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hoyaa 2011. 1. 4. 22:49

이번에 시부모님이 올라와 계신 동안 친정 어머니가 또 넘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계시니 그 소식을 듣고도 가보지 못했다.

전화로나마 안부를 확인하니 그저 괜찮다는 말씀뿐이었다.

 

오늘 다시 전화를 돌려보았더니 오는 금요일에 수술을 해야 한단다.

넘어지지 않으려 빙판을 피해 눈위를 디뎠는데 그 아래가 빙판이었는가 보다.

다리를 삐끗한 줄 알았더니 뒷꿈치가 골절되어 뼈가 완전히 어긋났는데 현재는 붓기가 너무 심해 일단 기브스를 하고 약을 먹어 그 붓기를 빼야하고 수술은 그 후에나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엄마한테 한바탕 퍼부었다.

어떻게 그 지경이 되도록 참고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무슨 딸네 김장 걱정에 깍두기를 대신 담가줄까 물으시며 엄마네 고춧가루는 묵은 것이니 우리네 햇고춧가루를 가져오면 깍두기라도 담가주시겠다고 하셨단 말인가.

사실 이번에 병원에 왔다갔다하고 시부모님이 또 와계시니 차일피일 미루던 김장을 결국 하지 못하고

마음같아선 엄마가 담가주시던 깍두기를 얻어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가 친정엄마의 신세만 지고 있어야하나 싶어 그만두라고 말씀드렸는데 혹시 또

동네 슈퍼에 김치재료를 사러 나가셨다가 변을 당하신 것이나 아닌지 그게 더 두려웠다.

 

구랍에 오빠가 들르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두 분이 쉬쉬하며 계셨을 것이 분명하다.

늙으면 통각도 둔해져서 뼈가 부러졌어도 우리 젊은 사람이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딸자식은 엄마의 발이 덜렁거릴 정도로 상했다는데도 그저 감정만 쏟아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나서 혼자 눈물을 훔치다가 다시 전화를 드려 마음을 풀어 드리려고 했더니 그 사이 엄마는 아버지에게 시부모 모시느라 애쓰고 있는 딸걱정을 하셨는가 보다.

몸이 으스러져도 엄마는 웃으신다.

몸이 너무도 아파 목소리가 갈라지는데도 성질이 난 딸의 마음을 다독이려고 애써 웃으신다.

 

오늘은 동생네가 가본다고 하니까 이 못나고 신경질쟁이 딸은 내일 가겠다고 했더니

오는 길에 고춧가루와 새우젓을 가져오라신다.

이번 주 금요일에도 붓기가 빠지지 않으면 다음 주에 수술을 해야하고 3개월동안은 땅에 발도 못디딘다는데 고춧가루가 무슨 소용이냐며 화를 냈더니 그래도 고춧가루는 있어야 한다며 내일 가져오라고 하신다.

 

마침 깍두기는 내가 담근 것이 있으니 내일은 깍두기랑 갖고 가야겠다.

절에 다니는 작은 올케의 말을 들으니 이번에 쥐띠,잔나비띠,용띠에 삼재가 들었단다.

엄마,오빠,올케언니 그리고 대입을 앞두고 있는 조카가 쥐띠이고 아버지가 잔나비띠라서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했단다.

이제는 창피해서 모임에도 못나가겠다는 친정 엄마.

엄마는 편찮으신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잘난 며느리 노릇를 했다고 시부모님이 내려 가신 후 모처럼만의 여유를 맛보겠다고 비엔나 커피어쩌구를 하고 있었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토해내듯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