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hoyaa 2010. 10. 21. 23:26

고등학생이 되고보니 진즉에 학원을 안보낸 것이 후회스러운 점도 있다. 특히 수학이 그렇다.

그런데 논술도 남들은 학원에 다니면서 갈고 닦는다니 속편한 엄마의 입장에서는 좋은 말로 책 많이 읽고 생각을 깊게 하면 되지 않겠냐고는 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늘 적극적인 하나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주최한 "실업"에 대한 논문경시대회에서 장려상을 타왔다. 그런 대회가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했고 그래서 더더욱 기대하지 못했기에 우리 하나가 기특하고 기특했다. 1학년생이기에 더욱 기특했다.

 

 

엊그제에는 자기네 반에서 '제2회 교내 논술 경시대회'를 위한 반대표를 뽑는 논술시험을 치뤘는데 마침 시험지가 있길래 사진으로 블로그에 남긴다.

 

하나가 나더러 예제를 한 번 읽어보고 자기가 쓴 것도 봐달라고 했는데

저 그래프와 숫자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져서 대강 흝어보고 하나가 쓴 논술로 넘어가고 싶었다. 

 

 

이런 글은 그래프보다는 좀 낫다. 

 

 

 

아래는 하나의 논술 답안지이다. 

 

하나가 쓴 원고를 보고서야 아까 보았던 그래프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프만 보고 어떻게 이런걸 다 알수 있느냐고 엄마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쓸 수도 없겠다고 했더니

하나는 자기도 처음엔 머리속이 하얘지고 아무생각도 안났는데 나머지 제시문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가닥이 잡히더란다.

능력없는 엄마에게 늘 이런 결과물을 보여주며 평을 기다리는 하나에게 아무말도 안하면 또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고 삐치니까 마지막 마무리가 좀 억지스럽다고 조심스레 말해 주었더니 기분나빠하기는 커녕 마지막 부분은 시간이 부족해 서둘러 끝을 맺는 바람에 자기가 생각이 부족했다고 싹싹하게 응대한다.

사실 교내 논술 경시대회는 1학기에 1회 대회가 있었단다.

그 때에는 논술이 뭔지도 몰라서 경험도 할겸 참가했었고 이번에는 다른 잘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자기가 뽑힐 수 있을까 걱정했던 하나, 3명을 뽑는 반대표에 들었단다.

국어담당인 담임선생님은 하나에게만 살짝 귀띔해 주셨단다."하나야, 네가 젤 잘했어."

다른 아이들처럼 100만원짜리 논술과외를 받은 것도 아니고 또 그런걸 시켜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았기에 늘 속편하고 한 발 늦은 거북이 엄마이기에 이런 걸로 블로그에 자랑을 좀 해봤다. ㅎㅎ

본선에서 상을 못탄들 실망할소냐.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하면 되지 않겠나.

 

엄마의 칭찬에 한껏 물이 오른 하나,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고려대에서 주최하는 "전국 논술경시대회"에 나가보겠다고 회비 35000원을 내달란다.

이번 주 토요일엔 벼르고 벼르던 1박2일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무슨 경시대회냐고 반문하는 내게 고등학생이 지금 여행이 문제냐며 부득불 참가하겠다고 한다.

하나덕분에 우리 세식구는 닭쫒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으로 아무 말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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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까이꺼 남들은 한달에 100만원씩 투자한다는데 겨우 35000원?

넓은 세상에 나가 경험하고 오라고 차비삼아 내줬다.

그러면 이제 여행이 취소되었으니 잔뜩 기대하고 있던 상혁이를 뭘로 달래주어야 할까?

논술만큼 어려운 내 숙제다.