긴 댓글에 최강창민이 답글을 달아주었다며 온 식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야단법석이다.
남편과 나는 이 답글이 최강창민 본인의 것이 아니라 매니저들이 대신 달아준 것이라며 한껏 부푼 풍선을 터뜨려 보았으나 요지부동.
딸아이는 이 답글의 문체가 최강창민의 어투라며 최강창민 본인의 것이라는 것을 믿고 또 믿는단다.
그러더니 언제 아팠느냐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룰루랄라 자판위의 손가락이 빨라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공부에 올킬하겠다니,,,,,,. 2011년에는 그 말 한번 꽉 믿어보고 싶다.
최강창민덕에 우리 딸 수학점수가 오르면 나도 동방신기에 올킬?!
토요일 오후에 하는 음악프로에 동방신기가 나왔다.
누나덕에 덩달아 팬이 되어버린 초등학생 상혁이와 함께 TV앞으로 바짝 다가앉아 집중 또 집중.
TV에 올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