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라스트 갓파더'에 영구 있~다.

hohoyaa 2010. 12. 30. 15:34

우리 어릴 적 흑백TV로 보던 '여로'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40대 후반의 중년이라면 장욱제가 연기했던 머리에 기계충자국이 선명한 좀 모자라는 영구를 기억할 것이다.

안짱걸음에 땍띠야,땍띠야하며 분이를 따라다니던 바보스런 그 모습에 안방극장은 매일저녁 웃음과 눈물의 도가니였었다.

당시에 아들로 나왔던 송승환의 풋풋한 모습이 새삼스러운 것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을 느낀다.

'라스트 갓파더'의 영구가 국민드라마였던 '여로'의 주인공이라 '여로'를 검색해보고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감독 : 김기
  • 출연 : 장욱제, 태현실 더보기
  • 독립군의 자금을 대주고 있던 최주사에겐 좀 모자라는 영구라는 아들이 있는데 그의 아내로 돈에 팔려온 분이가 들어오게 된다. 분이는 영구에게.
  • . 더보기

'여로'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수도 계량기도 돌지 않고 거리에는 사람이 다니지않았다는 말을 들었고

TV가 집집마다 있던 시절이 아니니 그 시간만큼은 동네에서 TV가 있는 집에

뭐라도 한가지씩 손에 들고 모인 어른들 어깨너머로 고개를 빼는 아이들도 흔했다.

내 기억에 있는 '여로'는 '고바우영감'으로 유명한 김성환화백의 '소케트군'이라는 어린이용 만화에서였다.

TV가 없던 소케트군의 집에서는 날마다 방송때면 이웃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에 혹여 이웃의 친구와 싸우기라도 하는 날이면 차마 그 집에 드라마보러 가지를 못하고 골방에서 궁금해죽겠는 것이다.

소케트군은 다소 엉뚱하지만 과학적인 두뇌가 있어 어머니에게 '여로'를 보여드리겠다는 일념으로 색경(이 말이 참 잘어울리는 거울,손바닥안에 쏙 들어오는 거울이다.)을 여러개 마주보게 붙여 이웃집 TV화면을 반사에 반사를 시켜 결국은 자기 집 안방에서 이웃집 TV에 나오는 '여로'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이 만화에 나올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힘입어 1973년에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는가 보다.

 

 

 

  • 감독 : 김주희
  • 출연 : 심형래, 김문희 더보기
  •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끼니조차 걱정해야 하는 분이는 가세를 도우려고 술집으로 팔려가 첫날 달중을 만나게 되고, 달중의 중매로 시.. 더보기

그리고 1986년 '여로'가 다시 만들어졌는데 당시의 영구역이 바로 심형래였구나.

영구라는 캐릭터를 심형래가 코미디프로에서 그저 따라한 것인줄 알았더니

'여로'의 주인공역을 맡았기 때문이었나 보다.

 

 

 

땍띠야를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던 그 영구가 이번엔 아버지인 마피아 대부를 찾아 뉴욕으로 건너갔다.

'디워'를 비롯해 이제껏 심형래가 만든 영화는 보지를 못했다.

이제는 꽤 나이가 들었는데도 늘 도전하는 그 자세만은 정말 높이 쳐주고 싶기에

초등학생인 아들녀석과 그 친구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영구를 찾으러 갔다.

관객의 태반은 성인들이었고 그래서일까 포복절도할 정도의 웃음은 터져나오질 않았다.

웃는 사람들은 대부분 울 아들녀석같은 어린아이들.

 

아이들은 웃는데 왜 나는 웃을 수가 없었을까?

웃음은 연상작용의 파괴라고 한다.

심형래의 몸개그가 너무도 익숙한 우리 어른들에게는 뒤를 미루어 짐작가능한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심형래식 개그가 처음인 것이다.

심형래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수치로 나타나는 관중몰이가 애국심의 발로라는 말도 따라 나오지만

그래도 나는 배꼽빠지게 웃는 녀석들옆에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보았다.

심형래가 10년만 젊었어도 영화를 보는 내마음이 그리 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상한 우유를 많이먹어 팍 상한 얼굴'로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늙수그레한 아저씨의

그 모습을 마음 편하게 볼 수는 없었기에 지나간 세대에의 향수까지 불러왔다.

집에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영화의 카메라워크가 평면적이라 심심하네,결국은 심형래가 자신의 한풀이를 했네,어쩌네하면서 남편에게 뒷말은 했지만 '라스트 갓파더'그리 나쁘지 않았다.

 

뉴욕의 마피아 거리, 그 곳에 정말 우리의 영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